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자 파일이 뭐예요?
L자 파일, 색연필, 사인펜, 청소용품 등등 준비물이 쏟아졌다.
무슨 준비물이 이렇게 많고 이 이름들은 무엇을 말하는 거지?
나도 분명 한국의 의무교육을 모두 받았는데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아이들은 준비물을 혼자서도 충분히 챙길 4학년, 5학년이다.
한국에서 쭉 학교를 다녔다면 작년에 썼던 것들을 챙겨갔을 수도 있고 매년 해오던 일이라 아무것도 아니었을 텐데 국제학교만 다니다 이번 학기부터 한국 학교를 다니다 보니 모든 것이 새롭다.
아이들과 셋이 문구점을 가서 난이도가 낮은 색연필, 지우개등을 먼저 바구니에 담고 다음 품목을 찾아 헤맨다. 파일 앞에 왔다 갔다 하며 못 찾고 결국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다 큰 애들을 데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줌마가 조금 불쌍해 보였는지 직원이 친절하게 품목을 알려주었다.
아... 이걸 L자 파일이라고 하는구나... 실물을 보니 알겠는데 뭘 이렇게 헤맸을까...
국제학교를 5년 다녔으니 학교를 다니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한국과는 꽤 다른 방식의 수업 스타일을 경험하고 온 아이들에게 한국 학교는 많은 것이 낯설다.
1학년 신입생들처럼 OT라도 있으면 학교 투어라도 했을 텐데 그냥 부딪히는 수밖에 없다.
개학 첫날 내가 교실까지 데려다주며 실내화를 갈아 신고 신발주머니를 신발장에 놓는 것을 알려주었다.
복도에 붙어있는 종이에서 내 이름처럼 따라오는 '번호'를 찾아 설명해 주고 교실에서 자리도 알려주었다.
창문에서부터 몇 번째인지, 칠판에서부터는 몇 번째인지 사소한 것조차 두세 번 확인한 후에야 조심스럽게 교실로 들어갔다. 자유롭게 바닥에 앉아 수업하던 아이들이 각진 책상에 긴장한채로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이 녀석이 언제 이만큼 커서 학교를 입학하나 싶은 마음은 신입생 엄마와 비슷했을 것이다.
다른 점이라면 뭣 모르고 중국의 학교를 입학할 때와 다르게 새로운 곳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을 느끼는 아이를 보며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이 더해진 정도겠지.
사실 내 마음도 이런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시계를 몇 번이나 들여다보며 하교시간에 맞춰 마중을 나갔다.
저학년 엄마들 속에 몇 되지 않는 고학년 엄마의 마중... 극성엄마처럼 보이려나?
모르겠다. 덩치는 크지만 학교는 처음인 신입생과 다를 바 없으니까.
다행히 아이들은 급식이 맛있었다며 웃으며 학교를 나왔다. 그래, 그거면 됐다.
하지만 한 명은 정문으로 잘 나왔는데 한 명은 후문에서 전화를 걸어 엄마가 보이지 않는다 연락이 왔다.
움직이지 말고 딱 기다리라 하고 열심히 뛰었다.
아차, 정문과 후문을 알려주지 않았구나. 하하.
엄마도 미처 생각 못했다. 아직 배울게 많네.
너희 신입생 맞구나!!
조금 느려도 우리 속도대로 적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