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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ias Apr 06. 2024

아빠와의 이별은 안녕(13)

전교 1등보다 좋은 건.

소정이가 3등이라고? 전교 1등 박태. 2등 강휘. 늘 전교 1등을 하던 소정이가 3등으로 밀려났다. 이번엔 내가 탑이다. 강휘 이 자식은 뭐지? 바닥으로 알고 있었는데  한 번에 2등? 무서운 녀석이다. 늘 2등만 하던 나의 목표는 박소정이었는데. 강휘 녀석이 나타나 박소정이 3등이라.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 소정이가 도와준 게 분명해. 그래도 같은 반이 아니어서 본인이 시험을 치른 건 확실하니 보통내기가 아니야.  


그리고 연수. 그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슬프다.  널 바라본 지 이미 오래되었어.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빛나던 널 바라보는 것만으로 학교 가는 게 좋았으니까. 난 아주 평범한 아이. 작고 연약했어. 넌 눈에 뜨이는 반짝이는 아이. 네게 다가갈 수 있으려면 내가 나아져야 했어. 난 노력파지. 뭐든 열심히 했어. 네가 날 봐주기를 바라며. 6학년쯤엔 나도 좀 괜찮아졌는지 전교 회장에 여자애들의 시선과 대시도 많이 받았어. 그래도 네겐 여전히 나란 놈은 존재감이 없었나 봐. 중학생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는 건 너, 너의 시선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누구에게도 향해 있지 않았지.


널 맨 처음으로 보기 위해 매일 여섯 시에 집을 나왔지. 네가 여섯 시 30분이면 학교에 오니까. 내게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장미꽃 열여섯 송이를 사고 꽃다발 속 깊이 쪽지도 넣었어.

"연수야, 너와 친해지고 싶어. 널 좋아해. 오래전부터. 태윤."

꽃다발을 네게 던지고 나서야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현타가 왔어. 내 생일이어서 그랬을 거야. 다행히? 넌 꽃다발은 보지도 않고 그런 미친 행동을 한 놈이 누군지 내쪽을 바라보고는 가버렸나 봐. 나는 잽싸게 운동장으로 달려가 꽃다발을 챙겨 왔어.


최악은 오늘 담임선생님과  면담하러 음악실에 갔는데... 거기에 연수가 있어서... 쪽지를 보고 꽃다발을 버린 건 아닌지 갑자기 생각이 난 거지. 거기까지 생각을 못하다니. 내가 숨어있는 동안 꽃다발을 살펴보았을 수도 있는데. 이 생각을 전혀 못했을까. 내가 아는 연수라면 그냥 무시하고 가버렸을 거라고만 생각했지. 하지만 연수를 음악실에서 마주친 게 우연이라고 하기엔 뭔가 이상해. 연수는 우리 반 담임 선생님 하고도 친하니까... 미치겠네. 설마... 아니겠지? 만약 알게 되었다면 연수는 날 어떻게 생각할까? 스토커라고 여길지도. 모르는 편이 나았는데...


참! 강휘 녀석 면담이 내 전 타임이었는데 그렇다면 연수와 강휘가 만났다는 거잖아. 뭐지? 둘이 뭐가 있나? 껌딱지 소정이가 있어서 둘이 그럴리는 없고. 아니지. 연수가 레즈라는 소문을 내고 다닌 것도 소정이 인데. 강휘가 혹시 연수를? 포기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미쳤나 보다. 소설을 쓰고 있다, 진짜. 전교 1등을 하면 뭐 하나. 좋아하는 사람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신세인 걸. 연수는 정말 남자애한테는 관심이 없는 걸까? 내겐 영 기회가 오지 않는 걸까?

비참한 하루가 지나간다.


아침 자습시간에 담임선생님이 부른다.

"어제는 뭐야? 면담하러 온 녀석이 도망을 가다니. 설명 좀 해봐. 내가 납득이 되도록."

"저, 그게요. 너무 놀라서 그만"

"왜 놀라?"

"... 연수가 있어서..."

"... 연수가 있었지. 그런데?"

"꼭 말해야 돼요?"

"음, 그건 아니지만 날 어느 정도 이해는 시켜야 되지 않겠니?"

"사실은 제가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그게 바로..."

"그게 바로... 연수구나!"

"네... 아무도 모르는 비밀인데, 연수는 내가 누군지도 모를 수 있는데... 갑자기 연수가 나오니까 놀라서..."

"이거 이거 재밌네. 우리 학교 최고의 인싸인 박태윤이 짝사랑을 하고 있었다니..."

"제발요, 비밀 지켜주실 거죠?"

"그래야지, 대신 내가 제안하나 할까 하는데~"

"??"

"연수랑 한번 만나볼래? 물론 다리는 내가 놔줄게^^"


세상이 달라졌다. 늘 지나던 길도 반짝 빛난다. 이번주 토요일 연수를 만난다. 내 마음이 하늘에라도 닿은 걸까? 담임선생님은 무슨 생각으로 연수와 날 연결해 주시는 걸까? 내가 불쌍해 보였나... 그래도 그렇지, 연수 마음은 생각도 안 하고 덜컥 소개해주기는 무리수인데. 뭘까? 연수는 나란 존재를 알고 있기는 하겠지. 벅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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