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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나딘 Dec 06. 2021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밥이 곧 희망

태어나서 꼬맹이를 처음 안았던 기억은 첫 모유수유를 시도하던 그날이었다.

너무 작고 너무 연약해 보여서 내 손가락도 녀석을 아프게 할 것 같아 두려워 등에는 식은땀이 가득했다.

병원을 나와 조리원으로 이동 후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었다. 녀석은 엄청난 대식가였다. 난 모유수유만을 고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분유도 잘 먹고 모유도 잘 먹는 너란 녀석! 기특했다.


그렇게 조리원을 졸업 후 집으로 오니 큰 깨달음이 있었다. 조리원이 천국이었다는 사실을...

녀석의 식사 시간은 교과서처럼 정확했으나 그 양이 좀 달랐다. 뭔가 입맛을 다시는 듯, 조금은 더 먹고 싶은 얼굴 표정 같은 느낌이 지속되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분유를 조금 더 주었더니...

유레카!!


얼마 후 녀석은 자력으로 분유를 먹었다. 대단한 흡입력이었다. 얼마나 세게 빨아먹으면 잡아주지 않아도 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는지 존경스러웠다. 그렇게 이 녀석의 식성은 어린이집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늘 한 그릇은 더 먹었으며, 미역국이나 설렁탕이 나오는 날이면 그날은 잔칫날이었다.


그렇다. 나의 꼬맹이는 정말 잘 먹는다. 그것도 매우 맛있게... 단점이 있다면 '엄마 밥'을 늘 외치며 외식은 꺼린다. 그래서 별명도 집밥순이다. 전형적인 한식 파이며 가급적이면 본인이 원하는 메뉴를 식사 전에 미리 주문하는 스타일이다. 덕분에 난 요리실력이 상승되었다. 최근에는 삼촌 덕분에 돼지 껍질의 맛을 알아버렸다. 


이 녀석 아침의 루틴은 밥을 먹으면서 그날의 급식 메뉴를 확인하는 것이다. 녀석은 급식 생각에 매일 신이 나서 등교한다. 아쉽게도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학교에 추가 급식 코너는 운영이 중지되었지만, 좋아하는 메뉴가 나오는 날에는 조금만 더 담아 달라고 말해 슬기롭게 먹고 있다. 이렇게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녀석에게 천청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초등학교 전면 등교로 급식 시간에 변화가 생겼다. 물론 이전에도 등교하던 학생들이 시간을 조절해가면서 급식실을 찾았기에 1학년에 식사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 주어졌었다. 이 짧은 시간이 전면 등교 이후 더 짧아지고 양이 급격하게 줄었다고 한다. 물론 띄어 앉기도 더 이상 하지 않는다고 한다. 


꼬맹이의 고심은 깊어만 갔다. 좋아하는 급식을 다 먹고 싶은데 시간은 없고, 빨리 먹으려고 마구 넣는다고 한다. 심지어 밥이 너무 조금이어서 전면 등교 이후 꼬맹이는 집에서 2차 점심을 먹는다. 매일 배고프다는 말을 달고 산다. 이쯤에서 내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 녀석이 이렇게 배고파하는 데에는 식성의 탓도 있겠지만 부족한 급식의 영향도 있으리라. 

자... 그렇다면 집에 와서 부족한 양을 채울 수 있는 친구들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결식아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여러 사정으로 인해 급식이 하루의 첫 끼인 친구도 있을 것이며, 급식으로 끼니를 대체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각 학교마다 사정은 다르겠으나, 우리 학교 친구들 중에 배가 고파서 힘들어하는 아이들은 없을까? 급식은 아이들 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영양 식단도 하고, 재료 선정에도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그 영양이 모든 아이들에게 충분히 섭취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방역지침이나 전면 등교에 따른 불가피한 경우라고 하지만... 급식 역시 성장기 아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리라. 아이들을 떨어뜨려서 충분히 먹일 수 있는 방법은 교실로 급식을 가져가면 될 텐데 이는 또 다른 인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작기는 해도 식당이 있는 학교에서 이 방법은 고려하지 않을 것이며, 고민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도 주어지지 않고 정부에서 결정해버렸을 것이다. 

다양한 방법을 사전에 미리 고려할 수 없었다면, 부수적인 방법이라고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꿈나무 카드를 사용해서 배고픔을 해결하기엔 그 비용이 턱없이 부족할 텐데.... 아이들의 배고픔이 너무 안쓰럽다. 하루 한 끼를 충분히 안심하고 해결할 수 있는 학교 급식이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면 과연 아이들이 건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 아이만 건강해서는 나라의 미래가 밝을 수 없을 것이다. 무상급식이라는 좋은 제도 아래에 그늘진 곳이 없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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