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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Mar 28. 2023

엄마의 병영 일기 92

2023. 03. 27

[죽]

쓌다, 죽상을 하고 있다, 죽 쒀 개 준다 등등.. '죽'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표현은 대부분 부정적인 게 많다.


내게 죽은 그리움이고 따뜻함이다.


요 며칠 봄을 타는 것인지, 그럴 나이가 된 것인지 약한 몸살 기운을 느꼈다. 시름시름 앓는 대신에 가볍게 활동을 늘렸다. 덕분에 잠을 푹 잔 덕분인지 약을 먹지 않아도 심하게 계속되진 않았다.


어릴 때 나는 일주일이 멀다 하고 몸살을 앓고 코피를 흘리곤 했다.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앉아 있는 시간이 드물었다. 친구가 거의 없는 코딱지만 한 시골 동네에서 심심함을 참지 못하고 동네 순회를 하며 어른들과도 놀다가 저녁때가 다 되어 엄마가 부르시는 소리가 들리고서야 집에 돌아왔으니 체력이 방전될 만도 했지.


그렇게 자주 아픈데도 아플 때마다 할머니는 머리에 물수건을 갈아주시고 울면서 흰 죽을 쑤어주시곤 했다.

흰 죽과 함께 먹는 것이라야, 깨소금을 넣은 간장과 동치미 무를 채 썰어 깨소금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 것이었는데, 열이 나고 기운이 없었을 뿐 입맛까지 잃은 것은 아니어서 죽 한 그릇을 거뜬히 먹곤 했다.


지금은...

아파도 죽을 쑤어주는 사람은 없다.

가끔 꾀병이라도 앓으며 할머니표 흰 죽을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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