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키우는 최고의 단맛
네. 든든합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맞겠다.
근데 언제부터?
아들 셋을 키운다 하면 '빵점 엄마다'라고 농담 반 진담 반 듣게 된다. '어떻게 키우냐'는 걱정의 말씀도 너무 익숙하다. '딸을 안 키워 봐서 뭐 비교는 안되네요..'라고 슬쩍 넘어가기도.
그래도 마지막 마무리는 훈훈하다.
"다 키우면 얼마나 든든하겠어요!"
다 크기를 기다렸고, 이젠 다 큰 아들 셋 맘이 되었다. 아들이건 딸이건 자식 키우는 것이 뭐가 그리 다를까 싶지만, 아무래도 아들들은 물만 주면 자라는 콩나물시루처럼 무던하게 자라 주는 시기가 있다. 키도 훌쩍 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세상에 둘도 없는 엄마의 기사가 된다.
본격적으로 무엇이 든든한지 적어봐야겠다.
1. 아들 키우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으니 이젠 3형제 모두 나보다 키가 크다. 훌쩍 커버린 모습에 옆에 서있기만 해도 든든하다.
2. 쇼핑을 가더라도 궁시렁대는 남편 대신에 아들 데려가면 군소리 없이 짐도 들어주고, 눈치 빠르게 엄마를 에스코트한다. 든든하다.
3. 딸만 둘을 키우신 외할머니 장례식장에 다 큰 외손자 3명이 서있으니 든든하다. 병풍같이 서있기만 해도.
4. 옆 동으로 이사를 해야 할 때, 아들 셋이 짐을 거의 다 옮겼다. 용달 한 번 부르고 나머지는 셀프 이사가 가능했다. 이 정도로 힘쓰는 젊은이들 든든하다.
5. 대학에 진학하니 미래를 구상하고 진로를 찾아 나가는 것이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나중에 아들 덕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든하다.
6. 어릴 때는 지구를 지키는 파워레인저쯤 착각하더니, 이젠 부모님은 내가 지킨다는 빈 말이라도 하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야 든든해 보인다.
7. 나라 지키러 가는 아이에게 '이제 철들러 가는 거다' 박수 쳐 주니 갑자기 철이 든 편지 한 통을 보내온다. 조국의 아들이 되어 그런가. 든든하다.
8. 아들의 여자 친구가 엄청 궁금하지만, 엄마는 내심 무관심! 한 척, 쿨! 한 척 속으로 간질거린다. 이런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가끔 보고해주는 아들, 이 정도면 어디 가서 욕먹지는 않겠다 생각하면 든든하다.
9. 주위에 좋은 친구들과 선후배들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마음도 놓이고, 그 사람들에 어울리는 아들일 것이란 생각에 든든하다.
10. 엄마의 공부를 응원해주고 도와주려는 아들. 든든하다.
10개의 든든함을 찾느라 억지스러움을 눈감아 준다..
[든든하다] : 어떤 것에 대한 믿음으로 마음이 허전하거나 두렵지 않고 굳세다.
사전에서 찾아본 [든든하다]의 정의다. 아이에 대한 믿음 없이 든든하게 키울 수 없을 것이다. 부모에 대한 믿음 없이 아이들이 든든하게 자랄 수 없을 것이다. 언제나 '너의 편이 되어줄게.'라는 신뢰를 주는 것이 아이가 든든하게 자라는 기본 원칙이라 생각한다. 그러면 아이도 엄마에게 든든함을 돌려준다.
아직 파이널이 남아 있다. 두구두구두구두구...
지난 추석 명절 아빠와 차례주를 마시던 큰 아이가 말한다.
"아빠는 진짜 운이 좋으신 거예요. 엄마 같은 여자를 만났다는 것은.. 세상에 엄마 같은 여자가 어디 또 있겠어요?"
음..? 이 뜬금포는 무엇이지? 취중진담!
"그래, 아빠도 그렇게 생각해 HAHAHA."
(그때 엄마는 옆 테이블에서 독서노트를 작성 중이었다고 한다.)
엄마라는 사람을 온전히 바라봐 주고, 이해해 주는 아들.
진심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