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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어버드 Nov 24. 2022

뜨거우니까 아픈 거야!

에필로그

“자발적 이민은 존중해야 마땅한 삶의 설계이며,
누구도 비난할 수 없는 실존적 선택이다.”
- 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 中에서


탈조선 이야기를 마치며...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가슴 뜨거운 1인일 거라 믿는다. 그래서 더 고충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현재 수험생이라면 불수능에 이어 마그마수능으로 인한 입시지옥 스트레스, 취준생이라면 노력해도 안 되는 헬조선의 구조적 취업난으로 인한 스트레스, 직장인이라면 상명하복, 야근, 회식, 꼰대 문화, 사내정치 등의 스트레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는 부부들이라면 대출 없이는 불가능한 내 집 마련과 아이 또한 키우기 힘든 육아환경, 거기다 코로나에 경기침체까지 엎친데 덮친 격으로 탈조선을 꿈꾸고 있을지 모르겠다. 용광로처럼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열정을 가진 자일수록 더 땀이 나는 법이고 돌아서면 더 마음이 아린 법이다. ‘할 수 있는데, 왜 못하게 하냐고, 나답게 살고 싶은데 지금 꾹꾹 눌러 참고 있다고, 그러니까 나 좀 내버려 둬!’라고 무수히 마음속으로 외쳐본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레어버드(rare bird)일 확률이 높다. 동일성을 강요하고 정답이 있는 교육을 받고자라 자신이 레어 버드임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더라도 사회에서 몰매 맞을까 두려워 드러내지 못할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레어버드(rare bird)라 함은 직역하면 ‘희귀 새’ 혹은 ‘희귀종’, 영어권에선 범상치 않고, 평범하지 않은, 비상한 사람을 칭찬할 때 비유적으로 쓰는 표현이다. 우리나라에선 칭찬이 아닌 폄하 발언을 할때나 희귀종같다고 이야기한다. 같은 단어지만 다르게 쓰인다. 레어 버드의 열정은 그 어떤 평범한 새들보다 뜨겁다. 그래서 더 많이 아프다. 당연지사다. 문제는 그 아픔을 ‘남들 안 하는 짓을 하니까 그렇지, 그냥 평범하게 좀 살지, 팔자 센 년아 혹은 팔자 썩을 놈아’라고 꾸짖는다는 거다. 그 꾸짖음에 지쳐 훨훨 날아다닐 힘조차 없다면 탈조선을 감행하는 선택을 하는 것도 차선책이라고 생각한다. 그 당연한 아픔을 받아들여주고 포용해주는 사회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녀야 레어버드는 행복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내가 선택한 플랜비(Plan B)에 반드시 집중해야 하고, 앞서 말한 탈조선의 세 가지 조건들을 심사숙고해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탈조선을 시도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오히려 레어버드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으니까.


탈조선을 꿈꾸는 레어버드라면 꼭 알아두자.


하나. 탈조선을 하고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영원한 비주류, 마이너라는 것을.

그리고 둘. 마이너로서 다른 채도와 명도의 힘듦을 반드시 기회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무엇보다 셋. 탈조선러의 삶은 내려놓음의 연속이라는 것을.  

  



더 강해져야 해!


과도하게 급성장을 해온 대한민국, 그래서 한강의 기적이라고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개개인들은 경쟁을 부추기고 물질 만능이 되어버린 흙수저, 금수저를 논하는 ‘수저 계급론’ 사회에 지쳐가고 있다. 더군다나 개인 하나가 짊어져야 할 짐이 참 많은 사회이다. 물론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고 앞으로 문화시민이 가득 찬 복지국가가 될 거라 믿는다. 하지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헬조선을 벗어나 선진 복지국가로의 길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시간을 견디기에는 우리 영혼이 숨을 쉴 수가 없다. 그래서 탈조선을 꿈꾸는 건 아닐는지.

 

나의 국가대표 탈조선 인생은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다. 프랑스 국민 샹송 가수 이디스 피아프가 부른 “Je Ne Regrette Rien”처럼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 돌아가더라도 호주로의 탈조선을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답게 살 수 있게 그래서 성장하고 행복할 수 있게 해 준 기회의 땅이자 나의 내면 아이인 자유로운 영혼을 존중해준 '쉼터'이자 ‘숨터’이기 때문이다.


십여년 전 나는 아무것도 아닌 비루한 존재였다. 대한민국 수능 피해자, 지방대 출신자, 말만 서울살이지 반지하 월세방 전전하는 세입자, 저질체력에 고질병 환자, 계란 한 판 직전의 키작고 못생긴 늙다리 처녀 선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랬던 내가 탈조선을 감행했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좋은직장 관둔 미친년 소리를 들어가며...

그리고 11년이 지났다. 호주 명문대 출신 엘리트 골드미스가 되었고 천직을 찾았으며 들고왔던 통장잔액 800만원은 50배가 넘는 자산이 되었다.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 서울에서 진단받았던 '기구치병'은 사라진지 오래고 어렸을 때부터 트라우마로 얻은 마음의 병 또한 치유가 되었다. 게다가 주말이면 브런치에 산책에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이 늘어났고 지금은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해 준 호주사회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만약 11년 전, 탈조선이 두려워 사표를 못내고 대한민국 땅에 안주했더라면 덜 고생하고 더 행복했을까? 나의 실체 '레어버드'는 No!라고 외친다. 두렵고 겁이나도 역풍을 무릅쓰며 날아가는 것...그게 용기이자 레어버드의 숙명아닐까? 지금껏 서울에서 학교선생일을 하며 살았더라면 아마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과 지병으로 숨통이 막혀 자살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내가 태어나고 자란 모국이 내 마음에 들지 않고 나의 숨통을 조여온다면 용기내서 Fly Away!하라고 외치고 싶다. 왜냐하면 높이나는 새가 멀리 보듯이 더 넓은 세상으로 눈을 돌리면 더 많은 기회와 선택의 자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레어버드들이라면 반드시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레어버드의 실재를 받아들여주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날아가라!고 강력 추천한다. 세계는 하나고 인터넷의 도움으로 더없이 글로벌한 세상을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는 지금 망설일 필요가 없다. 더 크고 넒은 세상에서 허우적거려보고 몸부림도 쳐보고 미친듯이 아우성도 질러봐야 진정한 성장을 할 수 있는 법이다. 그로인한 단단하고 성숙한 자아는 과거 모국이 안겨준 고통을 포용할 수 있는 힘을 쌓게 해주고, 마음에 들지 않는 모국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바꿀 수 있는 힘의 원천을 제공한다. 


지금은 흑백사진으로 남은 20세기의 철학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극명한 울림을 주는 건 삶에 대한 애착 때문일까.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그랬다. 인생은 B(Birth,탄생)과 D(Death,죽음)사이의 C(Choice,선택)이라고. 탄생과 죽음 사이에 내가 선택한 결과가 인생이라면 선택의 자유가 희박한 곳보다는 선택의 자유가 많은 곳에서 '나'라는 자아의 실존에 맞는 선택을 해야 그로인한 결과가 좋든 나쁘든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수 있고 당당하게 그 대가를 치를 수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억울하고 원망스럽고 마음에 병이 생긴다. 일명 대한민국 국민병 '화병'. 나 역시 그랬고 그래서 나와 닮은 레어버드 꿈돌이 꿈순이들은 선택의 자유가 넓고 많은 곳에서 훨훨 날아다녔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요한 점은 레어버드(rare bird)의 삶을 꼭 살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나답게 사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인데 레어버드는 획일화된 사회에서 나답게 사는 순간 다른 새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질타를 받아서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명적으로 더 강해져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희귀종이 멸종될까 봐 많은 동물보호 자선단체들이 있듯이 인간 사회에도 그런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후진국으로 갈수록 복지국가에서 멀어질수록 사회적 희귀종 인간들을 보호해줄 여력도 없고 장치도 없다. 오히려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폄하하고 지적질을 하며 손가락질 하기 바쁘다. 그래서 이 글을 힘주어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와 비슷한 레어버드가 지구별 어딘가에서 힘들어하고 있음을 알기에... 그리고 그 누구보다 정서적 지원이 필요함을 잘 알기에... 코로나가 끝나고 사회가 정상화되면서 당장 해외취업, 이민, 유학을 가겠다고 다짐하는 탈조선 꿈돌이 꿈순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꼭 강해져야 해, 아니,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야 해!

To all my rare birds, please be brave and fly away, most of all be stronger! 



레어버드들이여~떠나라! 내일은 다시 없을 것처럼! (사진: 서호주 아웃백 착륙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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