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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현이형 Dec 12. 2020

아파트와 주식이 상승하는 이유와 우리가 불행한 이유

배 아파서 죽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석아, 베를린 생활은 좀 어때? 잘 지내? 거기도 우리처럼 부동산 때문에 난리니?"


"어 봉현아, 여긴 뭐 월세를 5~10년 고정으로 계약해서... 돈 있는 놈들이 나 부동산 사지, 일반인들은 별로 관심 없어. 은퇴 준비할 때쯤 고향 근처에 집 알아보는 거 같아. 그런데도 매년 집값이 오르긴 오르더라."


회식으로 양꼬치와 맥주를 식도까지 밀어 넣은 지난주 수요일 소화도 시키고 바람도 쐴 겸 강남역까지 걸으며 베를린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건 그렇고, 봉현아 넌 잘 지내나? 행복하게 살고 있고? 담에 우리 강아지 보러 베를린 한번 놀러 온나"

(배는 부르고 등은 따듯한데 행복한지는 잘 모르겠어)


베를린 부동산 가격을 묻는 나에게 행복한지를 먼저 묻는 친구의 질문....잠시 머뭇거렸다.


"음... 뭐 괜찮아. 행복한 거 같아."(5년 전에 갭 투자했으면 더 행복했을 텐데...)


5년 전 서울 아파트에 갭 투자했다면 정말로 행복해졌을까?



최근 5년 서울과 독일의 주거용 부동산 가격 지수 [출처 : TRADING ECONOMICS]


전 세계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다른 나라도 다 비슷하게 주거용 부동산의 가격이 상승했다. 화폐가치가 그만큼 하락했다는 뜻이고,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이야기다.


자산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더욱 부자가 됐고, 자산이 없는 사람은 자산을 가지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된다. 테헤란로를 따라 걷다 보면 이제는 익숙한 현수막이 보인다.


임대문의 010-XXXX-YYYY

사무실 임대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사거리 한복판 노란색 현수막이 눈에 띈다.


사무실 임대 = "우리 건물 놀고 있어요, 돈 안되니까 사지 마세요"

한때 조물주 위에 건물주란 말이 유행했었는데...ㅎㅎㅎ


관악구 봉천동, 우리 집 가는 길 대로변 신축건물 상가 1층에도 6개월째 임대문의가 붙어있다.


신축건물 1층 상가에도 임대문의가 붙어있다.


"강남대로 한복판 1등급 상권에도 임대문의가 이렇게 많은데? 왜 아파트값은 계속 오르는 걸까?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영원히 수요가 지속될 자산엔 뭐가 있을까...? 음... 과연 이 세상에 변하지않는 가치란게 있기는 한걸까?)


과거엔 대로변의 상권이 수요가 많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배달문화 확대로 골목 뒤편 기존 2,3등급 상가의 임대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따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자산은 바뀐다.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우량자산의 순위도 변한다. 지방엔 일자리가 없어 사람들이 밀려온다. 서울 신규주택 공급은 제자리걸음, 내수경기 침체와 자영업의 몰락으로 사람들은 건물주 대신 편히 쉴 공간을 꿈꾼다.


내 가게는 없어도, 내 집은 필요하다. 그래서 서울 아파트에 수요가 몰렸을 뿐이다.


과거에는 없던 투기꾼이 4~5년 사이에 갑자기 생겨난 걸까..?

아니지... 불경기와 유동성이 "아파트 투기꾼"을 만들었을 뿐이다.


[부동산 인사이트] 지난 3년간 서울은 투기 아닌 '실수요 시장' 2013~2015년 투자 수요 많았지만, 이후 실수요가 대세... 시세차익보다 인플레이션 대비 목적 커_출처:비즈


정치적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우량한 회사의 주식으로만 돈이 몰려간다. 현금을 가지고 있기엔 불안하니까, 유동성이 공급되는 만큼 현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걸 우리 노동자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모든 걸 전산화해서 관리하는 정부는 최근 2~3년 서울시내 주택 구매가 실거주 목적이 란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급격하게 올릴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집을 가진 사람도 가지지 못한 사람도 모두 죽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집에 가는 길 마지막 현수막이 눈에 밟힌다.


서울시 자영업자 생존자금 '19년 연매출 2억원 미만/ 유흥업소 제외


서울시 자영업자 생존자금 '19년 연매출 2억원 미만/유흥업소 제외 70만원씩 2개월간 현금으로 집중 지원


앞으로도 계속해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우량한 자산을 확보해야 되는 이유다. 수요가 많은 자산에 더 많은 거품이 발생할 거 같다.

서울 신축 아파트, 우량회사 주식, 금... 여기까진 확실한데 비트코인은 잘 모르겠다.


각자 가진 재주를 잘 활용해서 경기가 회복되고 금리가 올라갈 때까지 우량자산을 확보해야 된다.

그런데 금리가 쉽게 올라가지 않을 것 같다.


"이제는 배고파서 죽는 게 아니라 배 아파서 죽는 시대라고 한다. 더 많은 유동성이 공급되고 내 계좌에 "0"이 몇 개 늘어나도 근본적으로 생각을 바꾸지 않는 이상 행복할 수 없을 거 같다."


남과 너무 비교하지 말자


개천에서 행복하자는 말은 아니고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살자 그리고 아프지 말자. 이글이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서울에 아파트를 가지지 못한 나도 마찬가지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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