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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혁 Feb 15. 2024

겨울에는-브로콜리너마저 <졸업>

브로콜리너머저 <졸업>을 들었다.

<출처:Yes24>

  올해 겨울은 그리 춥지 않았다. 지구가 아픈 것이 분명하다. 기후 위기의 문제가 날로 심각해짐을 실감한다...(인간이 미안해) 여하튼, 겨울의 정경과 분위기를 애정하는 나에게, 이번 겨울은 무척 아쉬웠다. 그러던 중, 저번 주에 눈이 실컷 오는 날이 있었다. 마지막 신호탄같이 느껴져 겨울에 가장 많이 떠오르는 '브로콜리너마저'의 <졸업>을 감상하였다. 집에 누워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듣는 <졸업>은 역시 최고였다.

 '브로콜리너마저'의 목소리, 가사는 따뜻한 느낌은 아니지만, 적당히 미지근하게 느껴져 오히려 편안하다. 1집 <보편적인 노래> 역시 말도 안 되게 사랑하는 앨범이지만, 겨울에는 역시 <졸업>이다.


 20대 초반에 겨울 거리를 거닐며 해당 앨범의 노래를 무한재생했던 기억이 잦다. 특히,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을 많이 들었는데, 20대 '깊은 어둠' 속에 빠져 있던 나에게 굉장히 깊게 다가왔다.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삼키던 순간이 꽤 있었다. <울지마>도 자주 들었다. 무조건적인 위로보다, 세상의 냉엄함과 함께 위로를 건네는 노래의 방식이 더욱 진실성 있게 다가왔었다..


  앨범과 동명의 곡인 <졸업>은 지금의 내 상태와 닿아 있는 노래다. 대학을 졸업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 느낌이 중고등학교와 사뭇 다르다. '사회인'으로의 걸음을 딛는 친구들에게 마냥 축하만 해주기도 애매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또 안쓰럽기도 하고...양가적인 기분이 든다. 그래서 그런가, 노래 가사인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는 가슴을 후벼 파는 부분이 있다.


 앨범 전체적인 분위기, 가사가 인상 깊어 겨울이면 자주 듣는 앨범이다. <열두시 반>으로 시작해서 <다섯시 반>으로 끝나는 구성은 새벽을 함께 한 기분도 느끼게 해준다. 새벽, 겨울, 쓸쓸함과 참 닮은 앨범이다. 


 겨울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다 지났는지도 모르겠다.(입춘은 지났으니) 겨울의 마지막을 브로콜리너마저와 함께 장식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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