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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타는브랜더 Sep 08. 2020

#SorryChallenge

대한민국은 쏘리 챌린지 중...

<유튜브를 도배한 썸네일>


 최근 유튜브를 강타한 챌린지가 있습니다. 잘 나간다고 말할 수 있는 유튜버들은 너 나할 것 없이 참여 중인 쏘리 챌린지인데요. '쏘리 챌린지'라는 이름만 들으면 봉사나 기부 같은 챌린지가 떠오르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나혼자 산다'에 나오면서 슈퍼스타의 스타일리스타라는 별명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슈스스 한혜연 님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인플루언서 광고판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그 내막을 살짝 살펴보자면, 한혜연 님은 유튜브 '슈스스 TV'를 런칭하고 구독자 80만 명 이상을 거느리는 일명 파워 유튜버였습니다. 슈스스 TV 컨텐츠 중 '내 돈으로 내가 산'을 줄여서 '내돈내산'이라는 한혜연 님이 직접 고른 제품을 리뷰하는 컨텐츠를 진행 했는데, 실제로는 한혜연 님이 직접 돈 주고 산 제품이 아닌 광고비 3000만 원가량을 받고 찍은 PPL 영상이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슈스스TV'의 한혜연 님은 이 논란에 대해 유료광고 표기 누락을 인정하고 반성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인기 스타일리스트라는 타이틀을 믿고 신뢰를 가지고 있던 많은 구독자들의 거센 비판은 끝나지 않았고, 다른 유튜버들에게도 불똥이 튀기 시작한 것입니다.

'슈스스TV'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대한민국 유튜브 시장 생태계에 비밀리에 존재하던 '뒷광고' 시장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참PD님의 발언 그리고 홍사운드님 영상으로 유튜버들 직접 저격하는 내부고발 사건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많은 유튜버들이 네티즌의 수사에 걸려들었고 뒷광고를 인정하고 사과 릴레이를 펼치며 유튜브 인기 영상 순위에 검은 화면과 죄송합니다라는 글씨가 줄을 잇고 '대한민국은 쏘리 챌린지 중'이라는 웃지 못하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저의 시각으로 유튜버와 기업 브랜드의 관점에서 풀어볼 생각입니다.



 #Youtuber as a Brand


소위 잘 나간다는 유튜버들은 개인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나의 기업 브랜드가 낼 수 있는 영향력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진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해당된 유튜버를 하나의 브랜드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고자 합니다.


<David Aaker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시스템>

 

 데이비드 아커의 이론에 따르면, 브랜드는 제품, 조직, 상징, 페르소나 이렇게 4가지 측면으로 구성됩니다. 그럽 이 모형에 따라 유튜버를 재해석해보면, 유튜버들이 찍는 영상은 제품이 될 것이고, 유튜버들이 보여준 태도와 특징들이 조직으로서의 이미지를 생성하게 됩니다. 얼마나 참신한 영상을 찍느냐 또는 재밌는 영상을 찍는지에 따라 혁신 또는 재미라는 조직적 차원이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조직적 브랜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징보다 혁신, 품질에 대한 추구, 시장에 대한 관심 등과 같은 기업의 특징을 나타냅니다. 최근 이슈가 주로 이슈가 발생한 먹방 유튜버들을 예로 들자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관심 같은 요소가 해당될 수 있습니다. 그다음은 상징으로 심볼이나 로고 또는 유튜버 네임밸류가 해당이 되고, 마지막으로 페르소나는 개성,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 등을 포함하며, 브랜드가 사람처럼 여겨질 수 있는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반 기업 브랜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브랜드 페르소나라고 생각합니다. 제품과 품질을 넘어서는 고객과의 관계, 친구로서의 브랜드를 형성하는 것이 강력한 브랜드가 갖춰야 할 첫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애플의 예시를 보자면 제품에 문제가 있어도 사람들은 또다시 애플을 믿고 제품을 사는 것과 현상입니다. 애플 사태를 보고 사람들이 '앱등이'라는 단어를 만들어서 비하하기도 했지만, 사실 애플이 브랜드 관리를 정말 잘했다고 표현해도 맞는 말입니다. 제품의 문제를 뛰어넘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실제로 작은 문제에도 고객들이 전부 등을 돌려버리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 문제가 어떤 문제인지가 매우 중요해집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관계가 좋으면 어느 정도 수준의 실수는 눈을 감아주지만, 신뢰가 깨질 정도의 행동을 하면 관계가 좋을수록 실망감도 커지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유튜버의 얘기로 돌아와서, 사태가 터진 유튜버들을 보면 전부 잘 나간다는 유튜버들입니다. 샌드박스의 대표, 보겸, 나름, 문복희 등 네임밸류를 무시 못할 유튜버들이죠. 쯔양님의 경우 이 사태로 은퇴까지 하셨지만, 실제로는 뒷광고를 하지 않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물론 유명하지 않은 유튜버들에게는 광고조차 들어가지 않았을 겁니다. 유명한 것과 유명하지 않은 것이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실 수 있지만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건이 이렇게 커진 이유는 바로 보상심리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보상심리'는 정신적으로 억압된 욕구를 다른 형태로 보상받으려는 것을 말합니다. 먹방 유튜버와 보상심리의 관계를 보자면 먹방 컨텐츠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유에서 살펴봐야 합니다. 첫째, 먹방이 왜 인기 컨텐츠가 된 것일까요? 그것도 유독 한국에서? 한국이 다른 나라들의 비해 비만율이 현저히 낮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결과로 인해 증명이 되었습니다. 한국인들이 주식처럼 먹는 김치의 영향도 있고, 반찬에 채소도 많은 것이 주된 이유로 뽑히지만 내면적으로 한국만큼 남의 몸매, 특히 여성의 몸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가 없습니다. 조금만 몸무게가 올라가도 다이어트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먹고 싶은 욕구를 나를 대신해서 풀어주는 컨텐츠가 나왔고 억압된 욕구를 컨텐츠를 시청하면서 풀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유독 한국에서 폭발적으로 먹방 컨텐츠가 성장하게 된 것이죠. 이처럼 먹방 컨텐츠의 시작과 성공에서부터 보상심리가 작용이 되었습니다.

둘째,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바로 단순히 욕구를 풀기 위한 보상심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내가 좌절하지 않기 위한 보상심리로 변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아이돌이 데뷔했을 때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처음 나온 아이돌이 마음에 들어서 그 아이돌을 위해 앨범도 사고 콘서트도 다니면서 개인적 일상과 여유를 쪼개서 시간과 돈을 투자하죠. 결국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성장하면, 내가 키웠다는 만족감과 뿌듯함이 더 높아집니다. 그런데 이 아이돌이 굉장히 부적절한 사회적 이슈를 일으켰다면 그동안 내가 해온 행동, 투자한 시간과 돈에 대한 보상심리가 발생하는 것이죠. 그 아이돌에 대해 가졌던 긍정적 감정이 크면 클수록 부정적 감정의 크기도 더욱 커지게 됩니다. 이때 사람들은 보통 두 가지 선택을 하게 됩니다. 바로 남 탓을 하거나 자기 탓을 하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두가지 모두 자기 방어기제가 발생하는 것이지만, 내 탓을 하는 것보다 남 탓을 하는 것이 더 쉽습니다. 이번 사건이 이렇게 커진 이유와 대형 유튜버들 위주로 터진 이유가 바로 여기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자신이 유튜브를 보면서 투자한 시간, 후원한 돈, 속아서 산 제품 등... 자기 탓에서 찾기에 투자한 것이 많고, 자신이 더 좌절할 것에 대한 방어기제가 작동한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내가 믿고 보던, 신뢰하던 유튜버가 '최애'에서 '사기꾼'이었다는 인식으로 변하게 되면서 그동안 자신이 그 유튜버의 방송을 보면서 투자한 시간들에 대한 '남 탓' 보상 심리가 크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신뢰가 깊었던 만큼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난 것이죠. 이번 사태를 통해 사과 영상을 올리면서 시청자가 급격히 빠져나가는 유튜버가 있는 반면, 정직한 활동으로 구독자가 늘어나는 유튜버들도 대거 등장했습니다.

혹시 이 상황을 보면서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으신가요? 전 이 상황이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라이벌 기업으로 불리지만 남양이 항상 앞서 있었고 매일유업은 만년 2위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남양에서 갑질 사건이 터지면서 그 순위가 바로 변동이 되었습니다.

<남양과 매일의 골든 크로스>

 지금 유튜브 시장도 딱 이 상황과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잘 나가던 유튜버들의 만행으로 기존에 양심을 지키고 항상 바른 태도를 유지하던 유튜버들이 올라오는 상황이 된 것이죠. 사실 개인적으로 챙겨보던 유튜버도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유튜브 시장에 새로운 활력과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향후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은 당당하게 광고를 밝히든, 기업 광고를 받지 않고 유튜브 수익 만을 추구하든 나름의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시청자들도 자신의 선호에 따라 광고를 하는 유튜버 또는 하지 않는 유튜버를 지금처럼 광고를 당한지도 모르게 보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 선택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시장을 굴러갈 것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형태의 광고들이 등장을 할 것입니다. 이제 여기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매우 중요한 딱 한 가지입니다. 기업 브랜드를 운영하지 않더라도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도 1인 브랜드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행동에는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소비자들은 단순 품질 저하에도 비난하지만 신뢰의 저하에는 비난이 아닌 아예 등을 돌려버립니다. 결국 자신이 어떠한 방향을 정했다면 그 방향을 꾸밈과 거짓 없이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유튜버를 하나의 브랜드로 생각하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기업 브랜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플루언서 말고 다른 대안을 찾으면 되는 걸까요? 브랜드는 왜 인플루언서를 찾게 된 것일까요?



#Brand as a Youtuber


혹시 브랜디드 컨텐츠(Branded Contents)라는 것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브랜디드 컨텐츠는 광고를 싫어하는 소비자들에게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컨텐츠 안에 브랜드 메세지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 광고 효과를 얻는 방식입니다. 사실 PPL 방식과 비슷합니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벗어나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소비자들이 대놓고 하는 광고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고, 정보 습득이 쉬워지면서 더 이상 브랜드가 얘기하는 메세지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스스로 정보를 찾고 판단할 수 있는 소비자로 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시대의 변화에 따라 브랜드 자체를 점체 컨텐츠라는 방패 막이를 삼아 그 뒤에 숨어버리는 전략을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그 처음으로 네이버 파워 블로거를 이용한 광고를 시작으로 브랜디드 컨텐츠가 유행했지만, 소비자들이 점차 블로거의 내용을 믿지 못하고 광고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 이후로 브랜디드 컨텐츠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미지에서 영상 컨텐츠로 소비 방식이 변화한 것도 큰 몫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파워블로거 마케팅이 영원할 것 같았지만 빠르게 쇠퇴한 것처럼, 브랜디드 컨텐츠 방식도 점차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너도 나도 브랜디드 컨텐츠 시장에 뛰어들면서 소비자들이 '나를 속이는' 광고 형태, 즉 나를 기만하는 광고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이후 나타난 것이 바로 인플루언서 콘텐츠입니다.

최근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광고는 믿지 않아도 인플루언서의 리뷰 콘텐츠는 믿었습니다. 유명 유튜버가 나와서 좋은 소리 한 번만 해도 그다음 날 인기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영향력이 컸고, 그로 인해 브랜드들은 너도 나도 유명한 인플루언서에게 광고를 맡기고 싶어 했습니다. 브랜드들이 인플루언서에게 브랜디드 콘텐츠의 방식을 의뢰하기 시작했고 인플루언서의 광고 시장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기업 입장에서 직접 컨텐츠를 만들지 않고, 홍보를 하지 않더라고 자연스레 컨텐츠가 생성이 되고 구전효과가 나타나니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마케팅 수단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인플루언서 시장이 잘 나가던 와중 터진 것이 뒷광고 사태입니다.


저는 이제 브랜드 활동의 또 다른 서막이 열렸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브랜드는 어떠한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찾아낼 것인가'는 단순한 매출의 관점이 아닌 브랜드 인식의 관점에서 반드시 생각해야 할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시대로 들어오면서부터 브랜드는 광고가 아닌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왔습니다. 광고는 자연스레 스킵을 누르는 요즘 시대에 광고와 컨텐츠는 명확히 구분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브랜드가 개입된 이상 광고가 아닌 컨텐츠로 인식되기 십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통해 브랜드는 어떤 대상을 통해 자신의 숨기려는 컨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합니다. 밀레니얼, Z세대의 소비 형태를 연구한 내용을 보면 과거와 가장 눈에 띄기 다른 점은 컨텐츠를 좋아한다는 것이 아닌 그 어떤 시대보다 진정성을 중시한다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마케팅에는 브랜드 솔직함의 담겨있어야 합니다. 이 솔직함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앞으로의 디폴트 값이 될 것입니다. 인플루언서에게 뒷광고를 부탁한 것을 속인 채 콘텐츠로 소비자를 기만하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브랜드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브랜드가 스스로 인플루언서가 되는 방법입니다. 브랜드가 직접 인스타를 운영하거나 유튜브를 운영하는 '브랜드 저널리즘'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감추지 않고 드러내면서 솔직하게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소비자의 좋아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컨텐츠를 직접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브랜드가 해야 할 마케팅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이 광고는 무조건 안보는 것이 아닙니다. 재미있고 유학한 광고, 참신한 광고는 찾아서라도 보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소비자를 명확하게 이해할 생각 없이 단순히 '광고'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보지 않는다는 구시대적 사고를 버릴 때가 된 것입니다.

브랜드는 기생충이 아닙니다. 인플루언서나 다른 대상에게 기생할 생각은 그만해야 하며, 직접 시장을 개척해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기업 내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입니다. 이 멍석 깔린 상황에서 누가 먼저 멍석 위에서 가장 잘 노는 브랜드가 될지는 앞으로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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