안경 값에 수십만 원
Feat. 수필 공모전 탈락 원인 파악
큰 아이가 안과 정기검진을 받던 7살 때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는 안경을 써야 되겠어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굴절도가 어쩌고 하며 안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집에 돌아오면서 울었다.
안경을 낀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 시력이 좋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나는 눈이 나빴던 지난날들을 떠올렸다.
특히 사우나나 수영장에서 눈 뜬 장님이 따로 없었던 내 모습을 생각했다. 아들이 나처럼 불편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니 걱정이 앞섰다.
아들 라식 할 때까지만 참자
라며 마음을 다독이던 지난날이었다.
아들 둘은 자라면서 점점 눈이 나빠졌고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안경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좋은 건 안 닮고 나쁜 건 모조리 닮은 듯해서 한숨만 나오던 차 안경값에 또 한 번 미간이 구겨졌다.
남자 애들은 활발해서 좋은 거 필요 없다는 말에 저렴한 테와 렌즈로 구매했다. 그래도 기본 9만 원 돈이었다.
아들들은 계속 자랐고 시력도 계속 나빠져 주기적으로 안경을 새로 맞춰 주어야 했다.
그리고 아들들이 친구들과 모여 축구를 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나는 안경점 문턱이 닳듯 드나들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한 달에 세 번 안경테를 바꾼 적도 있었다.
특히 큰 아들은 운동도 좋아하고 장난도 좋아했다.
큰 아들은 중학교 3년 동안 안경점 VIP에 등극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된 이후
지도 안 되겠다 싶었는지 렌즈를 맞추었다. 양심은 있는지 안경과 렌즈 값을 본인 용돈으로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제 돈이 다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기에 속이 터진다.
둘째는 안경을 맞춘 지 한 달이 안되었다.
퇴근할 때쯤 둘째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나 안경 부러졌어."
쌍욕이 튀어나왔다.
내 반응에 놀란 둘째가
"맨 앞자리라 안경 안 써도 돼."
확 그냥~~
안 그래도 공부도 못하는데 제대로 보이지도 않으면 수업을 어떻게 한단 말인지...
퇴근 시간 번화가에 위치해 있는 안경점 근처에는
주차할 곳도 마땅지 않아 짜증이 머리꼭지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간신히 주차를 하고 안경점에 들어서는데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를 못 알아봤으면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래요, VIP 모친 또 왔어요.
"죄송합니다. 안경이 또 부러졌어요."
내 얼굴은 이미 울기 직전이었다. 정말 울고 싶었다.
"너무 힘드네요."
하는 말이 나도 모르게 한숨과 함께 불쑥 튀어나왔다.
안경점 선생님은 한지 얼마 안 됐으니 이번에는 무료로 테를 교환해 주겠다고 하셨다.
울기 직전의 내 얼굴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안경점에서 펑펑 우는 이상한 아줌마를 볼까 봐 두려웠던 안경점 선생님의 빠른 조치로 난 울지 않고 안경점을 나올 수 있었다.
안경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들들이 독보적이네요."
맞다. 안경점 매출 증대에 일조를 독보적으로 하고 있다.
아들이 안경을 쓰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울었던 그때는 내가 안경값에 우는 엄마가 될 줄은 몰랐다.
수필 공모전에서 번번이 탈락하고 있다.
보통의 수필들은 일상생활에서 겪고 느끼는 바를 글로 쓰고 아름답게 마무리한다.
내 수필은 거짓 아름다움 인 것 같다.
안경을 자주 부러뜨리는 아들들에게 수필처럼 은은하게 마무리해 주어야 마땅하다.
"아들들 시력이 나쁜 게 엄마 탓인 것 같아 미안해. 이다음에 꼭 라식 수술 시켜 줄게. 안경 안 부러지게 조심 좀 하자. 그리고 너희가 안 다쳐 정말 다행이야." 이렇게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힘들어 죽겠고 아들들을 후드려 패버리고 싶었다.
내가 수필 공모전에 실패하는 이유는 현실이 힘들어서 진실된 글이 나오기보다 공모전을 위해 짜 맞춘 듯 억지스러운 글이 나오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외쳐 본다. 안구에 습기가 차도 외쳐보자.
너희가 안 다쳐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