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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Oct 17. 2020

우리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김세진, 김근환 부부와 주아, 주혜, 주언, 주성 4남매"

 

까칠한 사 남매가 타고 있어요


   가파른 언덕을 지나 도착한 집 앞에는 '까칠한 사 남매가 타고 있어요'라고 적힌 차량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나란히 놓인 여섯 개의 신발들, 들어가자마자 시끌벅적하던 집 안, 그리고 반갑게 맞이해주는 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이 가진 사랑을 '입양'이라는 행동으로 옮겨 서로의 보금자리가 되어준 가족을 만났습니다. 콤마가 만난 네 번째 가족은 '김세진, 김근환 부부와 주아, 주혜, 주언, 주성 4남매'입니다.






아홉 살 주아, 여덟 살 주혜, 여섯 살 주언, 두 살 주성



   본격적인 인터뷰 전, 아이들에게 가벼운 질문을 건네 보았습니다.


첫 째 주아
(순서대로) 셋째 주언, 둘째 주혜
Q. 주언이는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첫 째) 주아 : 주언이는 다 좋아하는데
(둘째) 주혜 : (귓속말로) 다 좋다고 말해
(셋째) 주언 : 다 좋아요(수줍어하면서)


Q. 언제 서로가 가장 멋있어요?
(첫 째) 주아 : 몰라
(둘째) 주혜 : 그럼 나도 몰라
(셋째) 주언 : 나도 몰라!


   이렇게 아이들은 서로의 답변을 대신하거나 따라하곤 했습니다.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가감 없이 말하는 밝은 모습 덕분인지 인터뷰 장은 잠시의 적막도 없이 활기를 띄었습니다.


다음으로 가족 모두에게 질문을 건넸습니다.

 

Q. 함께하는 시간 중에서 어떤 시간이 가장 행복하나요?
세진(엄마) : 애들끼리 잘 놀고 웃는 소리 많이 들릴 때가 제일 좋죠. 싸우는 소리 말고 웃는 소리 들릴 때 뿌듯하고 사 남매 잘 만들었네 (하는 생각이 들어요.)


   거실 한쪽 벽에는 아이들의 흔적이 가득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그린 그림 속에서 가족 모두는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아이들은 그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인터뷰 중, 언니 옆에 꼭 붙어있는 주아의 모습, 아빠에게 뽀뽀세례를 하는 주성이의 모습이 실제 그림에 담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저 평범한 사랑 표현


(아빠) 근환 : (사실 입양 후) 일단 육아에 바로 진행이 되다 보니까 걱정은 그 순간 사라졌어요. 그다음서부터는 어떻게 하면 애를 잘 키워봐야 하나 (고민하다) 교육에 대해 많이 다닌 거 같아요. 입양 부모로서가 아니라,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가. 옛날부터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어서, 좀 많이 공부를 했고 좋았던 거 같아요.
 
(아빠) 근환 : 저 같은 경우에는 아이들 나갈 때나 운동을 한다던지 아이들이 각각의 성향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가끔씩 아이 한 명씩 데이트를 하러 가요. 그럴 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많이 보거든요. 오롯이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시간이니깐, 그때 아이의 표정을 보면 행복해요. 되게 일상적인 거였는데 그냥 저랑 첫째랑 둘이서 병원을 갔다 오고 오는 길에 둘만 점심을 먹었는데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많은 초보 부모들은 아이를 낳자마자 각종 육아 서적 및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점점 아이가 자라기 시작할 때 즈음, 각각 특성이 다른 아이들이기에 부모들은 자기 자녀의 기질이나 특성, 그리고 흥미에 따라 각기 다른 정보를 수집하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곤 합니다.


  그렇게 두 분도 아이들을 입양한 후, 입양 제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가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사랑을 주기 위해 한 명씩 데이트를 하는 육아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척척박사처럼 입양에 대해 읊어주던 근환 씨의 모습과, 아이들과 데이트를 하는 색다른 육아방식은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그들은 시작이 조금 달랐던 아이들을 위한 '평범한 사랑 표현'을 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시작은 선택에서부터


세진 : 우리나라에서 가족은 혈연으로 묶여야 한다고 교육을 하는데, 부부도 혈연이 아니잖아요. 가족의 시작은 혈연이 아닌데 자꾸 혈연으로 묶으려 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가족을 '혈연'으로만 엮어내는 사회 분위기는 ‘선행을 베푼 대단한 부모', '복 받은 아이들'이라는 말로 그들을 가둬놓았습니다. 사실, 실제 가족이 만들어지는 일련의 과정도 서로 모르던 두 사람이 연인에서 부부가 되듯 '선택'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처럼, 부모가 되는 과정,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주는 과정 또한 충분히 '선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데도, 우리 사회는 다름을 부정하듯 아직도 높은 벽을 두고 바라보는 듯 했습니다.



세진 : 우리(남편과 저)한테 쏟아지는 편견들은 괜찮아요. 우리가 어떤 사람들이라고 편견을 받는 건 상관이 없는데, 이제는 그 편견을 그대로 받아야 하는 게 우리 아이들이잖아요. 그래서 내가 유명인이 되지는 않겠지만 나 같은 사람들이 자꾸 나와주면 대단하진 않지만 이런 모습을 자꾸 보여주면 (아까와 같은) 많은 편견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근환 :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입양을 자신이 하긴 어렵고,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인 거 같아요. (중략) 그래서 자꾸 알리려고 하는 거예요.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입양한다는 걸.

   

    이 부부에게 입양은 선행이 아닌, 새로운 가족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자 선택이었습니다. 그래서 단지 서로에게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그들에게 다른 미사여구는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주아야, 가족은 뭐라고 생각해?
주아 : (가족이란) 행복한 거요. 같이 만들어 가면서 행복하게 사는 거니깐.

 

이들을 보기 전, 저희는 조금 특별한 모습의 가족을 찾아보고 싶어 그들을 찾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세 명의 동생이 찾아온 주아에게 ‘가족’은 함께 만들어가는 존재였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특별함’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 그리고 어른들이 만들어낸 프레임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9살 주아의 마음속에 위치한 '가족'을 의미를 지켜주고 싶습니다. '평범함'을 이야기하는 그들이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기쁨이 되고, 다치지 않을 수 있게 서로만을 볼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그들이 지금의 모습으로 웃을 수 있길 바라봅니다.


   귀한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신 '근환, 세진, 주아, 주혜, 주언, 주성' 가족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본 인터뷰는 코로나 19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자세한 인터뷰와 사진은 12월 공개되는 매거진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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