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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Aug 07. 2020

[오로빌+31] 어느 날 갑자기

어느 날 갑자기


아침으로 먹는 게하의 딱딱한 빵이 넘 싫어. 

여긴 온통 딱딱한 빵뿐이야. 

한국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이 먹고 싶어. 


맨날 먹는 파스타, 샐러드, 도사가 넘나 지겨워.

떡볶이, 만두, 짜장면 먹고 싶어. 

맛있는 커피도 없어. 이 동네에.


설탕 하나도 안 들어간 수박 주스도 싫고

단맛 하나도 안나는 딸기잼도 이상하고

사과만(!) 들어있는 애플파이도 ㅠㅠ


작은 부스러기 하나에도 몰려드는 개미 때문에

과자 하나 먹고 일어나도 쓸어야 하는 것도 싫어. 



오솔길에 불뚝 튀어나온 돌멩이가 미워졌어. 

오솔길도 양보하지 않는 소들도 미워졌어.

이 녀석들이 아무 데나 싸지르는 똥도 싫어.

사람을 좋아해서 아무렇게나 다가오는 개도 싫어. 

(개는 원래 무서워하지..ㅠㅠ)



인터넷도 잘 안되고, 전화도 안 되는 거 넘나 싫어. 

인터넷 하려고 모기한테 물어뜯기며 LTE테라스에 나가는 것도 싫어. 

전화도 맨날 됐다 안됐다 해. 뭐 이래?!


수시로 떨어지는 전기도 싫고.

밤엔 추운데 전기장판도 못 켜는 솔라시스템도 싫어.

애를 쓰고 들고 온 전기장판... 당분간은 무용지물이야. 


수업 시간 2시간 전에 시간 변경하는 랭귀지 랩도 싫어.

청소하는 날인데 청소 안 해주는 게하도 싫어. 

(다음 날 해주긴 해)


밤이 되면 온통 깜깜 해지는 것도 싫어.

길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은 지도도 싫고

그 지도를 참고해서 커뮤니티를 찾아가도 

동, 호수도 없어 또 게이트 앞에서 전화하는 것도 싫어. 


영어를 잘해서 빨리 말하는 사람들도 싫고

영어를 못하는 (나 같은) 사람들도 싫어. 

영어 못한다고 무시하는 사람들 젤 싫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공통의 화제가 없으니 뻘쭘한 것도 싫고

그나마 영어가 안되니 말하는 것도 어렵고

(내가 이토록 대화가 어려운 인간이었나?)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운 이 상황이 너무나도 싫어. 



그동안 아무렇지도 않던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나 싫어지다니.

아마도 향수병인가 봐. 



친구들이 보고 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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