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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벅 Feb 04. 2023

위스키와 색소

숙성을 마친 위스키 원액을 병에 담기 전에 대부분 희석과 여과 과정을 거친다. 희석은 말 그대로 원하는 알코올 도수를 맞추기 위해 물을 섞는 작업이고, 여과는 위스키의 온도를 낮춰 불순물(주로 단백질)을 굳힌 다음 필터로 거르는 작업이다. 물론 희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캐스트 스트랭스' 위스키도 있고, 여과 과정을 생략한 'Non Chill-Filtered' 위스키도 있지만 대부분의 위스키는 희석과 여과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과정이 있으니 바로 색소를 추가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스코틀랜드는 위스키의 색을 맞추기 위한 캐러멜 색소 첨가를 금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가 마시는 스카치 위스키의 영롱한 호박색은 사실은 캐러멜 색소로 색을 맞춘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구나 스카치 위스키들은 색소 포함 여부를 라벨에 표시할 의무도 없으므로 색소 사용 여부를 파악하기도 어렵다(스웨덴이나 독일과 같이 이를 라벨에 표시하도록 한 나라도 있다고 한다). 간혹 라벨에 '내츄럴 컬러'라고 표시한 위스키가 있다면 색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색소를 사용하는 이유는 오크통 숙성 이후 위스키의 색이 너무 흐릿하거나 일정하기 않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오크통은 사용하면 할수록 나무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특유의 호박색도 엷어진다. 또한 같은 원액이라 하더라도 사용하는 오크통의 종류, 상태에 따라 색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색이 엷다고 해서 저급한 위스키로는 볼 수 없지만 역시 소비자들은 위스키 특유의 호박색을 선호하고 또한 같은 제품이라면 일정한 색상을 유지해야 판매에 유리하므로 색소를 사용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블렌디드 위스키 뿐만 아니라 고급 싱글 몰트 위스키에도 많은 제품에서 소량의 캐러멜 색소가 사용된다. 에이미 스튜어트의 <술 취한 식물학자>에 보면 스카치 위스키는 숙성 연수가 달라도 색에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아 오래 숙성한 위스키의 경우 캐러멜 색소를 이용하여 좀 더 짙은 색을 낸다고 한다(p.62). 즉, 글렌피딕 12년보다 18년이 짙은 색인데 이는 색소 때문일 수도 있다. 이렇게 사용하는 소량의 색소가 위스키의 맛과 향에 영향을 줄까. 대개 소량이 사용될 뿐이고 위스키 자체의 맛과 향이 강렬하므로 맛과 향에는 영향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인다면 내추럴 컬러라고 표기된 위스키를 일부러 찾아볼 수도 있겠다. 사실 대부분의 와인에도 산화방지제를 첨가하므로 위스키에만 첨가물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스코틀랜드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 캐나다, 일본 위스키에도 캐러멜 색소가 사용되지만 미국의 버번에는 사용되지 않는다. 우리가 시중에 접할 수 있는 버번은 대개 상대적으로 고급인 '스트레이트 버번'인데 미국 연방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새 오크통을 사용해야 하고 도수를 낮추기 위한 물 외에 다른 첨가물을 넣으면 안 된다. 새 오크통을 사용하므로 굳이 색소를 넣지 않아도 색이 진하게 나온다. 결론적으로 와인과 달리 사실 버번 외에는 위스키를 마시면서 굳이 색상을 강조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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