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 씨와 불운 씨가 있어요. 두 사람은 가까운 이웃으로 살고 있지만 아마도 서로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날, 같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물론 두 사람은 그 사실을 모르지요. 그런데 어째 두 남자의 여행 모두 계획대로 잘 진행되지는 않네요.
행운 씨는 비행 출발 시간이 늦어져 도착지에서 기차를 놓치게 돼요. 그래서 예정에 없던 차를 렌트하기로 하지요. 그런데 곤란에 빠진 부인을 도와주느라 가야 할 곳과 다른 곳에 도착하고 말지요.
불운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잠을 설치는 바람에 늦어서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차를 빌려 가지만 가방을 차에 두고 내리게 돼요. 겨우 마지막 버스를 탈 수 있었지만, 내려야 하는 곳을 지나쳐 엉뚱한 곳에 도착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하룻밤 묵을 적당한 숙소가 없어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길을 헤매기도 합니다.
두 남자는 과연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행운을 찾아서 | 세르히오 라이를라 글, 아나 G. 라르티테기 그림 | 살림어린이 | 2017년 01월 17일
두 번밖에 가보지 않아 가는 길이 익숙지 않은 어떤 곳을 찾아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참 신기했어요. 집에서 지하철까지는 두 번의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데, 둘 다 횡단보도 딱 서자마다 신호가 바뀌는 겁니다. 게다가 역 대합실에 도착하자마자 제가 타야 할 지하철이 도착하더라고요. 지하철에서 내려 횡단보도에 도착하니 또 신호가 초록 불로 바뀝니다. ‘오늘은 복권을 사야 하나? 완전 행운의 날인데.’ 싶었지요. 느긋하게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시간도 충분합니다. 너무 방심했던 탓일까요? 휴대폰을 보다가 제가 타야 할 버스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살짝 당황해서 다음 버스를 탔는데, 아뿔싸 비슷한 번호의 다른 버스를 탄 겁니다. 모르는 동네라 급하게 노선을 검색하고, 지도를 살피며 내려야 하는 곳을 가늠했지요. 평소보다 조금 많이 걸어야 했지만, 그래도 제시간에 무사히 찾아갈 수는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제가 이렇게 말을 했어요. “어쩐지 운이 좋더라니.”
버스를 잘 못 타는 것 정도야 너무나 사소해서 불운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이날이 생각났어요. 앞에 일어났던 수많은 행운들을 단 하나의 불운으로 지워버리고 ‘오늘은 운이 나빴던 날!’로 칠해버렸던 그 날을 말이죠.
어쩌면 저는 수많은 행운과 불운을 겪으면서 행운은 기억하지 않고 불운만 머릿속에 새기며 사는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게 어떤 행운도 의미가 없을 겁니다. 행운이 행운인 줄도 모르고 살아갈 테니까요.
작가는 행운 씨의 이야기는 ‘행운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라고 써 놓고, 불운 씨의 이야기는 ‘행운을 믿는 사람들을 위하여’라고 서 놓았습니다. 작가는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요? 행운을 믿는 사람들에게 불운 씨의 불운한 사건, 사고가 가득한 여행기는 어떻게 보일까요? 행운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우연과 우연으로 썩 잘 풀려나가는 행운 씨의 여행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까요?
이 책은 구성이 독특합니다. 책의 앞과 뒤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각자 진행이 됩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책의 중간에서 만나요. 두 사람의 험난한 여행의 결과가 펼침 면에서 밝혀지지요. 행운 씨의 이야기에서 불운 씨가 깨알같이 등장하고, 불운 씨의 이야기에서도 행운 씨가 등장합니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두 사람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절대 한 번만 읽고 넘어가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에는 생각지 못한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그 반전을 통해 우리의 삶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행운과 불운의 의미를, 그리고 그것을 넘어 행복은 결국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닌가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오늘은 뜻밖의 행운, 덕분에 감사했던 일을 더 많이 생각하며 하루를 보내려고 합니다. 행운과 불운을 내가 어쩌지 못한다면 그 속에서 행복을 만들어 내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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