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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가 밥을 부른다

미니멀한 주방

전날 저녁식사 설거지와 오늘 아침식사 설거지가 싱크대에 모여있다. 더 미루고 싶지만 배고프다고 성화인 아들 둘 때문에 결국 설거지를 시작한다. 저녁밥을 하려면 반드시 설거지를 해야 하는 나만의 주방살림 시스템이다.




설거지 미룬이

설거지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집안일이다. 어렸을 적 냄비에 물 팔팔 끓여 설거지하던 추억 때문일까? 대학생시절 피자집 아르바이트할 때 설거지지옥을 경험해서일까? 치즈가 눌어붙은 접시를 뜨거운 물에 몇 시간씩 설거지를 하고 양손에 습진이 생겨 물집이 터지던 기억 때문일까? 모르겠다. 난 그냥 설거지가 너무 싫다. 유튜브나 인스타에는 왜 이렇게 살림고수들이 많이 살고 있을까? 감탄하며 보다가도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 그들을 보면 나는 완전 불량주부다. 요리도 대충 하면서 설거지마저 미루다니!!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설거지를 미룬다. 미룰만해서 미룬다는 나만의 철학을 갖고 평정심을 찾는다. 남편 귀가시간에 맞춰 식사를 하다 보니 저녁상을 2번 차려야 한다. 배고픈 아이들은 저녁 준비가 끝나자마자 먼저 먹인다. 아이들 식사가 끝나면 남편이 먹을 상을 다시 차린다. 저녁을 먹고 나면 잘 준비로 바쁘다. 식사를 먼저 마치고 남편이 식사를 마무리할 동안 이부자리를 본다. 잠옷까지 갈아입고 나면 만사가 다 귀찮다. 남편의 식사도 끝나면 그릇을 정리한다. 저녁식사 후 쌓인 설거지는 내일로 미룬다.



마법의 미니멀라이프

우리 집 식기들은 대부분 다이소에서 필요한 만큼만 구입했다. 더 필요하면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주방용품을 많이 간소화시켰다. 아직까지 불편함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덕분 설거지를 계속 미루면 접시도 수저도 남는 게 없다.


하루를 넘기고, 다음날 저녁 준비를 하려면 반드시 설거지를 해야 한다. 저녁 요리를 하면서 동시에 설거지를 한다. 싫어하는 일을 해야 하지만, 하지 않으면 결국 밥을 먹을 수 없다. 한정된 우리 집 주방 식기들은 나를 저절로 일하게 만든다. 미니멀한 주방은 설거지를 더 자주 하게 만든다. 물건이 적은 만큼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 불편함 있어서 우리 집 주방은 깔끔함을 유지하고 있다.



정돈된 주방, 하루의 마무리

아침은 이불개기로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한다. 집안을 환기시키고 이불을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리며 에너지를 만든다. 저녁은 저녁식사 준비 완료와 동시에 깨끗해진 주방이 하루의 마감을 알린다. 오늘 하루 나의 할 일이 모두 끝났다. 설거지가 끝나고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몸도 마음도 차분하고 느긋해진다.


설거지는 그릇을 닦는 일이지만, 나의 하루의 마무리를 잘 정돈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깨끗해진 주방을 보면 성취감마저 든다. 미니멀한 주방은 조금 불편하지만, 결국 나를 저절로 움직이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미니멀해지길 참 잘했다.





설거지가 귀찮다면 주방을 미니멀하게 만들어보자! 싫어도 자동모드로 설거지를 하는 마법을 경험할 것이다 ㅋ

https://youtube.com/shorts/XQm_o0R0vbs?si=AzG9Jm-n5AqIcS-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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