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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받을 땐 물건을 버리자

미니멀과 물건줄이기

미니멀하게 살고 싶었다.



물건 줄이기

물건을 많이 줄였다. 사실 나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쓸만한 건 중고로 팔거나 무료로 나눔 했다. 쓰던 물건은 용도가 다 할 때까지 버텼다가 비웠다. 비운 자리를 새로운 물건으로 채우지 않았더니 물건을 쉽게 줄일 수 있었다. 맘먹었다고 며칠 만에 후다닥 해치울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최소 1년 이상, 끈기가 필요한 과정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한 바퀴 돌아야 제대로 비울 수 있다. 그럼에도 쓸모가 남은 물건은 버리기 아까워 망설임 공간에 모아둔다.



스트레스받는 날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다르다. 나는 할 일이 많아졌을 때, 고민거리가 많아졌을 때, 앞으로 할 일이나 계획이 불분명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불안하고 답답하다. 대부분의 스트레스는 우리 집 남자 셋으로부터 온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에도 집중하기 어렵다. 습관처럼 하던 일상생활도 하기 싫어서 미루게 된다. 마음은 답답하고 머리가 복잡하다. 그렇게 일상이 멈춰버리면 깨닫는다. 아, 내가 지금 스트레스를 받았구나. 스트레스가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 나는 조용히 물건을 정리한다. 그동안 버리지 않고 남겨두었던 망설임 공간의 물건들을 하나씩 비운다.



다시 보면 궁상맞은 물건들

언니가 커서 안 입는다고 준 옷과 집수리할 때 페인트가 묻은 옷이 있다. 입으면 너무 편하고 좋지만 낡고 더러워져 외출복으로는 못 입고 작업복으론 입으려고 챙겨두었다. 작업복이라고 낡고 더러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궁상맞은 나. 운동화를 세탁했다가 빨리 안 마를 것을 대비하려고 남겨둔 스페어 신발. 어차피 외출일정 없는 날 세탁할 거면서 걱정이 많은 나. 비상용으로 사용하려고 남겨둔 아이들의 낡거나 작아진 옷, 양말, 속옷 등. 비상용이 없어도 아무 상관없는데. 그렇게 당장 버려도 아무렇지 않은 물건들을 조용히 꺼내서 비웠다.


버리려고 맘먹고 다시 보니 궁상맞은 물건들이다. 정말 필요하면 새 걸 사도 되는걸, 뭐가 그렇게 아까워서 쟁여놨을까. 하나씩 꺼내 비우면서 눈앞에 빈 공간이 늘어났다. 빈 공간을 쳐다보기만 해도 머릿속 공간에도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빈 공간이 많은 우리 집이 참 좋다. 집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빈 공간만큼 마음의 여유가 채워진다.



시험기간에 청소가 하고 싶은 이유

학창 시절 시험기간에 책상에 앉아 공부 좀 하려는데 책상이 지저분해서 공부를 할 수 없었던 적 있는가? 공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반드시 책상부터 정리해야 해!!라고 무의식이 명령을 내리는 기분.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도 부족할 판에 하필! 지금! 왜! 갑자기 정리가 하고 싶을까? 할 일이 많을 때, 평소 아무렇지 않던 물건들이 어지러워 보일까?


본능이라고 생각된다. 마음의 여유, 생각의 여유가 없기 때문에 대리만족 하기 위해 공간을 정리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물론 애정하는 물건들에 둘러싸여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평소 일상생활에서 필요 없는 물건들 때문에 답답함을 느낀다면 과감히 정리해 보다. 물건 정리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릴 것이다.


공간이 주는 여유, 내가 미니멀라이프에 빠진 이유다. 마음의 여유가 들어갈 '공간'을 만드는 작업! 내가 지금 할 일, 생각할 것들, 결정할 것들이 들어갈 마음의 여유를 만들기 위해 먼저 물리적인 공간을 정리하는 것이다. 물리적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이 심리의 공간에도 여유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갑자기 엄마가 장난감 선반을 노려보고 있으면 아이들은 '정리'의 순간임을 깨닫는다. 눈치껏 모아둔 잡동사니를 덩달아 비워낸다. 아이들 작품도 '이때다!'하고 오래간만에 비운다. 남편도 구입하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갑자기 부지런히 당근에 올린다. 당근수익으로 외식하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다. 엄마가 스트레스받는 날은 우리 집 남자 셋도 정리하는 날. 정리하자. 공간도,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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