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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Feb 16. 2024

갑작스러운 이별

나이와 연도는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친할머니와 꽤 오래 함께 살았다. 할머니를 좋아했던 어릴 때의 나는 할머니와 말동무도 해드리고 손톱, 발톱도 잘라드리고 목욕도 해드리면서 그 마음을 전했다. 치매가 있었던 할머니는 누군가와 소통하는 게 힘드셨고 매일 집 앞에 마련해 드린 의자에 앉아 멍하니 계셨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그 나이의 나에게도 안쓰럽고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더 잘 해드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지만 이내 나의 생활에 맞춰 살다 보면 온갖 핑계로 할머니에게 생각한 만큼 잘해드리기가 쉽지 않았다. 할머니는 귀를 파드릴 때마다 용돈을 만 원씩 주시곤 했는데 할머니 귀를 파드리는 건 너무 즐거운 일이었다.     

 

연세가 있으시니 오래오래 함께 살 순 없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할머니는 내 마음에서 갑작스럽게 가버리셨다. 친구들과 약속하고 여행을 간 그날, 신나게 놀고 아주 푹 잠들어버렸던 내 핸드폰은 꽤 많이 울렸다. 평소에 무음으로 해놓는 버릇이 있던 나는 그 알람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갑자기 꿈에서 할머니 영정사진을 보고 벌떡 일어났고 핸드폰을 보게 되었다.     


엄마에게 부재중 연락이 많이 와 있었다. 급하게 전화를 해 보니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였다. 황급히 짐을 싸고 서울로 올라갔다. 장례 기간에도 할머니 꿈을 계속 꾸느라 잠을 자지 못했다. 할머니가 고기를 먹고 싶다는 것이다. 이가 약해서 즐겨 드시지 못했던 음식이 생각나셔서 꿈에 나타나셨나 보다.     


한동안 참 허전했다. 지금도 떠올리면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할머니. 지금은 아버지도 함께 계시니 덜 외로우시려나, 할머니 언젠간 다시 만나요.


Image by LSK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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