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날개가 있다면

당신을 위한 리추얼 필사 편지 17

by 글맘


당신을 위한 리추얼 필사 편지 17 _ 내 마음에 날개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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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로하려고 애쓰는 자가

때때로 당신을 기쁘게 하는 단순하고 조용한 말 그늘에서

아무런 고생도 없이 살고 있다고는 생각지 마시기를.

그의 삶도 많은 고생과 슬픔에 차 있고,

당신보다 훨씬 뒤져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그러한 말을 찾아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__<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73



‘글맘과 함께하는 필사모임,

리추얼 필사’라는 이름으로

2년 간 필사모임을 운영하면서

모임의 필사 메이트에게 매일 아침 11시에 맞춰

필사 편지를 보내고 있어요.

아침 편지를 위해 글을 써 오면서

어떤 말은 하고 싶은 만큼 충분히 했고,

어떤 말은 매번 놓쳐서

충분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중에 이 말이 있죠.


"오늘 하루, 정말 수고 많았어요."


아무래도 아침에 보내는 글이 되다보니

이 말이 늘 아쉽더라구요 :)


인간이라는 존재 곁에

왜 늘 철학과 문학과 예술이 존재했는가?

아주 단순한 이유라고 하죠?

살아내느라 늘 애쓰고 있어서요 우리가.

삶 안에서 인간으로 머무는 것만으로도

때로는 고뇌하게 되고 벅차기에 때문이라고.

공감되요.


하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해요.

삶이 생존인데, 어떻게 살면서 매번

다정한 말을 기대할 수 있겠냐고,

그건 나약하니까 그런거라고.

그래도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아요.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 왜 이렇게 약할까”

자책할 때마다 기억해요.

예민함은 상처의 증거가 아니라,

세상을 깊이 느낄 줄 아는 사람의 감각이라는 걸요.


하루를 정리하다 보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들죠.

그 마음을 억누르지 말고

그냥 조용히 들어주세요.

그게 불안이든, 외로움이든,

그저 오늘의 ‘나’가 느낀 솔직한 감정이니까요.

우린 솔직해야 하니까.

솔직함만이 나를 건강하게 돌보아주니까 :)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요.

우리가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또 살아낸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특별한 성취가 없어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저 오늘을 살아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칭찬받을 자격이 있다고.

그러니까 오늘 밤만큼은

스스로에게 이 말을 꼭 해주면 좋겠어요.

"오늘 하루, 정말 수고 많았어.“


지난 주에 갑자기 몸이 아파

일주일간 병원 신세를 졌어요.

퍽 아팠던 날들이라 할 수 있는 거라곤

꼼짝 없이 누워 눈을 감고

창으로 들어오는 작은 바람을 느끼거나

인기척에 살짝 눈을 뜨는 일이 전부였죠.


그렇게 누워 있는 내내

'생활인'이란 단어가 마음에 떠오르더라구요.

우리 모두 하루하루 수고히 보내는

생활인이라서 그런지

언젠가부터 이 단어가 마음에 들어요.


병원에서도 많은 생활인들을 만났어요.

새벽 5시 반이면 노크하고 들어와

혈압과 체온과 산소포화도를 측정하고

종이에 기록한 후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는 생활인.

아침 6시,

하루동안 쌓인 쓰레기통을 비워주러 온 생활인.

아침 7시 30분,

따뜻한 한 끼가 놓인 식판을

내 앞에 가져다 주는 생활인.

아침 8시 30분,

입원실 바닥을 쓸고 닦아 주는 생활인.

아침 9시, 잠은 잘 잤는지 아프진 않았는지

통증은 어떤지 꼼꼼하게 묻고

내가 걱정되는 것,

궁금한 것들을 차분히 설명해 주는 생활인.


이들은 모두

간호사, 청소여사님, 주방여사님, 의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어떤 고통 안에 갇혀 침대에 누워 있는 제게는

그냥 모두 자신의 삶을 활기차게 살아가는 생활인들로

보이더라구요.


주어진 시간 안에서

자신이 맡은 일들을

무럭무럭 해나가는 생활인들의 모습을 보면 나는,

어쩐지 기분이 좋아져서

만약 마음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면

내 마음에 날개를 달아

그들의 등에 올려주고 싶다곤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러면 콩닥이는 마음이 그들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겠지요.


그러다 문득 생각하니까,

나의 작은 글을 읽어주는

낯모를 생활인들이 떠올랐어요.

여러분들도 어제 그리고 또 오늘도

자신의 위치에서 책임을 다하는 하루 보내셨겠죠?


거창한 이름 없이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매일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 아름다움 안에

여러분이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당신도, 나도, 우리 모두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의 하루를 함께 지탱해주고 있다는 것.

그러니 오늘도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낸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야 해요.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을 살아내며,

때로는 서로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는 마음으로요.


오늘은 왠지 아침의 이 편지가

당신의 하루 끝자락에 닿았으면 좋겠어요.

하루를 마무리하며 다시 펼쳐봐도 좋길,

그때 이 말이 작은 위로가 되길,

분명 그러하길 바라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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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화된 도시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로 하는 것은

진실을 판별해내는 특수한 능력이다.

__<쇼펜하우어 아포리즘> P.186


오늘도 나답게 나아가는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리추얼 필사, 글맘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