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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dow May 01. 2024

바보 같은 눈물

팀장이 주도적으로 회사에서 나를 왕따 시킨 배후에는 어떻게 보면 J가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냥 심증이다.  J는 팀장이 억지로 뽑은 사람 중의 하나로, 대놓고 팀장 바라기다.  


나는 처음엔 J가 호감이었지만, 점점 한 팀에서 함께 일할수록 티는 안 냈지만 J의 모든 것이 싫었다.

J가 주절주절 아는 척하면서 늘어놓는 말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는데, J는 그럼에도 아는 것을 늘어놓는 것에 신나 하는 모습이 별로였다. 주절주절 아는 척하다가 더 깊게 물어 J가 잘못된 내용을 말하는 것을 깨닫게 할 때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모습도 별로였다. 어떤 때는 너무 어처구니 없는 의견을 너무 당당하게 말해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다. 나는 J의 말을 이해 못 하겠는데 팀장은 내 말은 이해 못하고 J의 말은 모두 이해하는 것은 신기한 모습이었다.


J와 팀장은 남을 뒷담화 하고 서로 호응하는 걸 좋아했는데, 팀장이 싫어진 후 뒷담화를 하는 그들의 행태는 더욱 눈엣가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점점 그들과의 대화는 일부러 더 피했다.


J를 싫어하는 Y는 팀장과의 면담 때 J의 안 좋은 점을 이야기하며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팀장은 J 편을 들며, J는 팀장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니 그냥 믿고 따르라고 말했다고 한다. Y는 푸념했다. "둘이 대체 무슨 사이야?"


H는 어느 날 팀장에게서 "H 당신이 지금 당장 나가도 우리 팀에서는 아무도 아쉬워할 사람 없어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H는 팀장에게도 화가 났지만, H는 그 배후에 J가 있다고 믿었다.


팀장이 내게 한 말 중 "너는 우리 팀 사람들이 너랑 일하는 것 싫어하니 혼자 일해"라고 한 배후에도 J가 있었다고 지금의 나는 믿는다. 나는 팀이니  앞으로 시키는 일 잘하면 되지 않겠냐고 적이 있는데 팀장은 당시 "잠깐만" 하고 나가서 누군가의 의사를 물어보더니 다시 돌아와서는 "아니야, 그냥 혼자 일해"라고 했었고 나 또한 H와 마찬가지로 그 배후에는 J가 있다는 심증이 있다.  


팀장은 면팀장이 됐고, 의좋은 J와 팀장은 팀에 남았다. 그래서 나는 그 팀을 떠났고 팀장 자리는 공석이었다.

팀장을 겸임하고 있던 임원은 여러 일을 한꺼번에 하려고 하니 점점 힘에 부쳤다.


그래서 결국 팀장으로 J를 선임했다.


그리고 그 임원은 인사 발표가 나자마자 나를 찾았다.

첫마디는 "인사 발표가 났습니다. 보셨나요?"였다. 

이미 나는 인사 발표를 보고 왜 하필 J냐며 짜증이 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임원이 오기 전까지 우리 팀도 아닌데 이렇게 짜증이 날 일이냐며 겉으로는 스스로를 애써 담담한 척 포장하고 있었다.

"네 봤습니다."

임원은 내 옆에 앉아 말했다.

"섀도우 님의 반응이 가장 궁금했어요. 제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내 주변으로는 J의 팀장 인선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느냐, J는 어떤 사람이냐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던 사람들로 가득했는데, 그 중에는 지금의 팀장도 있었는데 (지금 내 팀장은 아직도 나를 어려워한다), 그 앞에다 대고 인사권자는 내게 갑자기 내가 모든 것을 알았다는 식의, 내가 마치 팀장 인선에 주요 인물이라도 된 듯한 식의 대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나는 당황해서 얼굴은 빨개졌지만 담담한 척 말했다.

"내부에서 굳이 찾았어야 했다면, 최적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임원이 돌아가고, 내 앞쪽에 앉아 있던 C가 채팅으로 말을 걸어온다.

"괜찮아요? 지금 완전 초월한 표정이에요."

고개를 들어 C를 바라보고 눈이 마주치니 갑자기 눈물이 나려 한다.

재빨리 화장실에 다녀왔다.  


회사에서는 잘 참았지만 집에 오는 내내 눈물이 났다.

J가 내 팀장도 아니고, 우리 팀 일도 아닌데, 왜 바보같이 눈물이 나는 걸까.

임원은 왜 그런 인사를 해놓고 내게 그 어떠한 책임이라도 있는 것처럼 내 반응을 살핀 것일까.

나는 왜 자꾸자꾸 바보같이 눈물이 나는 걸까.

팀장이 면팀장이 되면서 임원도, 세상도 내 편이었다고 잠시 착각했던 것은 아닐까.

래서 또 바보같이 울고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우는 모습도 바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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