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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기록

여름이 지난 자리, 해운대

그곳의 스타벅스

by 부키

6시가 채 되기 전, 이른 아침, 우린 모두 눈을 떴다.

“다들 아침형 인간이야?”

오랜만에 함께 여행 온 우리는 아침 바다를 보기 위해 주섬주섬 챙겨 나온다.

일출은 놓쳤지만, 한가로운 해운대 바다는 너무나 궁금했다. 여름이 지난 자리, 부산함이 떠난 여유를 보고 싶은.


“한가롭기는… 우리만 일찍 나온 게 아니네?”

길가의 쓰레기조차 치워지지 않은 시각에 해운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걷거나 뛰는 사람들, 모랫길에서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 다양한 산책자들. 여름이 지나 선선해진 아침 공기가 많은 이들을 불러 냈는가? 아님, 원래 이곳은 늘 이렇게 북적대는가? 십수 년 만에 찾은 아침의 해운대는 많이 낯설었다.


”아침 산책을 마쳤으니, 모닝커피?“

7시에 커피를 마실 수 있은 곳은 별로 없다. 다행히도 해운대의 ‘스타벅스’는 대부분 7시에 오픈이었고, 일이백 미터 간격으로 있는 ’스타벅스‘의 여러 지점 중 골라 들어가는 재미도 있었다. 결국 제일 가까운 곳으로 들어갔지만,


오픈 전이지만, 일찌감치 들어와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여럿이다. 분주한 주문 시간이 지나고, 각자의 취향대로 자리를 잡은 많은 방문객을 신기하게 둘러보았다. ‘이 시간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일요일 아침을 즐기다니.‘ 그리고 가장 눈에 많이, 잘 뜨인, 분들은.


선글라스를 끼고, 모자를 쓰고, 운동 후에 아침 브런치를 들고 계시는 중년 이상의 여성분들이었다. 동행 없이 혼자 들어와 자리를 잡으신. 어떤 분은 동영상을, 어떤 분은 먼바다를 보며, 어떤 분은 책을 옆에 두고. 사이렌 오더에도 능숙한. 혼자의 시간을 즐기는 여유가 느껴지는 분들이었다.


중년의 부부도 여러 쌍 있다. 어떤 부부는 집에서 ‘샐러드’를 담아 오셔서 함께 드시고 있었다. 신문을 들고 오신 남편 옆에서, 글을 쓰시는 분도 계셨다. 각자의 영역에서 방해하지 않는 단정한 분위기의 부부. 물론 일찍 잠이 깬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도 두 쌍 보게 되었고.


옆에 있던 동생이 이야기한다.

“나도 나중에 혼자 살면 이렇게 살고 싶네.”

나의 미래 모습을 그려 본 시간이었다.

그곳이 해운대라서 가능한지, 스타벅스라서 가능한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아침을 길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간소한 식사+독서

아침을 풍요롭게 만드는 3요소이다.

이건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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