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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선임 Sep 09. 2021

'괜찮다'고 말하지 마세요.

정말 괜찮은지는 관심사가 아님을 알고 있기에.


아기가 아프면 누가 가장 손해일까? 아기의 주양육자인 아기 엄마일까? 아빠일까?


바로 아기 자신이 가장 힘들다.


나와 가까운 지인들과 친인척들의 대부분은 튼튼이가 태어나고나서 '튼튼이를 위해서' 조심해주고 또 조심해주었다.


그런 마음이 있는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간단하다. 애초에 본인이 아기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그런 마음도 잘 느껴진다. 항상 '아기가 나 때문에 아프면 절대 안 돼'라는 생각을 하고, 자신보다 약한 생명체의 안위를 먼저 살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않은 사람들도 간혹 있었다. 나는 그들의 행동과 언사를 보며 황당했다.


아기는 생각보다 면역력이 좋다며, 원래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일찍 접하는 것이 건강해지는 방법이라며, 원래 다 그렇게 크는 거라며...


원래, 원래, 원래... 도대체 어디서 나온 '원래'인가요?


심지어 신생아인 아기가 코로나가 창궐하는 이 시대에 태어났는데도 크게 신경쓰지않는 경우도 있었다. 과연 당신의 아기였다면 그렇게 쉽게 '괜찮다'고 말할 수 있었을지 반문하고 싶었을 정도였다.


아기에게 혹시나 바이러스를 옮겨주진 않을까 걱정하기보단, 그저 새로태어난 생명체를 보는 것이 신기해서, 내가 궁금하고 보고싶은 마음만 앞서서, '다 괜찮을거야~'라고 조심성없이 무례하게 행동하던 사람들.


아기는 전혀 괜찮지 않으니 배려를 해달라고 했다.


배려가 무엇인지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았다.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


그렇다. 위에서 말한 사람들은 진정으로 아기를 배려하지 않는 것이다. 나로인해 아기가 아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거나, 아기가 나 때문에 아프지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절대 아니다. 본인의 욕심이나 호기심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다.


코로나는 '괜찮아'를 좋아해.


코로나 시대에 지하철에 붙은 포스터를 보았다. 포스터를 보며 멍 하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느 카피라이터가 만들었는지 포스터를 보자마자 소름이 싸악 돋았다. 무책임하게 툭 던지는 '괜찮아~'라는 말과, 그에 따라오는 배려없는 나의 행동들로 주변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경각.


'괜찮다'는 말은 과연 우리 아기를 위한 진심과 걱정이었을까?


본인 행동의 합리화를 위해 무심코 던지는 영혼없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무책임한 사람들의 '괜찮아, ~해도 돼.'가 소름끼치도록 싫다. '괜찮아, 나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을거야~'라는 말도 싫다. 어떻게 확신하나요? 신인가요?


우리 아기가 아프면 그들은 대신 아파줄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을 것을 너무나 잘 안다. (정말 걱정이 되는 사람들은 애초에 '괜찮다'는 말을 쉽게하지도 않는다.) 그것을 알기에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결국 내가 나쁜 사람이 되기로 자처하고, 배려없는 무책임한 사람들에게 배려를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되려 그들은 나를 '예민하다', '피곤하다', '심하다'고 표현하며 합리화한다. 그런 논리나 나를 향한 마이너스적 표현은 백번, 천번, 만번도 더 들을 수 있지만, 나는 아기가 한 번이라도 아픈 것은 볼 자신이 없다. 그렇게 말하거나 말거나, 사실 크게 신경쓰이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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