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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벅 Feb 06. 2023

위스키 초보자 가이드

위스키를 처음 접할 때 어려움은 역시 높은 알코올 도수다. 시중에 20도가 안 되는 순한 소주가 대부분인데 기본 40도가 넘는 위스키는 우선 그 강렬한 알코올 향 때문에 초보자들이 접근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사실 커피도 처음 마시면 쓸 뿐이고 소주나 맥주도 처음부터 그렇게 맛나지는 않았다. 위스키도 익숙해지려면 약간의 시간과 몇 번의 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예 처음 마시는 초보자에게 너무 저렴한 위스키는 사실 적합하지 않다. 숙성 기간이 짧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위스키들은 아무래도 얼얼한 알코올 느낌이 더 강해 초보자에게  더 나쁜 인상을 줄 수 있다. 


주머니 사정이 괜찮다면 글렌킨치, 글렌모린지 같은 부드러운 싱글 몰트 위스키가 좋다. 더 많이 팔리는 글렛리벳 12년도 좋겠다. 대형마트에서도 대개 구입할 수 있지만 역시 마트 가격으로도 한 병에 10만원 정도 하는 가격이 사실 만만치는 않다. 버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는 하지만 스카치 위스키에 비해 맛과 향 모두 강한 편이라 순서를 뒤로 돌리는 편이 좋겠다. 가격이 부담된다면 아일랜드 블렌디드 위스키 '제임슨' 추천한다. 이마트 기준 3만원 정도로 마시기 편하고 나름 괜찮다. 그냥 마셔도 좋고 하이볼도 좋다. 조금 더 쓴다면 조니워커 블랙 라벨이나 발렌타인 마스터즈 같은 블렌디드 위스키로 시작해도 좋다. 


좀 더 저렴한 종류로는 커티샥도 마실 만 하지만 역시 제임슨이 낫다. 짐빔 화이트나 조니워커 레드는 사지 말고 콜라에 섞어 마실 생각이 아니라면 잭 다니엘도 권하고 싶지 않다. 제임슨부터 한 병 사서 천천히 시도해 보자. 코스트코나 이마트트레이더스에서 1리터 큰 병으로 위스키를 판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격은 좋지만 초보자라면 역시 추천하지 않는다. 도리어 500ml 작은 병으로 구입해서 한 번 경험해 보고 판단할 일이다. 위스키는 오래 보관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개봉 후까지 늘 품질이 똑같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위스키를 시작할 때 필요한 유일한 '도구'는 '잔'이다. 그냥 소주잔이나 일반 물컵, 종이컵에 따라 마실 수도 있겠지만 분명 맛과 향에 차이가 있다. 기왕에 위스키를 접해 보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잔 하나쯤은 준비하자. 쿠팡에서 '글랜캐런' 검색하면 만 원 이하에 살 수 있고 다이소에 가도 비슷한 모양의 잔이 있다. 흔히 '스트레이트잔'이라고 부르는 종류는 폭탄주에만 쓰고 차라리 작은 와인잔이 좋겠다. 초보자라면 음식과 함께 시도하기 보다는 간단한 안주와 같이 마시면 좋다. 치즈를 얹은 달지 않은 크래커, 다크 초콜릿도 훌륭하다. 개인 취향이겠지만 과일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견과류는 무난하다. 어차피 한 번에 많이 마시지 않을테니 굳이 안주가 없어도 괜찮겠다. 위스키에 얼음을 넣으면 알코올의 얼얼한 느낌은 많이 가시지만 향을 느끼기 어려우니 역시 추천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언더락은 맛과 향이 아니라 그냥 폼으로 마시는 방법이다. 대신 물을 몇 방울 떨어뜨리면 좀 낫고 조금씩 홀짝거리며 몇 번 마시다 보면 금새 그 느낌에 익숙해진다. 




제임슨에 이어 조니워커 블랙 라벨 정도 마셔보았다면 이제 더 다양한 위스키들을 접해 보아야 할텐데 역시 싱글 몰트가 좋다. 감각이 둔해서 그런지 나는 발렌타인, 조니워커, 시바스리갈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다 좋은 위스키이지만 특별히 개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싱글 몰트가 좋은 이유는 와인처럼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주기 때문 아닐까. 코스 요리도 대개 담백한 것부터 맛이 강한 순서로 먹는 것처럼 상대적으로 담백한 글렌킨치부터 시작해서 글렌모린지, 글렌리벳을 거쳤다면 발베니 정도가 좋겠다. 


싱글 몰트의 최대 단점은 가격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버번으로 가보자. 인터넷에 '버번 입문 3대장'으로 언급되는 메이커스 마크, 버팔로 트레이스, 와일드터키 중에 실제로 초보자들에게 권할 위스키는 단연 메이커스 마크다. 상대적으로 도수도 낮고 달큰한 느낌이 있어 마시기 좋다. 마트에서 5~6만원 정도면 구입한다. 위스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친구라면 메이커스 마크를 하이볼로 주어도 좋다. 다만 탄산수는 달달한 토닉워터 말고 그냥 플레인 탄산수를 쓸 것! 메이커스 마크 다음은 버팔로 트레이스, 그 다음에 와일드터키로 가는 것이 좋겠다. 와일드터키는 도수도 높고 강렬해서 취향이 갈릴 수 있는데 마음에 든다면 한 동안 다른 위스키는 밍밍하다고 불평할지도 모른다. 다시 싱글 몰트로 돌아오면 이제 피트향 나는 강렬한 위스키에 도전할 차례다. 피트 위스키가 처음이라면 비싸기는 하지만 하이랜드 파크 12년 추천한다. 보모어도 좋은데 더 비싸니까. 그 다음은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탈리스커 10년, 라가불린 8년 정도 아닐까 싶다. 




와인이든 위스키든 코냑이든 기본적으로 술이고 음료일 뿐이다. 그 이상 대단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처럼 취급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취향의 세계에 절대적인 기준이란 없고 내가 만족하고 즐기면 그 뿐이다. 다만 매번 쓴 소주만 마시기엔 맛있고 향긋한 술이 참 많다.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마트에 가서 제임슨 한 병과 다크 초콜릿 하나를 사보자. 일주일 고생한 나에게 3만 몇 천원 선물을 주자. 그리고 늦은 저녁 느긋하게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위스키 한 잔과 다크 초콜릿을 천천히 즐겨보자. 오감 만족이 뭐 별 것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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