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comma project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Nov 21. 2020

무대가 끝난 뒤, 우리의 진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Family by Family: 여섯 번째 가족 "고블린 파티"

  이번에는 끊이지 않는 웃음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전 영상으로 보았던 무대 위의 섬세한 몸짓과 눈빛을 가진 모습과는 사뭇 다른 편안한 분위기였습니다.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모습이 마치 도깨비들이 모여있는 모습 같아 지어진 이름. 콤마가 만난 여섯 번째 가족은 '고블린 파티'입니다.




(왼쪽부터) 주성, 경구, 연주, 성은, 민주





모래성이 쌓이는 것처럼



   고블린 파티 열 명의 팀원 중 다섯 분과 인터뷰를 함께 했습니다.


Q : 개개인별로 합류한 계기가 달라서 언제 들어오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경구 : 저는 22살 때. 아까 말씀한 대로 공연 보고 그때 이후로 쫓아다니다가, 같이 작품을 한 번 해보자 해서 그 작품을 한 번 한 계기로 여기 있게 되었어요.
주성 : 저는 32살에 2016년에 들어왔어요. 저는 임진호, 지경민 씨랑 학교 선후배. 셋이 원래 학교 선후배였거든요. 진호랑 경민이가 듀엣으로 나갔는데 그게 원래 저까지 트리오였어요. 근데 제가 어렸을 때 잠수를 타는 희귀한 질병이 있어서.(웃음) 그때 딱 잠수를 타 가지고, 두 친구가 효인이라는 친구랑 셋이서 출발을 한 거죠. 저는 다른 일을 하진 않고, 무용을 다른 곳에서 하다가 군대 갔다 와서 할 일이 없는데 애들이 손을 내밀어 줘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연주 : 저는 언니(경구)랑 같이 학부생으로 만나서. 저도 진호 선생님이랑 경민 선생님이랑 삼촌(주성)이랑 똑같아요. 경구 언니랑 선 후배로 만나 가지고. 언니가 처음에 언니가 안무해본 걸로 작품 내보고 싶은데 같이 해볼래? 해서 학부생 때 언니(경구)랑 작업을 하다가, 저도 학교 다닐 때 경민 선생님한테 배우고 같이 작품 활동도 하다가, 졸업하자마자 같이 이렇게 하게 됐어요. 고블린 파티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하게 된 거는, 24살. 졸업하자마자 2016년인 것 같아요.
주성, 연주, 경구
성은, 민주
성은 : 저도 16년에 학교 졸업하고, 그냥 일만 하고 무용을 안 하려고 했거든요, 근데 이 친구(경구)가 같이 해보자고 해서 2016년부터 합류하게 되었어요.
민주 : 저는 진짜 얼마 안 됐는데. 막내예요. 좋은 기회(경구의 제안)로, 얼마 전부터 여우와 돌고래라는 작품을 같이 함께 하게 되어서 그때부터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실력으로 올라서고, 좋은 무대로 박수받는 분야이기에 오디션이 없는 팀원 선발 과정은 의아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실력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연주 : 저희 팀이 오래갈 수 있는 게 팀을 선발하는 기준의 문제인 것 같아요. 오디션을 통해서 뽑은 게 아니라 하나하나 쌓이고 쌓여서 뭉치다 보니까. 그래서 더 돈독하고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주위에서 들어보면 이런 거에 대해서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되게 많더라고요. 어떻게 고블린 파티는 다 친해? 이런 느낌? 그래서 모르겠는데? 그래요.
콤마 : 마치 모래성이 쌓이는 것 같이...!
연주 : 네네. 그런 모래성인 것 같아요. 단단한 모래성


   고블린 파티는 안무자를 '방향 제안'으로, 무용수를 '공동 창작'이라는 말로 대신한다고 하셨습니다. 이들이 팀의 균형과 좋은 팀워크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한 수직구조나 엄격한 규칙이 존재하지 않음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서로에게 건넨 제안, 선발의 기준부터 '아는 사람'이었던 그들은 정해진 모양은 없지만 오랜 세월을 버티고 쌓아 단단해지는 모래성 같았습니다.






몸의 신호를 주고받는 연습



Q : 무대 위에서 실수했던 경험이 있나요?
연주 : 엄청 많은데 가장 최근의 실수는... 이경구 씨가 막 뭉쳐서 가야 하는 동선이 정해져 있는데, 무리를 지어서 가야 하는데 갑자기 혼자 저 멀리 가는 거예요. 같이 가야 하는데 한 명이 없는 거 에요. 그래서 빨리 불렀어. 어디가? 어디가? 그런데 공연 중이니까 말을 할 수가 없잖아요. 연습 중이면 언니 뭐해 빨리 와 할 수 있는데 공연 중이니까. 근데 언니가 없으면 진행이 안되거든 요. 다 같이 하는 거라. 근데 막 저리 가는 거예요. 얼이 빠져가져 가지고 막. 며칠 전에 총 4명이서 했는데 나머지 3명이 엄청 이 사람이 올 동안 즉흥을 엄청 했어요. 연기하고. (웃음)
경구 : 제가 순서를 까먹었어요. 중간에 대사로 치면 중간 대사를 다 까먹고 마지막 대사를 하러 혼자 간 거예요. 혼자 가고 있으니까 제 입장에서는 왜 안 오지? 그래서 저기 가서 즉흥 하면서 기다리고. 동작하면서 애들이 막 손짓하니까 왜 그러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일단 가면서 아 내가 실수했구나를 느꼈죠.
연주, 경구, 성은
Q : 호흡이 잘 맞는다고 느껴질 때가 있나요?
경구 : 내가 에너지 약하거나 내가 실수했을 때 이 사람이 내 기를 딱 잡아줄 때. 순간적으로 나오는 실수를, 몸으로 하는 거니까 실수가 보이잖아요. 동료의 실수가 보이잖아요. 그럼 이제 이걸 빨리 되돌려야 하니까 그때 딱 정신을 잡고 이 사람을 다시 이 길로 순간 인도해야겠다. 이럴 때 아 호흡이 잘 맞는다고 느껴요. 실수해서 같이 당황하지 않고.
주성 : 실수하고 나서 눈이 딱 마주치면 서로 동공이 이만해지거든요? 그러면 누군가 한 명이 이끌겠다고 몸으로 신호를 보내요. 그럼 이제 그걸 따라가는 거예요.
경구 : 꽈악 잡거나
주성 : 그거는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건지 모르겠는데, 진짜 눈이 마주쳐서 자기도 모르게 신호를 줘서 가면 귀신같이 따라가요. 다. 여덟 명이 한 번에 붙어 있는 것도, 한 명이 출발하면 나머지가 다 따라갈 정도의 호흡이 있는 것 같아요.


    공연 중에 실수하는 순간은 이들에게도 찾아옵니다. 무대 위에 있기에 소리를 외치지도, 큰 손동작을 하지도 못하지만 관객들의 눈에는 실수로 보이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이들이 수없이 반복했던 것은 몸의 신호를 주고받는 연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문득 돌아가고 싶은 무릎


주성 : 저는 개인적으로 혈연으로 연관 지어져 있는 가족들을 저희 형 빼고는 별로 안 좋아해요. 근데 고블린 파티라는 단체에 제가 벌써 4년째, 햇수로 5년 차고 만으로는 4년 인 것 같은데, 이 친구들이 저를 삼촌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이유가 뭐냐면 오빠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많고, 경민이랑 진호한테는 선생님이라고 하는데, 선생님이라고 하기에는 저한테 배운 게 없거든요. 그래서 뭐가 있을까? 그냥 삼촌이라고 하자 해서 애들이 저한테 삼촌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애들이 그렇게 불러주다 보니까 저는 이 친구들의 삼촌이 된 것 같아요. 요즘에 진짜 많이 느껴요.
경구 : 삼촌보다 더 가까운,,
연주 : 나두
주성


주성 : 진짜 애들의 삼촌이 된 것 같고, 진짜 애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거든요. 이렇게 그냥 횟수가 쌓이고 자주 보면서 자연스럽게 가족이라는 관계가 굳이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그 지속성 때문에 가족이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꾸 요즘에 들어요. 제가 생각하는 가족은 꾸준히 같은 일을 지향하면서 서로 존중해주고, 서로 믿어주면서 호칭은 상관없이 계속 같이 가는 그런 것들이 가족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삼촌'이라 불려지는 주성님은 실제 삼촌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저희 콤마가 말하고자 했던 '가족'의 의미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혈연으로 규정되는 명칭들이 규정에서 벗어나 단골집의 '이모'가, 매일 함께했던 사촌 '언니'가 그의 본질을 충족하는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건 정말 큰 행운입니다. 이들은 그것을 넘어서 함께하는 가치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만두고 싶은 고민을 함께라는 이유로 잊을 수 있고, 말하지 않아도 같은 감정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경구


경구: 저는 약간 오글거리는 말일 수도 있는데, 사랑이 뭔지 알려주는 사람. 아 이게 사랑이구나! 이렇게. 저도 제가 어린 시절에 완전한 가족 형태에서 자라난 것이 아니라, 불안한 상태로 자라왔거든요. 이혼 가정에서 자라와서 항상 가족에 대한 그리움? 뭔가 나에게도 정말 안전한 울타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걸 항상 갖고 살아왔는데, 근데 고블린 파티 들어오고 나서 ‘아, 그냥 내가 어렸을 때 나한테는 그냥 안전한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고,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고. 나한테는 없기 때문에 나는 가족이 없다’라고 살아왔는데, 고블린 파티 들어오고 나서 아 그냥 이런 게 가족이구나. 내가 사랑을 받고 있고, 나도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울타리가 있고, 이런 것이 가족이구나, 가족이라는 게 다른 게 아니구나. 이런 걸 느꼈던 것 같아요. 여기 와서. 여기서 사랑 주고 사랑받는다는 걸 그게 뭔지, 그게 너무 행복한 것이라는 걸 알려주는 사람들. 그게 가족인 것 같아요.
연주 : 마무리는 "사랑해"로 끝내자.


누굴 기다리나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던가
그것도 아니면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자리를 떠올리나
무릎을 베고 누우면
나 아주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머리칼을 넘겨줘요
그 좋은 손길에
까무룩 잠이 들어도
잠시만 그대로 두어요
깨우지 말아요
아주 깊은 잠을 잘 거예요

- 아이유 <무릎> 중


   가수 아이유는 언젠가 자신의 곡 <무릎>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불면증이 있던 날, 잠들지 못하는 이유를 고민하다, 어릴 적 사르륵사르륵 머리칼을 넘겨주는 엄마와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꼴까닥 잠들었던 경험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이 노래 <무릎>이라는 곡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건내준 촉감은 생각만 해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지만, 그 기분을 표현할 말은 아무래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문득 돌아가고 싶은 무릎과 손길'은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관계와 감정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릎’과 같이 우리에게 편안함을 주는 관계는 별로 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족’이란 존재가 우리에게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어둠 속을 걷는 날, 어쩌면 많은 시간이 지난 후일 수도 있겠죠. 그러한 무릎이 그리울 때마다, 이들(고블린 파티)은 서로를 찾고 있길 기대해봅니다. 마치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준 것처럼.


   귀한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신 '고블린 파티' 가족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본 인터뷰는 코로나 19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자세한 인터뷰와 사진은 11월 28일 펀딩을 통해 공개되는 매거진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함께 꿈을 꾸는 우리는 가족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