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든다는 것
<잡생각 연구소 - 어떤 잡생각도 허튼 생각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생각 정리>
원래도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코로나로 인해 더 줄어들었던 술자리를 오랜만에 가지면서 열심히 소맥을 만들었다.
소맥을 만들며 “왜 귀찮게 이렇게 계속 말아야 하지? 소맥을 아예 팔면 안 되나”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렇다면 왜 유행한다 하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대한민국에서 소맥은 상품이 없을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보다 알게 된 사실이지만 소맥은 아니지만, 백세주와 소주를 섞어 만들어진 ‘오십세주’를 만들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소맥은 판매자 입장에서 손해다.
사실 판매자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소맥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손해를 보게 된다. 아마 소맥을 한 번이라도 만들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만들다 보면 소주가 부족해서 소주를 더 시키면 그다음에는 맥주가 부족하여 맥주를 시키는 무한 반복이 된다. 결국 소맥이 있다면 1~2병 시키면 되지만 소맥이 없기 때문에 맥주와 소주를 계속해서 시키게 되는 것이다.
소맥은 만들어 먹어야 제맛이다.
술자리에 가면 꼭 소맥을 만드는 사람이 한 명씩 정해져 있고, 저마다 자신의 레시피가 더 맛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소맥에는 정확한 레시피가 없고 본인 취향대로 만들어 먹게 된다. 본인 입맛에 맞지 않으면 아예 거들떠도 안 본다. 그러니 주류회사에서도 만들기가 어려운 점도 있다. 애써 만들었는데, 본인들의 소맥 비율과 맞지 않다면 안 마실게 뻔하니까…
주류회사에서 말한 내용을 보면 소비자들은 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고 직접 만든 자기 레시피를 자랑하는 것이 하나의 술자리 문화로 잡혀가면서 이것 또한 하나의 유흥의 요소가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맥을 만드는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뭐 우리나라가 워낙 유흥을 좋아하니까…
근데 이게 우리나라만의 이야기일까?
소맥은 두 가지의 알코올을 섞은 음료를 말한다. 두 가지 이상을 섞은 알코올음료라면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칵테일도 해당하고 잭콕, 하이볼 등 무수히 많은 음료가 존재한다. 특히 소주와 맥주 형태와 비슷한 위스키와 맥주의 형태도 서양에서는 Boiler Maker라는 이름으로 꽤나 오래전부터 존재했었다. 결국 우리나라의 유흥 문화가 아니라는 말이다. 술을 보면 섞고 싶고, 새로운 것을 만들며 노는 문화는 인류 모두의 특성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걸까?
프랑스 철학자 앙리 루이 베르그송(Henri-Louis Bergson)은 인간을 호모 파베라(Homo Faber)라고 칭하며, 인간의 본질이 “도구를 사용하고 제작할 줄 알며, 만드는 행위를 통해 자기 자신을 정리해 가는 과정에 이른다”라고 정의 내렸습니다. 즉,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드는 행위와 더불어 그 결과물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소맥도 무엇인가를 만드는 행위라고 본다면 인류의 본질인 ‘만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다양하게 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만드는 것일지 모릅니다.
소맥에서 벗어나더라도 우리는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면서 재미를 느끼고 그 결과물을 통해 뿌듯함을 느낍니다. 완성품을 샀을 때와는 전혀 다른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그림을 그리거나, 가죽 공예를 배우거나, 십자수를 배우는 등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활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완제품을 사는 것이 더 전문적이고 효율적 일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내 손을 통해, 내가 직접 만들어 내는 것 하나하나 그 의미가 남다를 것입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마음에 안 들거나, 굉장히 안 예쁠지 모릅니다. 음식의 경우에는 맛이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이 쌓이고 요령이 생긴다면, 다른 사람에게 ‘이건 나만의 것이다!’라고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나만의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