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마케터가 실수를 통해 기른 다섯 가지 좋은 습관
홀리데이 컬렉션으로 레드 스펙트럼의 립 제품 여섯 개가 한꺼번에 출시된 적이 있었다. 신입으로 들어와 SNS 관리를 하고 있던 나는 나름대로 고민한 끝에 촘촘하게 콘텐츠 일정을 짰다. 그리고 론칭 한 달 뒤, 갑자기 선배님이 그랬다. 그동안 올렸던 것들 한 판으로 정리해서 가져와볼래? 그렇게 게시물 썸네일을 모은 페이퍼를 프린트하자마자 받은 충격.
월요일: 빨간색 립스틱 텍스처 클로즈 업
화요일: 빨간색 립스틱 누끼
수요일: 빨간색 립스틱 스틸 컷
목요일: 빨간색 립스틱 리뷰
나름 이런저런 콘텐츠를 다양하게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한 판에 모아보니 그저 시뻘건 썸네일의 향연. 선배에게 그 페이퍼를 가져가기도 전에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나는 그저 빨간색 립스틱을 팔아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브랜드 채널을 뻘겋게 물들이고 있었던 거다.
왜 이렇게 스케줄을 짰니, 왜 콘텐츠 기획을 더 다양하게 하지 못했니, 하는 말보다 백 배는 강렬했던 장면이라 그 날은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하다. 내 실수로 얻은 교훈은 노력하지 않아도 곧바로 머리에, 마음에 새겨진다. 그때부터 생긴 나의 좋은 습관 다섯 가지를 공유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 판
디테일한 to do list 외에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는 표는 꼭 작성하자. 위의 사례처럼 내가 놓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커뮤니케이션 일정/타이틀로 정리해도 좋고, 비주얼이 중요한 프로젝트의 경우 썸네일을 함께 붙이면 더욱 효과적이다. 세세한 업무에 집중하다 보면 큰 줄기를 놓치기 쉬운데, 그때 이런 '한 판'을 체크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오늘의 업로드는 내일로 미루자
실수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 빠르게 1차 안을 마무리하고 수정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라는 의미다. 특히 문안을 쓰는 업무를 하고 있다면 시간을 두고 주변 사람들에게 꼭 검수를 받자. 오타는 내 눈에는 절대 안 보인다. 메일로 예민한 내용을 회신할 경우, 여유가 있다면 발송을 다음날 아침으로 미루자. 새로운 정신으로 글을 읽으면 어제의 '흥분했던 나'의 실수가 더 잘 보인다.
100% 확신, 100% 확정은 없다
이슈에 따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달라져야 한다. 극 계획 성향인 나는 이 문장을 이해하고 체화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크게는 브랜드 방향성을 바꾸기도 하고, 작게는 SNS 캘린더 바꾸기를 수백 번 거듭하는 게 마케터다.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자. 맥락은 지키되, 유동적일 수 있는 유연함을 갖자.
대 오지라퍼의 시대
메일은 다 읽는다. 잘못 들어온 메일도 99% 열람한다. 앞서 말한 변화와 이슈를 놓치지 않고 파악하기 위해서다. 무심코 열어본 메일이 언제 어디서 필요한 정보로 둔갑할지 모른다. 다른 팀, 다른 조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때로는 영감의 원천, 혹은 운 좋게 얻게 된 고급 정보가 될 수 있다. 아는 것이 힘이니, 오지랖을 부려서 많은 것을 머리에 넣어두자.
중간 집계를 잊지 마세요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여러 번 중간 점검을 하자. 내가 잘 가고 있는지 방향성을 체크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다. 혼자 하는 업무라 할 지라도 스스로에게 중간중간 질문을 던지자. 처음의 목표를 잊지 않고 있는지, 이 방법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혹시 빠뜨린 건 없는지. 이 과정을 반복하면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게 빨란 립스틱인지 아니면 SNS 채널의 다채로움을 지키는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angiethinks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