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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ias Apr 24. 2024

아빠와의 이별은 안녕(14)

이런 것도 운명일까?

박태윤. 앞으로 내가 좋아한다고 말해야 될 아이. 굳이 이럴 필요까지야 없었는데 괜한 짓을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냥 아이들이 믿을 수 있게 존재하는 사람이면 되고 소문만 나면 되는데 그 아일 만나야 되나? 선생님은 대책도 없이 약속을 잡아버리다니. 어찌 되었든 도와주신 분이길래 뭐라 하지도 못하겠고 한 번은 만나야 될 것 같다. 왜 휘가 자꾸 떠오르지? 그러고 보니 휘랑 박태윤이 같은 반이던데. 휘가 알게 되면? 에이, 딱 한번 만나고 말 건데 휘가 어떻게 알겠어. 박태윤이 여기저기 말하고 다닐 애는 아닌 것 같아.

휘가 많이 변했다. 내게 전해지는 느낌은 그대로인데 현실의 휘는 예전과 다르다. 범생으로 변하고 있던데, 소정이의 작품이겠지. 소정이가 때로 휘를 통해 전해온다. 그녀는 휘를 내게 부탁했는데 소정이가 휘를 돌 봐주 고 있다. 고마운 부분도 있지만 소정이가 부러울 때가 있다. 휘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 완전한 타인은 아닌 것이, 그녀를 통해 나와 연결되어 있다고 믿고 있다.


토요일.

카페 '모색'에서 박태윤을 만난다. 모색은 여자 애들이 많이 오는 곳이니 분명 누군가 볼 것이다. 박태윤에게 좀 미안하다. 사실 상당히 많이 미안하다. 별 이상한 여자애랑 사귄다고 소문이 파다해질 텐데. 그나저나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선생님이 박태윤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니까 답답하네. 걸음이 점점 무거워진다.

벌써 와 있는 건가? 들어가 있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건 뭐람. 거기가 꽃다발!? 창피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박태윤이 환하게 웃으며 문을 열어준다. 으악, 안에 아는 애들이 몇 명이나 있네. 잘 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잘해보자! 파이팅!



"연수야, 나 너무 놀랐어. 담임선생님이 너랑 만나게 해 준다고 해서..."

"그랬겠지... 나라도 그랬을 거야"

"그래서 정말 좋았어, 너랑 만나는 게 되는 것 "

'뭐지? 이 반응은?'

"이번엔 꽃다발 받아줄 거지?"

'어랏! 생각났다. 얼마 전 완전히 무시했던 날아온 꽃다발. 숨어버린 녀석. 그게 너인 거야? 그럼 너 혹시?'

"받아줄 거지? 내 이름은 알고 있는 거지?"

'아, 머리 아파. 이름도 갑자기 생각이 안 난다'

"그럼, 받아야지. 지난번 꽃다발 너였어? ㅎㅎ 너무 놀라서 그만 꽃다발 못 챙겼네. 미안하다. 그런데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물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 솔직하게 말해도 되지? 나 연수 너 좋아해. 엄청 오래전부터. 완전 꼬맹이때부터. 그래서 오늘이 지금껏 살아온 날 중에 제일 기쁜 날이야"

'숨이 막힌다. 무슨 소리야?'

"놀랐어? 매일 하던 말이라 막 줄줄 나오네. 네 생각도 안 하고. 놀랐을 거야. 그냥 그렇다고. 내가 널 많이 좋아한다고. 날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나랑 친구 하자. 나라는 놈 생각보다 괜찮은 놈이야. 네가 몰라서 그렇지 의리도 있고 무엇보다... 연수 네가 하자고 하면 다 할 수 있거든. 세상에서 제일 잘해주고 싶어"

"그만. 친구는 할게. 그런데 나한테 그렇게 잘할 필요는 없어. 편한 친구로 대해주면 고맙겠고... 음. 너무 간지러운 얘기는 금지 부탁. 듣고 있는 거지?"

"그럼. 오늘부터 완전 친구! 연수, 연수야, 내 친구 연수!"

"아... 이름 좀 그만 불러"

"내 이름도 불러줄래. 그럼 그만 부를게"

"박태윤. 맞지?"

"에이, 성은 빼야지~정 떨어지게 그게 뭐야"

"태. 윤. 됐지? 나가자"


망했다. 일이 술술 풀린다 했더니 너무 세다. 박태윤이 날 좋아했다고? 오랫동안? 좀 무시무시하네. 소문이 나도 별로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건 다행이지만 너무 세지 않나, 이건? 진짜 사귀야 되는 건 아니겠지? 계속 만나자고 할 것 같은데. 친구들 만나기도 바쁜데. 맞다. 휘가 알게 되겠는데. 어떡하지? 휘가 무슨 상관이야? 그렇게 좋다던 누나도 떠나고 나하고도 한 번의 만남으로 땡! 했는데 뭐 신경이나 쓰겠어? 나도 너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 너처럼... 뭐야, 왜 눈물이 나는 거지? 네 곁엔 소정이가 있잖아. 그니까 나도 내 옆에 누군갈 두는 것뿐이라고. 이래야 공평하지. 맞지? 강휘. 강휘야, 오해하지 말아 줘. 박태윤은 아무것도 아니야. 내게 넌 그녀야. 뭔가가 엉켜버렸어. 내 맘과 다르게. 이런 것도 운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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