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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리스너 미라신 Jul 22. 2021

이챠

힘내, 엄마!


"이챠! 이챠!"

어디선가 기합을 넣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와 나 둘 밖에 없는 공간. 어디서 들리는 소리일까? 내 발치에서 들리는 소리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둘째가 열심이 까치발을 들고 기합을 넣고 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영락없는 기합소리지만 나는 안다. 저건 '나를 안아달라.'는 아이의 외침이다. 이제 26개월인 딸. 둘째라 그런건지, 언어 학습 능력이 좋은건지 말을 잘한다. 아이가 아닌 어린이가 되면 내가 말로 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든다. 그렇게 말을 잘하는 아이지만 절대 '안아달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이챠'는 곧 '안아줘요'다. 저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저게 대체 무슨 말이야?했지만 지금은 그 유래도 안다. 나나 남편이 아이를 안아줄 때마다 '이챠'하고 기합소리를 내면서 안아주었던 것에서 기인한다. 아이에겐 '안아주세요'라는 말보다는 '이챠'가 더 쉽고 편한 듯하다. 평소엔 오빠보다 말을 잘 하면서, 안기고 싶을 때만큼은 돌도 안된 아기처럼 군다.



첫째와 둘째를 키우면서 새삼 아이 둘이 어쩜 이리 다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성격부터 식성까지 극과 극을 달리는 아이들. 종종 남편에게 묻고는 한다. 대체 얘네는 누구를 닮은걸까?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답은 정해져있다. 남편과 나, 우리 둘.


업히는 걸 좋아하는 첫째. 다행히 업는 역할은 내 몫이 아니다. 온전히 할머니의 몫. 허나 안긴는 걸 좋아하는 둘째는 온전히 엄마인 나의 몫이다. 언제 어디서든 엄마가 아니면 싫다는 아이. 내심 뿌듯하면서도 ‘어후, 다른 사람한테도 좀 안겨라.’하는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챠'를 외치는 둘째. 일하고 오느라 힘이 없어 '두선아. 엄마가 오늘은 힘이 없어. 그러니까 조금 있다가 안아줄게' 했더니 돌아오는 말.

"엄마, 힘내!"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힘내라는 말은 또 어디서 배웠는지. 결국 '힘내'라는 아이의 말이 귀여워 아이를 꽉 끌어안아 주었다. 



귀여운 딸의 말이 아까워 글로 적어보지만 그때의 그느낌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글재주가 워낙 없는 엄마인지라 글을 더 예쁘고 소중하게 기록해보고 싶은데 쉽지 않다. 언젠가는 조금이라도 글재주가 늘지 않을까 생각하며 오늘의 글을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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