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단발머리에 고등학생의 앳된 얼굴을 한 소녀가 응급실에 왔다.
저 멀리 지방에서 '죽음'을 위해 한강까지 왔다가 주변 행인의 도움으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까지 온 것이었다.
감정을 빼고 일해야 하지만, 슬픈 선택을 하기엔 너무 어린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쓰라린다.
'어떤 상황이 서울까지 오게 만들었을까' '한강까지 가는 길에 얼마나 많은 눈물들이 있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내 머리를 가득 채웠지만, 그 아이가 무사하길 바라며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결제해주세요' 덤덤한 목소리와 다르게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내밀며 말한 여고생의 눈은 툭하면 당장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행여나 나의 섣부른 생각이 그 아이를 동정한다 생각하면 어쩌지 싶어, '조심히 가세요'라는 말에 마음을 담았다.
그리고, 시간이 잠깐 멈춘다면 유리창 뒤에 있는 그 소녀를 꼬옥 안아주고 싶었다.
죽음을 선택하여 이곳에 왔었지만 그날의 심폐소생술이 감사한 순간이 반드시 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