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수정 신창현 셰프의 화려한 변신
며칠 전 들른 서강대 앞 요수정이라는 곳은 어마어마한 임팩트를 남겼다. 올해 들른 식당 중 손가락에 꼽을 만큼 내게는 큰 감동이었다. 방문했을 때 , 2주 뒤에 광교의 빛다리 라는 곳에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다고 해서 그 임팩트를 이어가기 위해 바로 예약했다. 요수정의 음식은 오마카세도, 셰프 테이스팅 코스도 아닌 '믿고 맡김'이다. 그 컨셉을 고스란히 빛다리에 투영하기를 빛다리 / 금남방의 사장님께서 요청하신 것 같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성공적인 콜라보였다. 요리와 음식에 관심이 많아, 이 곳과 저곳의 콜라보레이션에 관심이 많은데, 그중 아주 조화로운 콜라보였다고 생각한다.
첫 메뉴는 전식이었다. '호프집에 나오는 강냉이'의 의미로 주는 것 같은데 플레이팅 만으로도 이렇게 고급스러움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 요식업의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전식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코스는 8코스인데, 요수정에서도 그랬듯이, 중간에 간단한 서비스 메뉴가 한 가지 나온다. 전식 / 서비스를 포함하면 총 10가지 코스인데 가격이 1인당 37,000원이었다. 여기서부터가 감동이 몰려오는 순간이었다. 이번 글은 코스이다 보니 사진과 그에 붙은 설명을 한 후, 전체적인 느낀 점과 인상 깊었던 점만 집어서 풀어보려 한다.
10가지 음식에 37,000원
참돔 된장 채소무침은 대흥의 요수정 본점에서도 먹었던 정겨운 메뉴였는데, 그 당시에 느꼈던 감흥이 다시 생각나 상당히 반가운 메뉴였다. 된장을 크림과 함께 간간하게 소스화를 완벽한 밸런스로 이끌어 내는 것이 참 인상적이다. 참돔 또한 수준급으로 숙성이 되어있어서, 메뉴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삼치 튀김 고수 소스 또한 임팩트가 어마어마했다. 이게 요수정이지, 이게 신창현 셰프님이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시그니쳐스러운 메뉴라고 생각한다. 크런키함이 정상의 도에 올라온 삼치 튀김에 항상 느끼는 반칙 같은 향과 맛과 점도의 소스. 완성도란 참 여러 가지 박자가 맞아야 나오는 것인데, 그걸 참 쉽게 하시는 것 같다.
소스의 귀재, 여러 박자에서 높은 완성도
요수정에서도 파스타와 리소토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면의 반죽에서부터 품격이 다른 게 느껴졌고, 그에 따른 식감과 풍미가 웬만한 파스타 전문점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이 날 먹은 생면 페투치네 소고기 볼로네제 또한 존재감이 돋보였다. 좋은 면요리를 먹을 때 느끼는 것은, 육수나 소스를 배제하고 면만 먹더라도 내공이 느껴지는데, 여기서도 그 경험을 했다. 특히나 그라인드 하지 않고 슬라이스 한 치즈가 씹히는 맛이 좋았다.
면만 씹어도 차별화됨을 느낄 수 있는 파스타
코스에는 없는 입가심으로 나온 콩국+수박 은 와이프가 평가하길 이 날 최고의 디쉬였다. 농도와 간이 둘 다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콩국을 처음 접해봐서, 당장 면을 삶아 이 걸쭉한 국물에 집어넣고 싶었다. 숟가락이 아닌 들이킬 때 끝 맛이 수박으로 떨어지는 치밀한 계산조차도 디테일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요리였다.
티라미슈 세상 찐하다. 요수정 예약하면서 티라미슈 여부를 꼭 물어보고 가고 싶을 정도로, 가보지도 않은 이탈리아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맛이 매우 좋았다.
이런 콩국이라면 텀블러가 필요하다.
여러 식당을 다니다 보면, 음식을 대하는 자세부터가 다르신 분들이 계시다. 이 곳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단순히 요식업을 통한 수익창출을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고객들과 교감하고 맛을 알려주려고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오마카세 / 셰프 테이스팅 코스가 아닌 우리말 "믿고 맡김" 콘셉트를 한 이유를 음식들을 통해 잘 보여줬다고 생각이 들었다. 참 행복한 식사였다. 빛다리는 광교 앨리웨이에 위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