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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나딘 Nov 17. 2021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세상에 어린이집이라는 필수 코스는 언제부터 생긴 걸까?

나는 유치원이 첫 시작이었던 것 같은데...

어린이집은 선택사항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다 큰 코를 다쳤다.


유명한 어린이집이 있고, 놀이학교라는 곳도 있단다.

심지어 영어로 하는 곳도 있으며, 숲 속에서 자연과 함께 지내는 곳도 있다는데...

도대체 어떤 곳에 꼬맹이를 다니게 해야 할지도 몰랐고, 당시에는 경제적인 부담도 컸다.


이리저리 많은 곳을 찾아 헤매다가 느낀 점은 1순위가 아닌 우린 대기번호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태어나는 순간에 대기를 넣어야 한다고들 충고해주었나?


태어나서 조리원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어린이집, 유치원 등 꼬마가 사회에 속하는 이 과정에서 이미 어떤 서열이 생기는 느낌이 매우 불쾌했다. 놀이학교란 단어가 너무 모습이라는 생각은 나만한 건가? 물론 많은 비용을 들여서 좋은 재료의 음식을 먹이고, 쾌적한 환경에서 나의 소중한 아이가 지내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늘 따를 것이고, 그런 고민 없이 지낼 수 있는 타 아이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는 나의 정신건강은 어쩌란 말인가? 


저녁에 잠들어 있는 천사보다 아름다운 이 녀석을 보면서 늘 말한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지금처럼 이렇게 편안한 얼굴로 잠들 수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나의 이러한 바람은 아침이면 또 다른 바람으로 이어졌다. 

"누구는 책을 벌써 읽는다. 어느 집 아이는 영어로 노래를 한다더라."

"저희 집 아이는 하루에 책을 백 권씩 읽어주니 벌써 글은 그냥 읽어요. 영어도 하고 한자도 알아요."


평범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내 간절함은 평범하면서도 건강하지만 그럼에도 너만의 특별한 어떤 능력이 생기기를 바라는 욕심으로 변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이 양쪽의 모든 정보가 엄마라는 존재를 너무 버겁게 만든다. 검색이나 간단한 검사 한 번이면 내 아이가 어떤 성향인지 어느 정도의 두뇌능력을 발휘하는지 발달 정도는 또래 집단에서 몇 퍼센트 안에 드는지 알 수 있다. 아이의 건강이나 행복을 위해 혹은 초보 엄마이기에 당연히 궁금함이 앞서 찾아본 이러한 여러 정보들은 결국 아이와 나를 잠식시킨다. 


항상 이러한 홍수에 휩쓸려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아직도 의문이다.

진짜로 평범하게 건강하게만 자라면 아이도 나도 행복할 수 있는지...

또 우리 꼬맹이는 지금 행복한지...


아이도 보고 듣고 느끼는 점들이 많아지는 요즘은 더더욱 그렇다.

누구는 생일파티를 어디서 했고...

주말에는 어디를 다녀왔는지 애들도 서로 대화하며 다 안다.

그리고 가자고 말한다.


갈 수 있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시기에 왜 못 가겠는가?

그런데 그 비용을 들여서 다녀오면 과연 쉴 수 있을까? 부모도 휴식이 필요한데...

얼마 전에는 큰 비용을 감내하고 키즈풀빌라에 다녀왔다. 모두들 만족도가 높았다. 

이 녀석도 누군가에게 박탈감을 안겨주었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매번 그런 삶을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다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아이가 건강하게만 자라기를 바라는가? 그 건강에는 정신건강도 포함인 것을...

어찌 키워야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지만 배려할 수 있는 건강한 녀석으로 키울 수 있는가?

그 과정에서 부모는 얼마나 건강하게 중심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내가 오은영 박사는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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