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나답게

당신을 위한 리추얼 필사 편지 0

by 글맘

당신을 위한 리추얼 필사 편지 07 _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나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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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디를 향해서

나의 걸음을 내딛고 있는지,

하루하루를 헛되이

소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물으십시오.

__법정, <진짜 나를 찾아라> p.212



어디서 어떻게 배우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목표를 향한 열정은 뜨거워야 하고,

과정은 치열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한 것 같아요.

저만의 것은 아니겠지요?


그런데 이 생각이 당연한 게 아니라,

세상이라는 외부에서 온 것이며,

그렇게 다가와서 내 몸 속 아주 깊은 곳에 스며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어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나만의 속도, 나만의 방법을 찾기 전에

이미 세상이 정한 기준에 길들여져 버린 거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다가도

'아냐, 최선이긴 했지만

결과가 부족을 말해주잖아.'라고 나를 질책하거나,

더이상은 할 수 없을 것만 같다고 만족하다가도

'그래도, 더 잘하는 사람도 많지'라고

냉정함이라는 가면을 써왔어요.

이처럼 나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오래된 습관 앞에서

요즘에는 조금 더 폭넓고 자유롭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쩌면 학교, 사회,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내가 원치 않는 순간,

나도 모르게 습득된 것들이 뿐일지도 모르며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

미지근한 열정'이라는 생각 말이죠.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는 길엔 언제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데일 듯 뜨거운 마음에 얼음물 한 잔을,

얼 듯 차가운 마음엔

뜨거운 물 한 잔을 마련하자는 다짐.

그렇게 ‘미지근한 마음’으로 나아가야

오래도록 다치지 않고 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열정적인 마음이나 탄탄한 계획은

계획은 의지라는 비행기를 타고

떴다 떴다 날아올랐다가

힘없이 툭, 떨어지고야 마는 것일 때도 있어요.

그럴 때면 연약한 나의 의지,

비에도 금새 젖어버리는 나의 의지,

바람에도 금새 날아가버리는

나의 의지를 탓하게 되지만

이건 나의 문제가 아니에요.

누구나 그럴 수 있고, 그렇기에 탓하기 보다

비행기를 수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니까요.


좀 더 단단한 종이를 덧대고,

꼼꼼히 테이프도 붙여주고,

날개엔 클립도 하나씩 끼워볼까요?

제법 단단해진 비행기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단단한 종이나 테이프 같은 이런 것들이 저에게는

책 읽기와 글쓰기, 필사,

20분 남짓한 스트레칭 그리고 커피,

일기장 같은 것들이에요.

나의 목표를 향해 혹은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나의 비행기들 :)

여러분들 곁에도 그런 것들이 있나요?


비행기의 긴 활주로를 생각해요.

천천히 굴러가다 속력이 붙으면

질주를 하고 끝내 날아오르는 비행기.

아무도 비행기에게 왜 천천히 굴러가냐고

왜 이 길 끝에서야 날아오르냐고 하지 않듯이

우리도 그렇게 나의 의지에게,

시간을 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우리 각자에게는

각자의 끓는점이 있기 마련일테니까요.


오늘도 나답게 나아가는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리추얼 필사, 글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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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그저 고통과 논리뿐이라면,

그 누가 세상을 원하겠어?

물론, 세상은 그렇지 않아.

나는 지금 무슨 기적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라, 그저

삶에서 환히 비치는 빛을 이야기하는 거야.

__메리 올리버, <기러기> p.100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