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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단이 May 09. 2024

나 맞추기



 ‘똑!’하면 ‘딱!’

 ‘쿵!’하면 ‘짝!’

 ‘핑!’하면 ‘퐁!’


 한 음절만 들어도 그다음 음절이 예상되는 것들이 있다. ‘센스’라는 걸 갖추지 않은 사람도 ‘똑!’하면 ‘딱!’하고 외친다. 이렇듯 충분히 예상되는 것들은 타인에게 안정감을 주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극히 장점이 되어버린다. 많은 이들이 진보와 혁신을 외쳐도 어떤 존재들은 지루하리만큼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그대로여야지만 핀잔을 듣지 않는다.


 사회의 대부분은 변화를 말한다. 그러나 어느 면에선 자신의 예상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기만 하면 극도의 불안감을 내비친다. 예상 밖인 것들의 탓을 한다. 자신은 이미 완벽하게 ‘사회’의 한 단면이라도 된 것인 마냥. 실은 자기에게 있는 생각과 기준이 지극히 개인적이라는 것을 모른 채 그것이 보통의 기준이라는 듯 휘두른다. 그가 가진 기준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너는 사회화되지 않았어”라고 예상 밖인 것들에게 내뱉는다. 사회화되지 않은 것들은 얼른 털어내야만 그곳이 안전하다. 그러므로 그것들이 어떻게 무얼 하며 살아가느냐는 모두의 알 바가 아니다. 단 한 명의 알 바이지.


 나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가?


 똑? 딱? 쿵? 짝? 핑? 퐁?


 아니, 나는 그렇지 않아.


 똑? 띠용…?


 그렇다고 누구를 해치지도 않아.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내게 말했다. “참 똘똘하게도 생겼네. 아주 얌전하구나. 아주 순하고 착하구나.” 나도 내가 그런 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야 내 맘도 편했다.


 난 어느 면에선 똘똘하고 얌전하고 순하고 착했다. 그들이 모두 잘못 짚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이 원하는 지점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그들의 원하는 지점들을 난 참 지루하고도 성실하게도 잘 맞춰주었다. 그래서 이미 많은 이들에게 칭찬의 말을 자주 들어왔다. 그러나 이제 그 칭찬은 나에게 너무나도 달게만 느껴진다. 달콤하지 않다. 너무 달아 온 입안이 텁텁하다.


 언젠가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찾아 마시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인가?


 여전히 친절한 기색을 띠고 이곳저곳 발을 내디딘다. 칭찬을 들으며 들어서고 뒤통수 맞았다는 소릴 들으며 다시 길을 나선다. 반복.


 똑? 슝!


 억지를 부리진 않는다. ‘딱’이 나오지 않을 뿐. 나도 모르게 전혀 다른 게 튀어나와 버리면 나도 당황스럽다. 그리고, 왠지 모를 쾌감을 느낀다. 그냥 웃겨.


 그렇다고 ‘똑’하면 ‘슝’하는 곳을 애써 찾지 않는다. 그런 곳은 없다. 없다는 걸 안다. 그럼 그냥 지금처럼 반복하며 살아가다 보면 조금이나마 나를 끼워 맞출 수 있는 곳이 있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똑? 휑!

 쿵? 팍!

 핑? 꺅!



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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