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시계
난 밤새 선물상자를 손에 쥐고 있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날이 밝았다. 동이 터 오르는 것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나는 일어나 머리를 감고 옷을 입었다. 평소 잘 하지도 않는 화장을 하고 가방도 꽤 좋은 것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선물상자를 가방 안에 넣었다. 아직 시곗바늘은 여섯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가 돌아왔다고 한다. 만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정말 돌아온 것이 사실이라면, 이게 옳은 일이라 생각했다. 이제 그의 차례였다. 그를 보면 먼저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는 모르겠다. 그냥 조용히 이 선물상자를 건네어 주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이제 나는 벗어날 차례. 아직도 언니의 혈흔이 남은 채 언니의 향기가 스며들어 있을 이 시계를 그에게 전해주러 아침에 길을 나섰다.
시계방에 들러 건전지까지 갈아 끼운 나는 그의 집 앞 버스 정류장에 내렸다.
똑, 딱, 똑, 딱.
시계는 오전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