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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여름 Dec 20. 2023

뭉클한 순간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부쩍 추워진 겨울 날씨에 외출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주말에 애견 카페에 가기로 나의 강아지와 약속하지 않았던가. 사랑이는 자기가 듣고 싶은 건 꼭 기억한다. 전날 외출 준비하는 나를 볼 땐 시무룩했지만 다음날은 자신과 약속을 아는 듯 기분이 들떠 있었다.  밖에 나갈 낌새가 보이니  ‘왕왕’ 짖기까지 했다. ‘나는? 나는? 나도 가는 거 맞지?’ 나와 눈을 마주치며 입은 웃고 있었다.

“응. 사랑아, 같이 나갈 거야. 기다려.”

사랑이는 신이 나서 경쾌하게 집안을 총총거리며 다녔다.


애견 카페로 향하던 중 사랑이가 차 안에서 떨기 시작했다. 혹시 병원을 간다고 생각한 걸까. 차를 타면 갈 때와 올 때의 온도 차이가 있다. 그럴 땐 좀 더 꽉 안아주면 한결 나아진다. 목적지인 애견 카페에 도착하니 실외 운동장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실내에는 북적북적. 겨우 한 테이블을 잡고 앉았다. 사랑이는 새로운 환경이 낯선지 집에서도 안 하는 무릎 강아지가 되었다. 계속 내 무릎에만 올라오려고 하고 다른 강아지가 다가오는 것이 싫어서 연신 으르렁거렸다. 이럴 땐 사랑이가 아니고 호랑이다.


카페 안은 강아지 모임에서 온 사람들 때문에 많이 시끄러웠다. 주문이 밀려서 한참 기다려서 햄버거가 나왔고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흡입했다.  원래 가던 애견 카페를 갈 걸 그랬나 조금 후회도 했다. ‘인스타 광고였나….’ 나의 불안한 눈빛을 감지한 남편은 그저 허허 웃으며 위로했다.

“햄버거 먹고 사랑이 데리고 밖으로 나가보자.”

“응….”

반은 울상이 되어서 햄버거를 꾸역꾸역 먹었다. ‘여기 햄버거도 맛집이라며. 누구냐!’


음식을 다 먹고 밖으로 나갔더니 아까보다 사람들과 강아지가 많았다.

‘어라? 여기 강아지 실외 놀이터 좋은 거 같은데?’

방금 전까지 마음에 안 드는 것만 보였는데 강아지들이 밟고 뛰노는 바닥이 썩 마음에 들었다.

“바닥이 좋네.” 남편도 같은 생각이었다.

사랑이도 마음에 드는지 그제야  뛰기 시작했다. 내향적인 강아지라서 우리 주변에서 놀다가 마음 맞는 친구들이 있을 때만 어울리곤 한다. 지켜보다가 멀리 갔다 싶으면 “사랑아-” 부르면 사랑이는 돌아보고 전속력을 내며 뛰어온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우리를 찾아내고 달려오는 뭉클한 순간.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울컥한다. 애견 카페 실외 놀이터에 보호자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같이 뛰거나, 아니면 어슬렁 다닌다. 하네스 없이 자유롭게 뛸 수 있는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내 강아지의 표정을 본다. 같이 안 뛸 수가 없어서 저절로 몸이 움직여진다. 체력이 좋지 못해서 금방 지치지만 할 수 있는 만큼 함께 뛰어다닌다. 어쩌면 내가 사랑이랑 놀아주는 게 아니라, 사랑이가 나와 놀아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떠난 단비처럼 예고 없는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함이 생겼다. 사랑이가 어딘가 불편해 보이면 곧바로 동물 병원에 가도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단비가 떠난 이후로 선생님에게 신뢰가 떨어져서 진료를 보고 괜찮다는 말을 들어도 괜히 찜찜하다. 이제 나는 사랑이 없는 하루는 상상도 못 하게 되었다. 지켜야 할 존재가 있으면 강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겁쟁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해맑게 뛰어다니는 사랑이를 보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행복한 시간도 부족하다. 사랑이의 웃음을 아주 오래오래 보고 싶다. 찔끔 나오는 눈물은 행복해서일 것이다. ‘더 행복하게 해 줘야지.’ 다짐한다.


우리는 애견 카페에서 실내, 실외를 오가며 놀다 쉬기의 반복으로 체력을 고갈시켰다. 덕분에 남편과 사랑이는 무척이나 피곤한지 집에 오자마자 뻗어버렸다.  의외로 쌩쌩한 나는 이날 찍은 사진과 영상을 보며 또 웃고 있다. 영락없는 사랑이 엄마네.








주말 애견 카페에서  내 강아지 사랑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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