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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뚜 Nov 07. 2024

백조가 되고 싶은 너에게

나에게 쓰는 편지


안녕!
우아하게 유유자적 호수를 헤엄치는 아름다운 백조처럼, 마치 세상의 번뇌는 나의 일이 아닌냥 그렇게 살고 싶었던 너는 잘 살아지고 있니?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고 부르짖던 대기업 총수의 책 표지를 보며 감탄하던 20대의 너는 하고 싶은 일도 많고 이루고 싶은 목표도 많았었지. 이젠 까마득한 옛날 같아 기억도 가물해졌지만 그런 시절도 있었다는게 믿겨지니? 그래도 그땐 뭐든 할 수 있다고 주먹 불끈 쥐고 세상도 마음만 먹으면 바꿀수 있다고 믿었잖아. 넌 참 순진한 청춘이었던거 같아.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도 많이 찾아다니고 아낌없이 세상에 발을 들였던 그 패기와 열정은 도대체 언제부터 잃어버린 걸까.

꿈많던 시절은 생각보다 길지않았지. 잘 안다고 믿고 선택했지만, 낯설고 어색하던 결혼과정은 아이를 키우고 서로를 길들이려던 혼란스러운 과정이었던거 같아. 우아하게 살고 싶었던 너의 삶이 참 버거웠지. 버둥거리는 너의 모습이 불만이었고 이미 인생은 끝장나 버린 줄 알았던 그런 시기도 어찌어찌 지나가 버렸구나.

백조야,
너의 인생을 돌아보면  그때가 아마 어리석은 시기였던건지도 모르겠다. 행복할 수 있었던 시기를 욕심에 사로 잡혀 투정하고 원망하며 시간을 허비했지. 다시 돌아온다면 절박하게 메달려 꼭 붙잡고 싶은 그 시절을 말이야. 그렇게 너의 아름다웠던 시간을 놓쳐 버리고 홀로 호수한 중간에서 여전히 고고한척 헤엄치며 '봐라 여전히 나는 백조다' 라며 객기를 부리는구나. 물속의 두 다리는 버둥거리며 바삐 움직이는데 '괜찮아 괜찮아 혼자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내 어깨 위의 이 십자가는 잘 지고 나아갈 수 있어.'라며 잘도 버티는구나. 그래도 뭐 포기하지 않는 너가 자랑스럽기도 해. 뒤늦게 깨달았고 그래서 조금은 미화되는 옛날 추억때문에 지금을 망치지는 않으려는 너의 의지를 사랑해.

꿈 많던 소녀가 중년이 되고 세월이 욕심을 좀먹다가  있을수 없는 불행까지 겪으면 생각하지. 아!  끝인가? 여기서 더 불행해질 수 있을까? 스스로 땅굴을 파고 움츠려들고 세상의 허무를 알아가는거지.
그래도 그 긴 땅굴 아래에서 만난 너의 실체는 결국 이거였던거야. 다 버리고 초연해지니 비로소 세상이 편안해지고, 불행하지 않으니 행복이란거.

너는 알고 있지?
우린 그렇게 벼랑끝에서 한걸음 더 성장했다고 생각해. 장하고 기특하더라.  어찌 살아갈까? 어떻게 버틸까? 저러다가 다 버리지는 않을까? 바라보고만 있던 그 긴 시간동안 시간만 흘려보냈던 건 아니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내가 얼마나 안도하고 있는지, 알아주길 바래.

참 잘 버텼다. 잘 견뎠다. 대견하다. 그냥 이 말은 꼭 해 주고 싶었어. 그런 일도 견뎠는데 이제 못 버틸 일이 뭐가 있겠니. 백조가 뭐 별건가? 우아함이란 자기만족일지도 모르겠다 싶네. 그럼  된 거야.
오늘은 네 인생의 중간 점검 정도로 생각하자. 그리고 아낌없이 잘 살았다고 칭찬해 주고 싶구나. 혼돈도 있었지만 잘 버티고 잘 살았다. 잘 살고 있다. 지금처럼 그렇게 살아가면 돼. 한걸음 한걸음 최선을 다하며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상처입히지 않고 그렇게.  

너를, 백조를 꿈꾸는 너를 칭찬해.
아자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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