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즈 Jun 19. 2023

제대로 참는 방법

나만 노력하는 것 같아 억울할 때 어떻게 참아야 할까?

참는 것은 참는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말을 몇 번 썼던 적이 있다.

살다 보면 참을 일은 한두 개가 아닌데 참다가 터지는 일은 가까운 사람을 상대로 일어난다.

주로 가족, 남편과 아이들이 피해자가 된다. 남편을 배려한다고, 아이를 위한다고 참고 노력했는데 어느 순간 참는 것에 한계가 느껴지면 억울해진다.


나만 아등바등 애쓰는 것 같고 내 노력을 이해 못 해주는 것 같아서 왜 나만 노력을 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지금껏 참았던 시간을 한꺼번에 쏟아내듯 더 큰소리를 내게 된다. 그리고 '나만 노력해서 뭐해,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는데.' 하고  좌절한다.


같이 노력해야 하는데 매번 나만 노력하기 때문에 우리의 관계는 늘 제자리라 생각했다.




최근 2년 사이 더 깊게 나를 만나고 알아가는 과정 중에 알게 된 사실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나에게 가족이라는 의미가 아주 크다는 것이다.

가족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특히 나는 가족을 중심으로 나를 바라봤다. 가족이 항상 우선이었고 모든 기준이 거기서 시작했다.

막연히 거기까지라 생각했다.


그러다 얼마 전 내가 남편과의 관계에 따라 에너지의 방향과 힘이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은 한정적인데 사이가 좋지 않거나 화가 나 있을 경우 한정된 에너지를 그곳에 신경을 쏟느라 다른 곳에 쓸 수가 없었다.


예전에는 이런 모습을 보고도 나를 화나게 한 남편의 잘못이 더 크게 느껴졌고, 원인을 제공한 상대 때문이라 생각해서 더 화가 났다. 

참다가 폭발하고, 억울하고 더 화가 나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내 에너지의 한계를 깨닫고, 엉망이 된 기분 때문에 나의 하루가 망가지는 것을 보고 나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화가 나더라도 그것 때문에
나의 하루까지 망치지는 말자. 


비슷한 상황에 비슷한 이유로 화가 났지만 남편의 잘못만 파고들 때는 가라앉지 않던 화가 남편이 아닌 내 감정으로 시선을 돌리자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내가 참는 것이 남편과의 관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의 하루를 위해, 나의 기분을 위해 넘어가게 되었다. 

또 남편의 탓이 아니라 내 마음이 편하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남편도 나를 더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 내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관계 회복에 더 도움이 되었다.


나를 돌아보고 글로 쓰면서 이런 나를 솔직히 마주하고 인정하는 과정을 지나고 있다. 나에 대해 말하는 것이 힘은 들더라도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지금껏 너를 위해서 참는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너'가 아닌 '나'를 위해 마음을 생각하고 챙기는 일들이 우리의 관계 회복에 가장 중요한 시작이 될 것이다.


이 마음이 온전히 내 것이 되는 날, 참는 것은 참는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말을 온 마음으로 다시 이야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른 흉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