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돈이 되는 라이브를 처음 해봐서요
마케팅팀에서 일하면서 참 다양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왔다. 2017년 상반기는 페이스북 라이브를 주로 활용했다. 노트북과 카메라, 라이브 송출 장비를 세팅하고 발품을 팔아 방송의 콘셉트와 잘 어울리는 스튜디오를 매번 대여했다. 소품도 내 손으로 하나하나 가져다 놓고 프롬프터가 아닌 전지에 직접 쓴 대본 요약본을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저예산의 비극 2017년 하반기에는 주 채널을 인스타그램으로 갈아타면서 어마어마한 세팅의 부담을 조금 덜었다. 인스타그램 라이브는 스마트폰 하나로 캐주얼하게 방송을 할 수 있고, 현장감이 잘 느껴져 지금까지도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라이브 툴이다. 그 사이 인스타그램이 보편적인 SNS가 되어 고객들의 참여도도 높아진 것도 한몫했고.
하지만 코로나 이후 갑자기 뷰티계에서 '라이브 커머스'가 급부상하기 시작했고, 나는 직접적으로 돈이 되는 라이브를 처음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모바일로 방송을 보면서 쇼핑을 하다니. 평균보다 온라인 쇼핑을 덜 즐기는 나에게 라이브 커머스는 처음부터 너무도 낯선 단어였다. 뭘 어떻게 해야 돼? 아니 그런데 이걸 사람들이 사긴 사? 왕초보같은 의문을 가득 안고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몇 번의 열정적인 회의를 거쳐 상품 구성과 대본이 나왔고, 출연자도 정해졌다. 쇼호스트 한 분과 인플루언서 한 분이 함께 했는데 우리 브랜드와 자주 협업을 했던 분들이라 마음이 아주 든든했다. 커머스 팀에서는 유례없는 혜택을 짱짱하게 기획해주었고 메인으로 일하는 우리 팀 동료가 스크립트도 맛깔나게 작성해서 서브로 낀 나도 과정을 거치며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때까지도 이 걱정은 쉬이 내려놓지 못했다.
대망의 1차 리허설 날. 리딩을 마치고 나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이게 내가 알던 제품이야? 내가 팔던 그 제품이 맞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고퀄리티의 영업 멘트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제품의 특장점을 전달하고 전문가의 스킬을 공유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일반 라이브와 '라이브 커머스의 콘텐츠'는 전혀 달랐다. 짧은 시간동안 구매 버튼을 누를 수 있게하는 어마어마한 힘이 느껴진 거다. 방송 당일. 한쪽 구석에서 모니터링을 하며 댓글과 하트를 연발하던 나는 결국 홀린 듯 자사 제품 몇 세트를 결제하고 말았다. 내가 몇 년째 지겹게 본 제품이고, 심지어 집에도 여분이 있고, 앞으로도 충분히 살 기회가 있는 제품인데.. 그렇게 눈뜨고 스스로 코를 베어가며 느낀 특이점이 있었다. 라이브 커머스를 더 잘할 수 있는 노하우 몇 가지를 적어본다.
사전 분위기 고조
보통 라이브 커머스는 1시간 정도 진행하며 시간 내 베네핏을 많이 주므로 이에 대한 사전 안내가 아주 중요하다. 다신 없을 역대급 구성, 한정수량, 라이브 타임 온리 등을 강조해 '절대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뷰티 쪽은 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사전 티징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콘텐츠를 제작할 거라면 브랜드와 케미스트리가 좋은 인플루언서를 선택하기 바란다. 평소에 우리 브랜드 제품을 자주 애용하는 사람이어야 함은 물론이고, 브랜드 팬과 인플루언서의 팬덤이 유사한 타깃/성향이라면 더더욱 좋다. 또한 라이브 커머스가 잘 어울리는 크리에이터는 일반 영상을 잘 만드는 크리에이터와 또 다른 '결'이 있으므로 담당자의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
질의응답표 만들기
어떤 품목을 판매할 것인지, 어떤 구성으로 판매되는지 자세히 안내하는 것은 기본이다. 구성만 살짝 공개해도 방송 전부터 질문이 다양하게 들어온다. 제품에 대한 질문은 물론이고 증정 프로모션에 대한 기준, 배송 기준, 판촉품의 사이즈나 품질에 대해서도 문의가 온다. 그래서 예상 질문지를 최대한 디테일하게 뽑아야 한다. 방송 중에도 결제 오류나 방송 컨디션에 대한 댓글이 자주 올라오므로 진행팀이 질의응답표를 미리 만들어 공유하는 게 좋다.
대본, 그리고 스피커의 힘
앞서 말했지만 커머스는 특히 진행자의 멘트가 아주 중요하다. 되도록이면 전문적인 쇼호스트에게 메인을 맡기고 서브로 브랜드 담당자나 모델, 인플루언서 등이 함께 하는 조합을 추천한다. 같은 말을 해도 전문가는 역시 다르다. 오죽하면 7년 넘게 본 제품을 그 자리에서 사버렸겠어요 대본을 구성할 때는 홈쇼핑을 참고하면 좋다. 짧은 시간 안에 제품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모든 장치가 다 존재한다. 기본적인 스크립트 외에는 부연 설명하는 자료들을 고민해보자. 실물을 보여주는게 좋은지, 고퀄리티의 판넬을 제작하는게 좋은지 등. 리허설을 돌려보며 수정을 거듭해야한다. 하지만 구매를 유도하는 최전방의 힘은 결국 휴먼 터치. 다시 말해 진행자의 한 마디다. "1분 남았습니다!"
의외로 체크하기 힘든 것들
조명이나 음향, 와이파이 등 놓친 부분이 있다면 꼼꼼하게 확인하자. 업체를 따로 쓰는 경우는 문제가 덜하겠지만 직접 운영하는 경우 테스트를 여러 번 거치며 컨디션을 체크해야한다. 유통 채널에 따라 라이브가 송출되는 툴도 환경도 다르다. 화면이 가로인 경우와 세로인 경우만 해도 진행자를 몇 명으로 두고 동선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가 달라진다. 클로즈업 기능이 되는지, 휴대폰으로 해야하는지 혹은 카메라가 필요한지, 마이크를 달아야 하는지 등등. 큰 프로젝트 단위로는 보통 커머스 구좌가 먼저 잡히겠지만 라이브 커머스를 브랜드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다면 사전 조사를 기반으로 플랫폼을 선정해도 좋겠다.
며칠 뒤, 라이브 방송을 통해 주문했던 (자사) 제품이 도착했다. 회사 이름이 도착한 택배 박스를 오랜만에 받으니 기분이 묘했다. 박스를 열어보니 한가득 들어있는 증정 샘플과 단독 사은품. 월급을 받아서 그 돈을 다시 거기다 썼는데도 왠지 모르게 득템 한 기분이 들었다.
일반 라이브 방송도 재미있었지만, 라이브 커머스는 또 다른 특별한 재미가 있었다. 실시간으로 보이는 주문건수와 총 매출액을 확인했을 때의 짜릿함. 그리고 뭔가 돈을 쓰지만은 않았다는 묘한 안도감(?)이 기억에 남는다. 나처럼 라이브 커머스를 처음 도전해보는 마케터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