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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농사 4월 : 못자리

4월부터 본격 벼농사 농번기가 시작된다. 5월 모내기를 위해 미리미리 준비할 것들이 참 많다. 아직 날씨가 뜨겁기 전이라 참 다행이다 싶은 한 달이었다.



못자리를 하는 이유

벼농사를 시작하려면 농사지을 땅이 필요하고, 땅을 구했으면 모내기를 하고, 모를 키워 벼를 만들어 수확해야 한다. 모내기에 쓸 모판이 필요한데 직접 볍씨를 뿌려 모판을 만들기도 하고 육묘장에서 다 키운 모판을 사서 쓰기도 한다.


지역마다 시기마다 틀리겠지만, 모판 1판에 약 3천 원 정도 한다. 우리가 2200판 못자리를 직접 할 때 약 200만 원 정도 경비가 지출된다면, 육묘장에서 구입 경우 660만 원 정도 비용이 예상된다.


농사량이 작으면 구입해서 쓰는 게 효율적이다. 아님 진짜 큰 대농인 경우에도 육묘장에서 구입해서 쓰기도 한다. 못자리 작업양이 많아 힘들고 모내기 기간이 길어지면 못자리를 2번씩 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볍씨온탕소독기 셀프제작하기

결국 비용 때문에 우리 집은 해마다 못자리를 직접 한다. 못자리 때문에 필요한 농기계가 여러 가지 있다. 벼농사에서 1년에 딱 하루 1번 쓰는 기계가 몇 개 있는데 대부분 못자리할 때 사용하는 기계들이다. 다 구비하기엔 부담이 커서 임대사업소에서 빌리거나 이웃집 기계를 빌려서 쓰기도 한다. 이웃끼리 도움을 받고 또 다른 부분에서 또 도움을 주며 상부상조할 때가 많다.


좋게 말하면 동네 사람들끼리 단합이 잘 된다. 농사지으면서 자주 드는 생각인데 옛날 조상님들이 농사지을 때 품앗이는 필수였겠구나 싶다. 때문에 농사는 나 홀로 독주가 어렵다. 새로운 지역에 귀농귀촌이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이주민에 대한 경계나 따돌림도 많다. 텃세 부린다고도 한다. 귀농귀촌을 계획 중이라면 천천히 그 지역에 스며드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몇 번 이웃 아저씨 댁에서 온탕소독기를 빌려 썼다. 못자리 날짜도 서로 겹치지 않게 피해야 쓸 수 있어서 번거로웠다. 그래도 1년에 1번 하루 쓰는데 그냥 빌려 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은 생각보다 재료나 원리가 간단하다며 뜬금없이 만들겠다고 나섰다.


시중에 나온 종자온탕소독기를 구입하려면 최소 300~500만 원 정도 한다. 남편은 보일러와 물통 구입에 50만 원 정도, 배선 연결하는데 10만 원 정도 투자하여 온탕소독기를 뚝딱 완성했다.




쟁기질하기

못자리하기 전에 미리 논을 정비한다. 봄이 오고 겨울 내에 얼어있던 땅이 녹았다. 가을에 추수하고 썰어놓은 볏짚도 땅에 섞어주고 흙을 부드럽게 해주는 쟁기질을 한다. 트랙터에 달린 빗(?) 같은 쟁기로 흙을 긁어준다. 쟁기질을 하면 땅 속의 좋은 흙이 땅 위로 올라온다. 그리고 땅 위에 있던 볏짚과 작년 농사로 영양가를 잃은 흙은 땅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농사꾼은 '자연'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참 단순한 작업인 듯 보이지만 자연의 섭리를 응용하는 점이 참 많다. 이성적인 남편은 묵묵히 할 일을 할 뿐이다. 감성적인 나는 자연의 신비가 너무나 감동적이다. 그래서 맨날 남편에게 잔소리를 듣는다. 일 안 하고 뭐 해?!




볍씨 까락불기

못자리에 쓸 볍씨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방앗간이나 농협 등을 통해 깨끗한 볍씨나 새로운 품종의 볍씨를 구입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는 작년에 농사지은 것 중에 병충해가 적고, 풀씨가 없으며, 곡수가 많이 나왔던 논의 볍씨를 건조기로 바짝 말려 겨울 내내 창고에 보관하였다.


보관했던 볍씨를 꺼내 까락제거기로 풍구작업을 했다. 풍구작업은 위에서 볍씨가 솔솔솔 내려오면 강력한 선풍기로 먼지와 까락, 쭉정이, 풀씨를 날려서 묵직한 볍씨만 아래로 내려오게 하는 작업이다. 까락제거기도 1년에 1번 하루 쓰는 농기계이다. 오래되어 바람이 약해졌다. 선풍기를 추가로 틀어놓고 작업을 했다.


20kg 볍씨 한 자루에 모판 100개 정도 나온다. 저울로 무게를 재어 되도록 정량을 담는다. 온탕소독 및 발아기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물이 잘 빠지는 망사자루에 넣는다. 이 볍씨를 불려서 싹을 틔운 다음 못자리에 사용한다. 올해도 약 100마지기(1마지기=200평, 100마지기=20000평) 정도 농사를 짓는다. 1마지기에 넉넉잡아 모판이 약 20개 정도 필요하다. 100마지기 2000판 예상하고 여유 있게 2200판을 준비한다. 그래서 20kg 자루를 22개 만들었다.


처음엔 팔에 힘이 없어서 20kg도 못 들었데, 아들 둘 키우다 보니 이제는 번쩍번쩍 들 수 있게 되었다. 풍구작업은 나에게 맡기고 남편은 못자리에 쓸 지하수에 모터를 연결한다. 겨울에 얼어터질까 봐 치워 둔걸 다시 설치한다. 지하수는 농사철 내내 사용한다.




로터리 치기

쟁기질해둔 마른논을 한 번 더 로터리 친다. 흙을 부드럽게 갈아주는 역할이다. 흙을 믹서기에 돌리는 느낌. 로터리 치기는 남편이 출근 전 새벽, 퇴근 후 저녁에 작업해서 눈으로 볼 순 없다. 농사철만 되면 무척 바빠지는 남편은 농번기에 몸무게가 5~8kg씩 빠진다.


남편이 기계로 작업하느라 바쁠 땐 도와줄 게 없다. 그나마 체력 유지할 수 있도록 아침과 저녁 식사를 잘 챙겨 먹이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평소보다 더 많이 먹어도 체력소모가 큰 농번기에 남편은 살이 쭉쭉 빠진다.



논두렁 만들기

논이 좀 가까이 모여있으면 좋으련만. 여기저기 뚝뚝 떨어져 있는 논을 하나하나 다 방문(?)하려면 이동시간도 만만치 않다. 로터리 치기가 끝나면 논두렁 만들기를 한다. 무너진 논두렁을 보강하고 다듬는다. 논두렁이 없거나 약해지면 논에 물을 대거나 물고 볼 때 불편하기 때문에 미리미리 작업해두어야 한다.


논두렁조성기도 1년에 한 차례 사용하는 기계이다. 집에 있는 논두렁조성기가 구형이라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빌려 쓰기도 했는데 올해는 타이밍이 안 맞았다. 아쉬운데로 집에 있던 논두렁조성기를 보강해서 사용했다. 


농기계는 구입하는데 큰 목돈이 든다. 가격이 비싸서 빌려 쓰는데도 비용부담이 발생한다. 그런 농업인들에게 몇 년 전부터 코로나 19 지원사업으로 농기계임대금액 50% 할인은 참 반가운 소식이다. 잘 이용하면 기계구입의 부담 없이 신형 농기계를 빌려 쓸 수 있어서 참 좋다. 고가의 기계나, 신형제품, 농번기에 많이 사용하는 계절성 기계는 빠른 선점이 중요하다.




논두렁제초제

논두렁을 만들었으면 논두렁에 제초제를 준다. 아직 물대기 전이라 첫 논두렁 제초제는 트랙터로 준다. 농약통을 트랙터에 연결하여 트랙터에 앉은 채로 분사기를 붙잡고 논두렁을 빙 둘러가며 뿌린다.


모내기 후에 논두렁 제초제를 한 번 더 뿌린다. 그땐 무거운 농약통을 짊어지고 줘야 하고 논두렁을 많이 걸어다녀서 무척 힘들다. 결혼하고 처음엔 고생하는 남편을 보고 논두렁에 풀을 꼭 죽여야 할까?에 의문이 있었다. 논두렁에 풀이 없어야 물고 보러 걸어 다닐 때 불편함이 없다. 무엇보다 주변 농사꾼들의 눈치가 보인다. 논두렁에 풀이 수북하면 '저 논은 누가 농사짓길래 저래?' 하며 다들 수군거린단다.


논두렁 관리는 농사꾼의 자존심 영역인 것 같다. 직장 생활하며 주말에만 농사짓는 상황에 논두렁 관리가 부실할 수도 있지 뭐 남들 눈치가 중요해? 싶은데도 남편이 제초제를 꿎꿎이 주는 이유다.




비닐하우스 치우기 땅다지기

논관리라 대충 끝나면 못자리 전 비닐하우스를 정리하고 땅을 다진다. 못자리는 모판에 흙 넣고 볍씨 뿌리는 작업을 말한다. 이렇게 만든 모판을 키워서 진짜 '모'로 만드는 방법을 논에서 할 것이냐(논못자리), 하우스에서 할 것이냐(하우스못자리)로 나뉜다. 예전부터 해오던 방식은 논 못자리.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조금 편하게 하자고 하우스 못자리로 바꿨다.


하우스 못자리는 못자리날 만든 모판을 3일 후 하우스에 하나씩 하나씩 쭉 펼쳐놓고 물 줘서 키우는 걸 말한다. 하우스에 모판을 쭉 깔려면 바닥이 평평하고 단단해야 한다.


못자리가 끝나면 어머님이 하우스에 밭작물도 키우고 가을, 겨울엔 깨나 콩 타작할 때 사용하신다. 그래서 먼저 작년 겨울까지 사용하신 하우스 안을 정리한다. 울퉁불퉁 딱딱해진 바닥은 로터리를 쳐서 흙을 부드럽게 만든다.


부드러워진 흙을 다시 평평하게 다진다. 하우스 땅을 평평하게 다질 때 쓰는 땅다지기도 1년에 1번 하루 쓰는 농기계이다. 하우스농사를 많이 짓는 이웃집에서 빌려왔다. 경운기 머리처럼 생겼는데 무겁고 큰 롤러가 붙어 있어서 작동시키면 진동과 회전으로 땅을 다져준다.




볍씨 열탕소독하기

이제까지는 못자리 전 미리 준비해야 하는 농사준비 작업이었다면 이제는 못자리 준비작업이다. 못자리 3일 전날 볍씨를 소독하고 발아시킨다. 20kg 자루 22개로 모판 약 2200개를 만들 생각이다.


못자리 3일 전, 남편이 만든 온탕소독기에 볍씨를 담갔다 빼내는 열탕소독 작업을 한다. 그리고 곧바로 볍씨발아기에 볍씨를 모두 넣고 물에 잠기게 한 다음 소독약을 넣고 따뜻한 온도에 볍씨를 싹 틔운다. 볍씨발아기는 먼저 못자리를 끝낸 이웃집 기계를 사용했다. 소독약은 미리 농협에서 구입해 사용하였다.



못자리하기

못자리 전날 모판을 감싸줄 공업용 랩을 구입했다. 볍씨파종기는 한 달 전에 농기계임대사업소에 신청해서 빌려왔다. 그리고 해마다 못자리 날 최소 2명 정도 외국인 인력을 데려와서 썼다. 작년기준, 남성 1인당 인건비가 14만 원이었다. 농사철에 일손부족하면 인건비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보통 가족들을 총동원하거나 동네사람들을 총동원해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는 충청북도형 농촌지원사업으로 생산적일손돕기 지원을 받았다. 봉사센터에 일손이 필요한 날 미리 신청하면 농가는 아무런 부담 없이 하루 4시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봉사를 지원한 나온 단체는 자원봉사센터에서 봉사시간 및 봉사비를 지원받는다. 농가가 부담할 비용은 한푼도 없다.


몇 년 전부터 시행되는 사업이었는데 올해 못자리 날 처음 신청해서 이용해 봤다. 못자리는 보통 2시간 정도면 끝나는데 하루 8시간짜리 인력을 이용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건 사실이다. 4시간 내로 봉사단체에서 여러 명이 지원 나오니까 다같이 짧고 굵게 일을 해야 할 때 참 유익했다.




하우스못자리 육묘

못자리를 무사히 마치고 모판은 잘 쌓아서 덮어두었다가 3일 뒤에 개봉한다. 하우스 못자리를 하기 위해 하우스 바닥에 깔 비닐을 구입했다. 비닐을 바닥에 깔고 모판을 키우면 수분이 빨리 마르지 않고 하우스 바닥이 질퍽여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모판 뗄 때는 하우스 안으로 트럭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바닥이 질어지면 4륜이라도 트럭이 들어갔다 나오기 힘들다.


하우스 3동에 못자리를 했다. 바닥에 비닐을 깔아서 고정시키고 모판을 하우스 가득 쫙 깔아준다. 하우스에 물호스를 연결해 두어서 메인 물탱크만 열어서 작동시키면 하우스 3동에 모두 물이 나온다. 이렇게 약 3~4주 정도 모판을 키운다. 모가 어느 정도 컸다 싶으면 모내기를 시작한다.






4월은 본격적을 벼농사를 준비하는 달이고 지출이 시작되는 달이다. 못자리 준비하는데 필요한 상토구입, 농기계임대료 그 외 자질구래한 재료구입이 많은 달이다. 올해는 온탕소독기 제작에도 돈이 들었다.


5월은 모내기달로 농번기가 시작된다. 비용도 많이 들고 힘도 많이 드는 달이다. 가정의 달인데 주말마다 바빠서 아이들에게 젤 미안한 한 달이기도 하다. 벌써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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