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장난감 정리할 기회가 왔다

망설임 창고 대방출

지난여름, 몇 년 동안 망설임 창고를 차지하고 있던 장난감을 대방출했다. 기부라고 쓰고 처분이라 읽는다. 이렇게 속이 후련하고 개운할 수가. 오랫동안 묵힌 숙제를 한 방에 해결했다.




물건 비우는 건 어렵다

정리를 좋아하고 잘하고 있다 말하지만, 쓸모가 남은 멀쩡한 물건 비우기는 아직도 어렵다. 버리기엔 돈이 아깝고, 중고처분이나 나눔을 하기엔 소모되는 에너지가 아깝다. 나눔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한동안 네이버카페에서 무료 나눔을 참 열심히 했다. 그땐 몰랐다. 노력에 비해 에너지 소모, 정신력 소모가 크고 보람은커녕 허무함과 황당함이 남는다는 사실을. 이제는 무료 나눔을 지양하고 있다. 물론 비울 물건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덕도 있다.



고가의 변신로봇들

덕분에 우리 집 망설임창고에는 고가의 변신합체 로봇들이 갈 곳을 잃고 자리차지만 하고 있었다. 버리거나 무료 나눔 하긴 아깝고, 지인에게 주자니 떠넘기는 것 같았다. 장난감 기부하는 곳도 몇 군데 알아봤지만 처분을 위해 보내버리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탐탁지 않았다. 남자아이 키우는 지인이 로봇장난감에 관심을 보이면 필요한지 물어보고 선물로 줄 생각에 장기보관 중이었다.



학교에서 바자회가 열렸다

"엄마, 이것도 기부할까?" 아이들 학교에서 바자회가 열렸다. 바자회 안내문을 받고 누구보다 신나 했다. 엄마가 왜 신나 하는지 알고 있는 아이들은 망설임창고의 장난감을 모두 기부하자고 했다. "엄마, 장난감 정리할 수 있어서 신났어?" 둘째가 자꾸 물어본다. 엄마가 저 망설임 창고를 볼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답답했는지 너희들은 모를 거다. 비싸게 주고 샀는데 처분하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쌓아둔 마음의 숙제.


학교 바자회에서 우리 집 장난감들은 빠른 속도로 완판 했다. 아, 뿌듯하다. 우리 아이들도 바자회에서 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보드게임과 장난감을 하나씩 득템해 왔다. 마음이 참 훈훈하다. 



아이들은 쑥쑥 자란다

바자회 때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남겨둔 장난감이 아직도 꽤 많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또다시 망설임창고로 들어갔다. 장난감은 아이들 물건인 만큼 아쉬워하지 않고 스스로 포기할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뒤탈이 없다. 이건 언제 또 비우나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장난감 중에서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고 장기간 사용 중인 장난감은 레고블록이다. 가장 정리하기 어렵고, 가장 많이 자리를 차지하며, 쳐다만 봐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엄마픽 최악의 장난감. 그럼에도 5살 때부터 초등학생인 지금까지 꾸준히 갖고 노는 유일한 장난감이라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중이다. 언젠가는 비우겠지 뭐.







장난감 이제 그만 사자. 제발.

매거진의 이전글 스탠드 대신 스마트폰 손전등을 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