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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나무 Sep 27. 2021

위기! 벌레 탈출

식물의 병충해 정보를 미리 확인하지 않고 구매하면 생기는 일

햇볕은 따사롭고, 식물이 자라기 좋은 온도다. 바람이 살랑살랑해서 그런지 여름보다 흙 마름도 빠르고, 식물들도 쑥쑥 자란다. 하지만 아직 흐뭇해하기엔 이르다. 무덥고 습한 벌레 창궐 여름 시즌을 비교적 무사히 보냈더니, 이윽고! 건조한 가을바람에 벌레 알들이 실려오는 날이 찾아온 것이다. 몇 개 되지도 않는 화분에 벌레들이 속출했다. 나의 열대 관엽식물들은 건조에 취약하고, 잎에 상처와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더이상 매일 아침 물을 주는 싱그러운 나날이 아닌, 벌레와의 전쟁 같은 나날이 계속되었다. 벌레는 눈에 보이는 즉시 맨손으로 눌러 잡는다. 


말이 살찌는 계절, 우리 집엔 벌레가 살쪄가는 계절이다. 키우기 쉽다고 소문난 식물이라도 벌레는 생긴다. 휴- 벌레 맛집 식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총채벌레 맛집 싱고니움

약으로 방제해도 내성이 생겨서 박멸하기 어렵다고 소문난 총채벌레. 싱고니움과 함께 배달 왔다. 데려오자마자 분갈이를 해주고, 강한 수압으로 잎 샤워도 시켜주었다. 다음날 뿌듯한 마음에 식물을 바라보니 잎맥이 춤을 춘다. 잎맥에 착하고 달라붙은 총채벌레 성충이 얍삽하게 내가 안 볼 때 슬금슬금 움직인다. 손으로 잡으려고 하니 도망간다. 잎 뒤를 살펴보니 알 같은 게 있다. 개체수가 많은 것 같진 않은데 일단 매일매일 세재를 희석한 물을 화장솜에 묻혀서 잎을 닦고 있다. 수행하는 기분이다. 다행히 저온기에는 잘 안나타난다고 한다! 어쩐지 날이 선선해지면서 개체수가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응애 맛집 알로카시아

알로카시아는 응애 맛집으로 유명하다. 응애는 종류도 다양하고, 내성에도 강해서 이것 또한 농약으로 다스리기가 어렵다. 절지동물의 거미류인 응애의 크기는 1~2mm, 그 작은 애가 거미줄을 친다. 식물에 얇은 실선이 보인다면 응애가 나타난 것이다. 알로카시아도 식물 키우기 난위도 '중하'라고 해서 들였지만, 키우기 쉬운 건 알로카시아가 아니라 응애다. 응애는 커다란 잎을 와구와구 먹고 하루에 약 10개의 알을 낳는다. 플랜테리어로 존재감이 큰 식물이라 그런지 카페에 가면 많이들 두는데, 그 커다란 이파리를 볼 때마다 내 눈엔 응애의 흔적들만 보인다. 더 이상 알로카시아는 시원스러운 잎사귀로 내 마음을 싱그럽게 해주지 않은 오래다. 


응애가 잎의 즙을 빨아먹은 곳은 선명한 초록색이 아니라 빛바랜 초록이 된다. 마치 과거에 사는 잎사귀 같은 느낌이다. 더 심해지면 그 부분은 노랗게 되거나 갈색으로 변하고 서서히 죽어간다. 그러니 현재의 푸른 잎을 지키기 위해선 매일 아침 알로카시아의 잎을 닦아줘야 한다. 그러면 겨우 응애의 개체수를 줄일 수 있다. 분갈이를 하면 나아진다고 해서 분갈이를 했다. 하지만 응애는 계속 나온다. 좀 더 심해지면 천적을 풀어놓을까 싶다. 응애의 천적은 사막이리응애라는 아주 작은 흰색의 벌레다. 마치 백군과 흑군의 싸움 같은 느낌? 물론 백군이 흑군을 다 잡아먹고 나면 먹이가 없어 그들도 사라진다.


깍지벌레, 개각충과 진드기 맛집 아펠란드라

이건 애초에 문제가 많은 아이였다. 아펠란드라를 들이자마자 분갈이를 했는데 이틀이 지나니 잎에 다글다글 개각충이 끼었다. 어미벌레가 잎사귀 뒤면이나 줄기에 알을 낳고 3~4일 후에 부화! 유충이 흙으로 떨어져 번데기가 되고 3~4일 후에 성충이 된다. 이놈들이 잎에 똥을 싸놔서 반질반질하기까지 했다.(심한경우 배설물 위로 그을음병균이 증식해 검정색 가루같은 것도 생긴다고 한다) 휴- 한숨 한번 쉬고, 화분을 엎었다. 뿌리 상태는 괜찮아서 흙을 갈고 다시 심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니 또 다글다글이다. 3일 만에 흙을 탈탈 털고 수경재배로 전환했다. 휴- 누가 수경 재배하면 병충해 없어진다고 했니!! 안심하고 한동안 자세히 안 봤는데 책상 위에 하얀색 비듬인가? 싶은 벌레 시체들이 내려앉았다. 잎 뒷장엔 벌레가 먹어 상처가 가득했다. (진드기도 같이 붙어있는 것 같다.) 


이제 할 수 있는 건 잎을 다 잘라주고, 새 순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Winter is coming! 겨울은 이파리 없는 식물에게 시련의 계절이다. 봄이 되기도 전에 죽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봄까지 기다렸는데도, 또다시 벌레가 또 생기면 마음의 상심이 클 것 같다. 안타깝지만 초록별로 보냈다. 벌레에게 점령당한 식물은 다시 들이기가 무섭다. 앞으로 아펠란드라는 안 살 것 같다. 


응애 맛집 오색 마삭줄

건조해지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응애 이 녀석들. 어느 날 물 주려고 보니까 잎과 잎 사이에 거미줄이 보였다. 응애는 스파이더맨처럼 이 잎사귀 저 잎사귀를 자유롭게 나다니며 마삭줄을 귀찮게 한다. 어쩐지 잎이 푸석푸석하더라니. 자세히 보니 갈색으로 잎이 말라 가는 이파리도 있었다. 얼른 화장실로 데려가 강한 수압으로 물샤워를 해줬다. 양지에서 자라야 잘 크는 아이니 로얄석 양지자리로 옮겨줬다. 이제 며칠동안 응애가 또 생기는지 지켜봐야 하는 녀석이다.



익충과 해충을 구별하자! 

세상엔 모두 없어져야만 하는 벌레들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여름 몬스테라와 올리브 나무 화분받침에 벌레들이 가득해서 깜짝 놀라 찾아보니 그 벌레는 '톡토기'였다. 다행히 이 벌레는 익충이었다. 익충의 특징은 움직이면서 더듬이를 더듬더듬하며 죽은 잎이나 사체, 유기물, 곰팡이를 찾는다. 이것들을 먹어 고급 양분으로 분해해주니 어떤 분들은 일부터 톡토기를 화분에 풀어놓기도 한다. 톡토기 외에도 먼지다듬이, 쥐며느리, 공벌레, 노래기 등은 익충이다. 반면 더듬이가 없고 죽은 잎, 살아있는 잎 가리지 않고 식물의 체액을 빨아먹는 해충이 있다. 응애와 진디, 가루이, 개각충, 총채, 애벌레 등이 있다. 해충은 발견 즉시 우선 다른 식물에게 옮겨가지 않도록 격리를 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실내가드닝 중이라면 농약 사용이 좀 꺼려질 수 있는데, 해충을 먹고사는 천적들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긴 앞발이나 집게를 가진 벌레들! - 마일즈응애, 칠레이리응애, 무당벌레, 집게벌레, 지네, 노린재, 그리마 등이 있다. 찾아보니 온라인에 이런 천적을 파는 곳이 있다.(판매처:코퍼트) 응애와 총채벌레가 더욱 많아지면 천적을 이용해 박멸해볼까 한다. 



디벤바키아 마리안느



그렇다면 이 벌레 이름은 뭘까요? (몰라서 물어봅니다 ㅠ)

얼마전 마리안느 화분받침에 초파리(익숙한? 뿌리파리랑 다르게 생김!) 시체들이 우두두 있었다. 깜짝 놀라 이파리를 보니 벌레먹은 흔적은 없어보였고, 오히려 새순도 나고 쌩쌩해보였다. 하지만 잎 뒷면에 아주 작은 벌레 알 같은게 있어서 잎샤워를 해주고 며칠 뒤에 다시보니 이번엔 새로운 벌레가 생겼다! 물론 초파리도 1-2마리정도 있었는데 그녀석들은 거의 죽기 일보 직전처럼 비틀비틀 거리고, 화분 밖으로 탈출하고 싶어하는 듯했다. 대신 사진에서 보이는 저 까만색 벌레들은 유충부터 성충으로 보이는 녀석들까지 10마리 정도가 기세등등하게 화분받침대에서 활보하고 있었다. 혹시 이녀석들이 초파리를 잡아먹나? 초파리가 사라진 자리에 알수없는 벌레가 생겨서 답답하다!! 이 벌레는 앞서 말한 익충의 특징인 긴 앞발과 집게를 가진것 같은데..혹시 아시는 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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