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e brav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레인 Nov 17. 2021

가장 어려운 선택

초등학교를 결정하는 것

지난 2월에 발행한 글을 끝으로 9개월가량 글을 쓰지 못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지금 이렇게 글을 쓰도록 자극해주신 동주 C님께 감사를 보낸다. 동주 C님는 자폐 아이, 재준이의 엄마시다. 오늘 그녀의 브런치와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였다.


초등학교를 선택하는 일

 자폐아 엄마가 가장 힘든 순간을 동주 C는 선택의 순간이라고 했다. 깊이 공감한다. 나도 녀석을 키우면서 선택할 때마다 내 선택에 대해 많이 불안했다. 녀석이 고3이 된 지금도 선택은 마찬가지로 어렵고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자폐아인 그 녀석, 큰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깊은 고민을 했던 것은 어느 초등학교를 보낼지였다.


우리는 경험으로 학교라는 공간과 그 속에 사람들이 친절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물며 언어적 상호작용이 어려운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야 하는 자폐 아이의 엄마는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수학교에 보내면 아이가 적절한 자극을 받는 게 어렵지 않을까, 일반학교에 가면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진 않을까, 화장실 가고 싶다는 말을 못 해서 실수를 하면  어쩌나... 만약으로 시작되는 수많은 비극적 상황들이 엄마의 머릿속을 채우게 된다. 


하지만 결정해야 한다. 특수학교를 보낼지 일반학교를 보낼지, 일반학교를 보낸다면 어느 지역, 어떤 규모의 학교를 보내야 할지를 선택하여야 한다. 나는 두 군데의 특수학교, 집 근처에 있는 두 개의 초등학교에 상담을 청하였다. 녀석과 함께 학교에 방문하고 선생님께 녀석의 상황을 직접 판단하도록 하여 선생님의 의견을 구했었다. 직접 부딪혀 보면서 경우의 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아이를 보여주고 의견을 구한 것은 잘한 일인 것 같다.


특수학교 선생님께서는 특수학교는 한 반의 학생수가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 학생들의 평균 수준에 알맞은 교육을 하게 되므로 녀석에게 적당한 자극을 줄 수 없을 수도 있으므로 일반학교에 입학하기를 권하셨다. 집 근처에 학교 방문을 위해 전화를 했을 때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의 특수교사는 입학을 원하면 입학할 수 있다고 방문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방문을 꺼려하는, 아니 귀찮아하는 특수교사의 태도에 실망하여 그 학교는 리스트에서 제외하였다.


작은 초등학교를 가자


아이와 함께 집에서 약간 떨어진 작은 초등학교를 방문하였다. 학교가 작아서 아이가 덜 위축될 것 같았고 맞아주시는 선생님이 친절하게 입학 과정을 설명해주셨다.  한 반에 학생수가 25명에서 30명 정도로 적은 편이었고 시 외곽에 위치하여 아이들이 순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교가 아담하고 예뻤고 마을도 한적했다. 마침내 특수학급이 없지만 학년에 한 학급만 있는, 학생수가 적은 작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로 결정하였다.


학교에 있는 병설유치원으로 옮겨서 학교 식당에서 식사도 하고 공간에 익숙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병설유치원 선생님과도 상담을 하였다. 녀석을 장애전담 어린이집에서 초등학교 부설 병설유치원으로 전입하였다. 입학까지 3개월 정도 병설유치원을 다니며 적응기를 가졌던 것도 녀석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후 입학을 하였고 다행히 녀석의 반 학생수는 20명이 채 안되었다.


 녀석은 산만하지만 공격적인 면이 없었다.  반 친구들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지만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았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녀석이 학교를 다니면서 짝을 바꿔달라거나 하는 불만을 말하는 학부모를 만나보지는 못 하였다. 하지만  이런 특성으로 일부 담임선생님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니 관심을 주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초등학교 선택과정에서
깨달은 것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아이의 성향과 특성에 맞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복지관이나 치료실에서 듣는 소문들보다는 엄마가 알고 있는 우리 아이의 특성에 대한 내 판단을 믿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치료시간에 아이를 기다리다 보면 어느 학교가 좋다더라, 어느 어린이집이 좋다더라 하는 말들,  누가 어느 치료실에서 좋아졌다는 말들도 많이 들린다.


휴직을 하기 전에 이사할 도시에 있는 장애통합 어린이집에 상담을 하고 전입이 가능하다고 하여 이사를 하였다. 이사 후 다시 찾은 어린이집에서는 자리가 없다고 하였고 우리는 어디를 보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아주 좋은 기회가 없어졌다는 생각에 속이 많이 상했다. 항의에 한 살 어린 친구들 반에 입소가 가능하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낮잠시간이 있는 어린 반은 초등학교에 내년에 입학할 녀석에게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더라 통신"보다 엄마의  판단을 믿게 된 사례가 있었다. 이사를 하고 장애인복지관에 치료 신청을 했지만 대기자가 많아 당장 언어치료를 받을 수가 없어서 미술치료 바우처만 하게 되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장애전담 어린이집에는 언어치료 선생님이 계셔서 치료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에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변 지인들은 장애가 심한 친구들의 행동이나 발성을 따라 하는 것과 같은 퇴행이 오기도 한다면서 말리는 분들도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두 군데 전담 어린이집을 방문했고 숙고 끝에 한 곳으로 결정했다. 집에서 멀지만 차량을 운행하고 있었다. 녀석은 평소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고 언어발달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언어치료를 받는다면 책 읽어 주기 효과와 함께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장애전담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다. 녀석은 어린이집의 언어치료 선생님과 라포가 형성되면서 구어 능력이 발전하였다.


녀석의 언어발달을 지켜본 같은 복지관에 다니던 엄마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그중 한 엄마가 아이를 녀석이 다니는 장애전담 어린이집으로 옮겼다. 그 아이는 거친 행동을 하기도 했고 다른 친구들의 행동을 따라 하는 등 퇴행되는 모습을 보여서 결국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겼다고 들었다. 아이의 특성을 잘 살피고 시설의 특성도 잘 살펴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사례 중 하나이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학교에 아이와 함께 가서 상담을 하시길 권한다.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 오듯이 학교도 방문하면 학교에 대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이 가능한지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상담을 갈 때는 다른 엄마들과 함께 가지 않는 것을 권한다. 간혹 특수학교를 방문할 때 여러 명이 함께 가는 경우를 보았는데 내 아이를 중심으로 질문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비추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녀석의 자폐적 특성에 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