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것이 우선 작용할까?
자연에서 배운 잔인한 생존의 본능과 인간 사회의 관습은 어느 것이 우선 작용할까?
테이트가 발견한 카야의 비밀공간에는 그녀가 체이스를 죽인 살해범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세상에 없고, 테이트는 이를 조용히 묻기로 한다.
체이스의 살해범으로 몰린 카야는 정황에 대한 어떤 물증도 남기지 않았다. 그녀는 용의주도하게 자신의 발자국을 없앨 수 있었고, 작가답게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할 목격자도 설정할 수 있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카야에게서 죄책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테이트는 카야의 행적을 발견하고 이를 바로잡지 않는다. 과연 누구를 위해서? 어쩌면 구설수에 휘말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 아니었을까? 전에도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카야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테이트였다.
독서 모임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야에게 동정의 마음과 대견함을 갖고 있었다. 그 마음은 끝까지 유지되는 듯 보인다. 다만, 어떻게 살인을 하고도 이를 감각하지 못하는지 의아했다. “자연에서 배운 대로 한 거라서?”
카야는 늪지대에서 교미가 끝난 후, 암컷이 수컷을 헤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아버지의 폭력과 가난, 외로움, 고립 등으로 스스로 생존해야 했던 어린 카야는 자연에서 모든 것을 배우고 있었다. 학교를 거부하고, 고립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터득한다. 그리고 암컷이 수컷을 헤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어떤 경우에는 필요하고, 실행해야 한다. 카야는 배운 대로, 습득한 대로 한 것이다. 하지만, 카야가 끝까지 고립되어 살아간 것은 아니다. 나중에 성공적인 작가가 되고, 많은 사람들과 연결된다. 자신의 터전을 떠나진 않았지만, 인간 사회에 적응하기도 한다. 그러니 그녀에게서 단지 자연의 본능만을 보는 것이 옳은가? 카야에게 도덕감정은 생존과 연결되는 것이었다.
테이트는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하고 유능한 인물이다. 카야를 향한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다만, 마음처럼 행동이 따르진 못한다. 자신의 연구 경력을 우선시하고, 이를 카야에게 납득시키지 않는다. 그녀가 이해하지 못할 거라 생각해서? 떠나지 못할까 봐? 혼자 남은 카야를 생각한다면 그의 행동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마지막에 카야의 시와 목걸이를 없애는 과정에서 테이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카야가 살해범이라고 밝혀지는 것이 두려웠을까? 카야를 위해? 자신을 위해? 하지만, 여전히 범인이 밝혀지지 않고 피해자로 남은 체이스와 그의 가족들이 있다. 아무리 동정받지 못할 이웃들이었다 해도.
그럼에도 책의 결말에 그다지 불만이 없다. 독서 모임에 참여한 대부분의 회원들은 매우 흥미롭게, 인상적으로 이 책을 읽었다고 전한다. 아마도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카야의 이웃들처럼 읽는 내내 카야를 항한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줄곧 외면했던 카야에게, 마지막 그녀의 죄도 외면하고 마는 사람들의 마음 아니었을까.
#가재가노래하는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