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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단이 Jan 08. 2024

설레고 싶은 하루


 어제 아침이었나. 오전 6시 반쯤 잠에서 깨어 침대 위를 뒹굴다 말고 문득, 내가 가장 최근에 설렘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꿈을 꾸고 일어난 것도 아닌데 왜 그런 생각이 들었나 몰라. 아무래도 1월 되어서 그런 듯싶다. 지독하게 루틴대로 흘러가는 하루, 무언가를 열심히 해도 별다른 다이내믹함 없이 그저 그렇게 느껴지는 결과들. 요즈음 나의 삶은 이러한 일들로만 가득 찬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당장 인터넷에 ‘설렘을 느끼는 방법’을 검색했다.


 살펴보니 생각보다 설렘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우리가 설렘을 느끼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과거에 겪은 일련의 경험들이 상처가 되어버린 채로 부정적인 믿음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눈에 띄었다. 그런 과거의 경험들은 나와 타인, 세상을 둘러싸고 부정적인 울타리를 만들어내고 나의 새로운 시도를 막는 것이라고 한다. 저게 뭐라고 ‘믿음’까지 되어버린담? 그러나 실제로 그랬다. 그 믿음이란 것은 대체로 이런 것이다.


‘열심히 해봤자 안될 거야.’

‘이 사람도 결국 떠나갈 거야.’

‘지금 당장은 좋지만 나는 또다시 실망할 거야.’

‘사람이 다 똑같지 뭐. 한두 번 당해?’


 이런 생각들이 우리 마음속에 단단한 ‘믿음’이 되어 자리 잡고 만다는 것. 그런데 이렇게 정리해보니 이 험한 세상을 저런 생각조차 하지 않고 감히 살아갈 수 있으려나 싶은 의문도 생긴다.


 ‘무엇보다 우리는 상처로부터 나온 감정들을 털어내지 못한 채 쌓아두고 살아가기에 더욱 설렐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한다.’


 부정적인 생각이 판을 칠 수밖에 없는 세상. 결국 저런 생각들을 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라면, 어쩌다 생겨버린 상처 그리고 그 속에서 나온 불순물 같은 감정은 반드시 털어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통 나의 마음이 어떤지, 아픈지 돌아보지도 않고 우리는 늘 앞으로만 나아가려고 하지 않나. 난 친구들에게도 물어보았다.


최근에 설렜던 적이 언제야?

 오랜 기간 혼자이다가 연인을 만난 몇몇 친구들은 연애를 시작하며 오래간만에 ‘설렘’을 느낀 것 같다고 답했고, 어떤 친구는 자기 인생에서 설렘이란 이제 없는 일 같다(너무 오래되어서 까마득해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자친구는 바빠죽겠는데 아침부터 무슨 말이냐고 대뜸 짜증부터 냈다…. 아, 우리는 설렘 없이 사는구나…. 나만 그런 건 아니라는 생각이 힘이 된다기보다 왠지 서글펐다. 한 친구는 ‘오히려 이젠 너무 설레지 않아서 아무것도 몰랐던 어렸을 때보다 상처를 조금은 덜 받는 것 같다’라고도 이야기했다. 나는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지인들에게 온 이런저런 반응을 살펴보며 이젠 설렘을 느낄 수 있는 나이도 지나버렸구나, 싶었다. 예전엔 ‘사랑’ 관련해서뿐만 아니라 새로운 일을 할 때도 멋모르고 설레곤 했었는데. 그 자리엔 이젠 설렘보다 ‘걱정’이 앞선다.


 아침부터 생각하던 ‘설렘’이란 단어에 대해서 그날 저녁까지 내내 계속 고민했다. 그러나 설렘을 느끼기 힘든 나이가 되었을지언정 나는 다시 한번 설레고 싶었다. 올해는 좀 더 설렐만한 일을 만들어볼까. 그래도 내게 답변을 준 어떤 친구는 좋아하는 연예인이 노래 부르던 도중 찡긋 윙크를 날렸을 때 설레었다고도 했다. 어쩌면 정말 작은 일상 안에서 설렐 수 있는 거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무엇을 보고 설렐 수 있으려나?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설렐 수 있을까? 처음 보는 책의 한 문장을 보고 설레려나?


 내가 욕심이 많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젠 나를 설레게 하는 일들이 무엇인지 돌아보며 살고 싶다.



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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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고 싶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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