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하다
마음이 물건이라는 형체를 띄기까지의 과정
선물하다는 행위는
상대를 위한 마음이 물건이라는 형체를 띄기까지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선물에 온 마음을 쏟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축하뿐만 아니라 위로 같은 여타의 감정을 위해 선물하는 일도 잦아졌고, 단순히 그날의 만남을 기념하기 위한 가벼운 선물도 필요했다. 또한 늘어나는 인간관계만큼이나 형식적인 선물을 주고받는 일은 말할 것도 없었고.
그래서 그런지 단순히 커피 교환권이나 선물 선호도 상위에 위치한 물품을 그냥 보내는 일이 늘었다. 그냥 주기만 하면 된다에 초점을 맞춰서 그럴까.
게다가 선물은 복합적인 감정을 들게 만드는데, 감사함과 더불어 답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항상 자리 잡게 만들었다. 그래서 선물을 받으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게다가 상대의 취향과는 전혀 부합되지 않는 선물을 했다가는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를 서운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세심한 주의와 관찰이 필요했다. 속된 말로 주고도 욕을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상당히 까탈스럽고도 대단히 번거로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상당히 애정이 가득하며 대단히 노력을 요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선물보다는 한 잔의 커피와 함께 시간을 같이 보내는 쪽을 더 선호했다.
그럼에도 일련의 과정들을 잘 알고 있기에 특히나 마음이 담긴 선물을 받으면 선물 한 사람의 마음을 떠올리며 한동안 상념에 젖어있곤 한다.
잠들지 못하는 내가 생각나서 살 수밖에 없었다던 드림캐쳐
읽는 내내 내 생각이 나서 선물했다는 이석원의 소설집
예쁘다는 말로는 담아내기에 부족한, 너무나도 귀한 마음인지라 이러한 선물을 받으면 온 마음을 쏟아 상대를 생각한 적이 언제쯤인지 뒤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