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이 되면 유독 이곳저곳 삭신이 쑤시는 느낌이다. 일주일의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특히 오늘같이 애매하게 비가 오려다가 안 오는 습도 높은 꾸물꾸물한 날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날에는 따뜻한 국물을 먹어줘야지. 그래서 오늘 저녁은 감자탕, 너로 정했다.
배민으로 주문한 감자탕을 커다란 냄비에 담아 한소끔 더 폴폴 끓였다. 그쯤 백미 취사가 완료되었다는 청아한 음성이 들려온다. 나이스 타이밍이다. 반찬으로 따라온 깍두기도 적당히 익어 먹음직스럽다. 뜨끈한 국물을 한입 호로록 들이켜니 찌릿찌릿 혈관을 타고 흐르는 (듯한) 나트륨이 느껴진다.
어릴 때도 유독 자주 갔던 단골 감자탕집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감자탕 맛을 모를 때라 다른 데에 더 관심이 많았다. 바로 식당 옆에 작게 딸린 놀이방, 그리고 오락기계. 어른들이 얼큰한 감자탕으로 속풀이를 할 때 나는 슬그머니 사촌동생들 틈에 끼어 신나게 오락을 즐겼다. 명목은 맏언니로서 동생들을 챙기겠다는 거였지만, 동생들보다 타닷타닷 경쾌한 소리를 내는 조이스틱과 화려한 격투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할 뿐이었다. 집에 가자~ 그러다 어른들의 목소리가 들리면 바쁘게 밖으로 달려 나가, 눅눅한 콘에 밍숭맹숭한 초코 딸기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듬뿍 얹어먹던 것도 기억이 난다.
문득 떠오른 추억에 구글링을 해보니 연관 검색어에 이런 게 떴다. [감자탕집 놀이방], [감자탕집 아이스크림], [감자탕집 오락실]… 역시 추억을 먹고사는 건 나뿐이 아니었구나. 어느새 실실 새어 나오는 웃음. 오늘도 그렇게 추억의 한 끼를 잘 먹었습니다.
(+) 오늘 읽은 책 <요즘 사는 맛>의 챕터는 경양식의 흐름. 경양식 레스토랑의 특이점(?)처럼 감자탕집의 특이점을 추억하면서 끄적끄적해보았네요. 이것도 일종의 K-식문화 아닐지. 그나저나 구글에 저런 단어를 검색한 사람이 많다는 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특히 감자탕집 아이스크림 (업소용 아이스크림)은 추억으로 구매해서 드시는 분도 많으시더라고요.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일단 냉장고가 엄~청 커야할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