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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콩 Sep 28. 2020

[웹콘텐츠] 혹시 ‘니트 컴퍼니’ 아세요?

회사는 다니는데요, 취업은 안 했어요.

니트족(NEET)을 혹시 아는가? 니트족이란 일 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이다. 즉, 무업자를 뜻한다. 얼핏 보면 흔히 얘기하는 ‘노오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인 듯하다. 


니트 컴퍼니? 


얼마 전, 니트 컴퍼니에 대한 영상을 봤다. 말 그대로, ‘무업자들이 다니는 회사’라는 뜻이다. 영상에는 소수의 청년이 한 곳에서 같이 생활하고, 밥을 먹고, 또 자신의 시간을 보냈다. 말 그대로 회사처럼 한 공간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개개인이 하는 일이 다르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취업 자소서를 작성하고, 누군가는 주방에서 고양이와 시간을 보낸다. 또 누군가는 마음에 드는 시를 필사하고, 함께 운동도 한다. 얼핏 봐서는 ‘도대체 왜 모이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입사 욕구가 물씬 나는 곳이었다. 


니트 컴퍼니를 다시 말하면, 취준생들의 집합소이다. 즉, 사회적으로 한 곳으로 분류되지 않는 사람들을 한 그룹으로 묶는 것이다. 그만큼 불안했던 소속감이나 안정감을 니트 컴퍼니로 묶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함께 생활하며 무너졌던 생활 체계도 다시 세울 수 있다. 


이러한 점이 개인적인 입사 욕구를 높인 점이었다. 현재 취준생의 입장에서의 나를 바라보면 불안함투성이다. 학생과 사회인 그 간극에서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고, 나를 대변해주는 사회적 그룹도 존재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지, 또 할 수는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불안함과 불안감은 자연스럽게 우울감을 유발하고, 생활 체계를 파괴한다. 만일 자취를 하는 사람이라면, 사흘 내내 입 한 번 떼지 않았던 자신을 발견하는 일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정서적으로 고립돼있고 불안정하다. 


취준생의 노오력 


이런 얘기를 듣는다면 몇몇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노오력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는 늘 노력하며 지내왔다. 그 흔하다는 외국어 능력 시험은 만점에 가까운 점수이며, 그 외의 대외활동, 교내 활동 등 소위 말하는 다양한 스펙도 존재한다. 


그런 노오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NEET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은 사회 구조의 모순 아닐까. 쉬운 예로 최근 논란이 되는 은행권의 입사절차를 알아보자. 다음은 모 은행의 입사 전형 절차이다. 


[서류전형] 자기소개서 작성 및 AI 역량검사 응시 및 사전 과제 - [필기 전형] NCS 기반 객관식 필기시험 (100문항, 100분) - [1차 면접] PT 면접 및 디지털 테스트 - [2차 면접] 인성 면접 - [최종 합격]


단계로만 보면 몇 단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세하게 보면 말이 달라진다. 서류전형을 준비해야 필기 전형을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리고 그 필기 전형은 100문항을 100분 안에 풀어야 한다. 즉, 1분에 1문제이다. 과연 이게 올바른 입사절차인가?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도 취업하는 사람은 있다고. 당연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취업을 못 하는 사람을 노오력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 간주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실제 내가 준비하고 있는 곳도 [서류전형]에서부터 [필기 전형], [1차 면접], [2차 면접], [8주 인턴], [최종 면접]등의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회사에 따라서 중간에 3일간 출근하며 면접을 보는 과정이 추가되기도 한다. 물론, 최종 합격자의 수를 보면 대부분 한 자릿수다. 지원 번호가 이천 번 대를 가볍게 넘기는 데도 말이다. 놀라운 사회다. 


내면의 단단함 


놀랍게도 이런 사회에서, 한국의 취준생들은 자신 탓을 한다. 전형 과정 중 떨어진다면, ‘내가 노력을 덜 한 탓일까?’, ‘그때 면접 질문에 대답을 잘 하지 못해서였을까?’, ‘영어 성적이 낮아서인가?’라는 생각부터, ‘그때 신은 옷이 문제인가?’라는 외적인 부분까지 생각하게 된다. 


처음에는 네 잘못이 아니라는 주변 사람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바뀌기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사회적으로 숨으려는 경향성이 짙어지고, 다음 취업을 위해 더 힘을 내기보다, 힘이 빠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정서적 유대감을 단단히 하고, 정기적인 사회 활동을 만들어주는 것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실패하더라도, 자신이 소속한 곳으로 돌아가 함께 얘기하며 나누면, 어느샌가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기곤 한다. 



어떨 때 보면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큰 힘을 가진 것 같다. 매일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을 보살피는 것은, 어찌 보면 사람들의 내면의 건강을 챙기는 일일지도 모른다. 


한 번씩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한 얘기가 있다. 입사가 정 힘들면, 대표로 회사를 하나 설립하자며 말이다. 반은 농담으로 얘기하지만, 나머지 반은 늘 진심을 꾹꾹 담아 얘기한다. 취준생들이 더는 자신을 갉아먹지 않기를, 그리고 더는 방치되지 않기를 바란다.


[원문 보기]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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