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고 싶은 게 많아졌다.
프로가 종영하면 운전연수도 받고 싶고. 휴대폰은 돈 주고 사는 거 아니라며 선택한 삼성 페이를 지원하지 않는 보급형 삼성 핸드폰과도 작별을 고하고 싶어졌다.
대학교 1학년 때 중고로 구입한 이제는 노랗게 바래져 스티커로 가리고 다니는 노트북도 바꾸고 싶고. 바다에 가서 서핑도 해보고 싶다.
상황이 힘들수록 몸이 힘들수록 하고 싶은 게 많아지는 내가 우스웠다. 예전에는 마냥 죽고 싶었는데 이제는 프로만 종영하면 세상을 다 갖은 사람 마냥 행복할 것 같아하는 날 보니 나는 정말 단순한 사람인 것 같다.
손 데인 것에 정신이 팔려 몸 안에서 자라고 있는 암 덩어리를 느끼지 못하는 것 마냥.
그렇다고 내가 살고 싶어진 것은 아니다.
프로만 끝나면
프로만 끝나면
요새 내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그러다 문득 생각에 잠긴다. 프로가 끝나면 달라지는 게 있나?
작가를 계속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싸구려 노동력 취급을 당할 텐데.
작가를 안 한다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냥 자고 일어나면 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다시 달력에 표시한 종영 날짜를 보며 마음을 다 잡고 완주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토닥인다. 다른 사람들처럼 불안함과 두려움을 애써 짓누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