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대한 막연한 환상?
못난 조선 (문소영 저, 나남)
조선시대 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를까. 흔히 말하는 양반과 천민이 살던 시대.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외세 침입을 직접 여러 번 받아낸 시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있던 시대. 백의민족으로 불리던 기원이 발생한 시대. 약 6백 년간 왕조가 이어져 오다가 일본의 침략으로 망해버린 시대. 그래도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나마 현재 우리와 제일 친숙한 느낌의 시대. 드라마 배경으로도 제일 많이 나오고.
이 책의 결론은 "조선이란 나라는 극도로 폐쇄된 양반과 상놈으로 갈린 철저한 신분제도 하에서 서양의 자본주의의 맹아와 같은 시대적 표시도 없이 중국과 일본과 달리 극도로 외국과 교역을 꺼리고 오로지 중국만을 세상의 중심으로 알고 적극적으로 소중화가 되고자 한 나머지 경제적으로 발전을 전혀 하지 못해서 외국으로 하여금 조선과 교역의 필요성마저 못 느낄 정도로 돈 될 만한 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해 무역을 통해 국부를 기를 생각도 못했고, 양반은 그저 자신들 위주의 사회를 영원히 공고히 만들고자 별의별 변태적인 법을 다 만들어 - 노비의 자식은 노비, 실무와는 전혀 무관한 과목으로 양반에게 유리한 과거시험, 양반은 세금 면제, 국가가 틀어쥔 상업(자본주의와 근대화의 시작은 상업자본의 축적으로 인한 중간계층의 발전이 최우선임에도 중국에 대한 조공무역과 보부상 수준의 개인 상업 규모를 벗어나지 못함) - 결국 자주적인 근대화는 시작도 못해보고 세계의 흐름에 뒤쳐저 일본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아 버린 답답하기 짝이 없는 나라"라는 것이다.
이런 부조리한 것들이 아직도 현재 우리나라 사회에도 없어지지 않고 면면히 남아서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죽으나 사나 대학 가는 것만 목표라 기술자를 홀대한다. 엄연히 세계 1,2위 경제력을 갖춘 나라가 주위에 있는데도 마음속으로는 늘 무시한다. 쪽바리, 짱깨라는 이름을 들먹이면서. 뭐든지 빨리빨리 만들고 이루는 것만 중시한 나머지 전통은 예진작 단절되어 버렸다. 이제는 더 나아가 뭐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기준마저도 어디를 기준으로 두어야 할지를 다 잊어버렸다. 옛날 조선 때부터 중국이라는 큰 힘에만 기대기 버릇한 탓이다. 자주성의 부재.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면, 책 내용 한 줄 한 줄이 가슴을 파고들어서 너무 쓰라린데, 문제는 이를 고칠 방법이 마땅히 보이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식민사관에 대한 반발로 새로운 역사관을 정립하는 것은 좋은 일이긴 하지만, 옛 역사에서 옥석을 가려서 버릴 건 버려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진짜로 제대로 된 역사를 세우는 일이 아닐까. 무조건 "우리는 백의민족이니까(옷감을 염색할 재료도 그 재료를 수입할 경제규모도 안되고 수요를 창출할 경제력을 가진 백성이 거의 없다 보니 흰옷을 입은 것) 늘 착해" 이러지만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