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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인 Jan 19. 2021

 결정적 시기? 그게 뭔데?

녀석의 언어생활, 이론편_1

 이 글은 나와 녀석이 함께한 녀석의 유년기에 관한 것이다. 나는 녀석에게 일어난 변화를 증명하여 일반화할 수는 없다.  책들을 읽고 나 나름의 해석과 선택으로 책 읽어주기의 구체적 방법을 결정하고 실행하였던 것에 대한 기록이다. 내가 녀석의 언어발달을 위해 했던 일들과 그에 대한 녀석의 반응과 변화를 기록하였다.


  육아휴직 후 시간은 있으나 치료비가 부족했다. 시간만 주어지면 아이를 위해서 뭔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래서 너무 절절하게 기다렸던 시간들이 펼쳐졌는데 막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일 년이라는 시간을 정말 알뜰히 잘 써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하였다. 1회 1시간씩 주 2회 미술치료. 당장 녀석이 받을 수 있는 치료였다.


  엄마인 내가 아이의 언어발달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도서관에서 아동발달과 관련된 전문서적들을 읽어 나갔다. 그러다 만난 소중한 두 권의 책이 있다. 나에게 녀석이 말을 하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미친 듯이 녀석과 함께 몰입과 성장의 기쁨을 알 수 있게 했던 자동문에 붙은 "열림" 버튼 같은 책들이다.


 "매직트리, 뇌과학이 밝혀낸 두뇌 성장의 비밀(매리언 다이아몬드, 재닛 홉슨 지음)"과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짐 트랠리즈 지음)"인데 비유해 보자면 나와 녀석의 언어발달 프로젝트를 과학에 비유한다면 "매직트리"는 기초과학이었고 "책 읽어주기 하루 15분의 힘"은 실용과학이었다.

 



매직트리, 뇌과학이 밝혀낸 두뇌 성장의 비밀
(매리언 다이아몬드, 재닛 홉슨 지음)
@예스24


책을 다시 읽어보았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과 달리 책의 내용은 매우 충격적이고 비관적이었다. 여러 번 책의 앞 뒤를 오락가락하면서 살핀 후에야 내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고 용기를 얻게 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당시의 나는 절실함에 오독이라기보다는 책을 굉장히 주관적이고 선별적으로 이해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 책 전체로 보면 단 몇 페이지 되지 않는 아주 드문 사례와 적은 가능성을 녀석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으로 받아들이고 굳게 믿었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말이 실감되었다.



저자는 뇌의 발달이 기능별로 중요한 시기가 있고 그 시기에 적절한 자극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기가 태어나서 청소년기가 될 때까지 어떤 자극과 환경을 주어야 하는지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고 부록으로 저자의 실험을 통해 알게 된 학술적인 결과들을 설명하고 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거나 아기를 키우고 있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아쉽게도 이 책은 현재 절판된 상태다. 이 책이 쓰이고 이후에 뇌에 관하여 더 많은 것이 밝혀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뇌의 가소성


뇌세포와 뇌 부위가 유동적으로 변하는 것을 뇌 가소성이라고 한다. 뇌에 장애가 있을 경우 장애가 발생한 뇌 부위의 기능을 다른 뇌 부위가 맡는 것이 가능한 성질이다.

 

뇌의 절반 이상이 없이 태어난 아기가 적절한 자극과 환경으로 나머지 뇌만으로 모든 기능에 발달을 이뤄낸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나는 만약 녀석이 언어를 습득할 시기를 놓쳤거나 아니면 언어를 담당하는 뇌의 부분이 결함을 가지고 있더라도 적절한 자극과 환경을 준다면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학습이나 여러 환경에 따라 뇌세포는 계속 성장하거나 쇠퇴하는데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인 해마는 끊임없이 오래된 신경세포는 쇠퇴하고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겨나는 등 활발한 뇌가소성을 보인다고 한다. 전에는 결정적 시기가 지나면 더 이상 뇌 회로를 변경할 수 없다고 하였지만 결정적 시기가 지난 뒤에도 경험과 자극을 하면 뇌 발달이 일어나는 사례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말미에도 뇌에 대하여 더 연구하게 되면 결정적 시기가 지난 뒤에도 뇌의 적응력을 회복시킬 수 있으며 이는 미래 연구자의 몫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뇌피질에 있는 마법의 나무
"수상돌기"


뇌가 가소성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수상돌기 때문일 것이다. 뇌를 어떻게 자극하느냐에 따라 빽빽한 숲이 되기도 하고 듬성듬성한 민둥산이 되기도 한다. 또한 책 속에 언어가 뒤쳐진 아이에게 가장 좋은 자극은 독서라는 내용이 있어서 독서 방법을 다룬 책들을 찾다가  "책 읽어주기 하루 15분의 힘"도 알게 되었으니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이 책을 읽은 이후 일 년 정도 녀석과 고군분투한 후에 나는 발달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이 없는 시기가 일정기간 지속되다가 갑자기 쑥 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었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가 없다고 느끼는 시간 동안 부모도 아이도 지치게 되고 자극주기를 포기하게 되기 쉬운 것 같다. 나는 합리적인 것, 과학적인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여러 번 언급했듯이 불안하고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심적 상태라서 비판 없이 책에 쓰인 말들을 굳게 믿었고 그 덕분에 일희일비는 하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할 수 있었다(때문에  수 있었다). 책에서 말한 만 7세가 아직이었고 6년 동안 이뤄낼 발달을 몇 주, 몇 달의 노력으로 좋아지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계속해보자고 나를 다독였다.


 그 간 꽤 많은 자녀가 있는 지인들에게, 장애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이 책을 추천했다. 그들은 내가 봤던 희망을 봤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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