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모르고사회복지학과
가고 싶은 학과를 적어내라기에 '국어국문학과' '사회복지학과'를 써냈고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그렇게 사회복지학과 학생이 되었다. 노령인구 증가로 인해 복지 쪽 전망이 좋단 신문기사. 그 한 문장을 보고 선택된 진로. 이게 맞는 건가란 생각이 들기도 전에 1학년이 되었다.
'사회복지학과 애들이라면 다 선하지 않을까' 란 생각은 착각이었음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사람들은 다 착하지 않을까' 란 편견과 같달까.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 무리엔 꼭 대장 노릇 하려는 자와 파를 가르는 자들이 존재했다. 갓 성인. 갓 20살. 그들만의 세계에서 꾸밀 줄 안다는 애들이 모인 집단이 만들어졌다. 무리로 활동하는 게 특징이었다. 같은 과 학생들을 얕잡아보기 일쑤였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습관처럼 타인의 외형을 비꼬듯 말하는 것이었다. 당시 통통했던 학생이 탈색을 하고 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 중 몇몇이 다가가 '머리 봐 병아리야 뭐야, 하얗게 된 털도 있어ㅋㅋㅋㅋㅋㅋㅋ 어디서 했어? 거기 절대 안 가게ㅎㅎ' 란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고등학교에서 일진놀이하던 애들이 그 습성 못 버리고 20살이 되었구나 싶었다.
그렇게 4년. 보여주기 식의 장애인복지관 실습. 봉사시간 채우기. 졸업. 사회복지사 1급 취득.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는 동기들은 극소수. 전망 좋다 떠들어대지만 취업 잘되는 학과 그 이상은 없었다. 사회복지사는 복지를 위해 일하지만 나를 위한 복지를 찾긴 힘들다. 오죽하면 '사회복지사에게 복지를' 이란 말이 있겠는가.
그렇게 몇 년, 복지사로 일하다 복지사란 이름을 내려놓기로 했다. 복지사의 처우가 개선되면 다시 사용할 마음이 들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앞으로 몇십 년은 가망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복지사도 하나의 직업이다. 봉사와 희생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한다. 당연히 받을 수 있는 복지를 원함에도 복지사는 '이기적이다' 란 말을 듣는다. 그렇게 이기적인 복지사는 필드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